블랙 먼데이’가 미국 증시를 급습했다. 3월 10일(현지 시간)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 S&P500 지수는 2.7%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740억 달러(약 1121조8350억 원)가 증발했다. 특히 ‘서학개미’가 사랑하는 테슬라(15.4%)와 엔비디아(5.07%)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충격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이 물가상승 우려를 부추기며 미국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초래됐다. 2년간 기록적인 랠리를 보인 빅테크주의 버블 논란도 지속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위기감을 느끼던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증시를 탈출한 것이다.
![이주택 미국 럿거스대 교수. [이주택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d3/bf/eb/67d3bfeb1ebed2738250.jpg)
이주택 미국 럿거스대 교수. [이주택 제공]
반등은 여름부터
지리멸렬한 조정장이 시작된 것일까. 신간 ‘수민이의 미국 주식 투자 스토리’를 출간한 이주택 미국 럿거스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유튜브 채널과 저서를 통해 서학개미에게 유용한 투자 방법을 알려왔다. 3월 12일 이 교수는 “시장에 공포가 찾아왔을 뿐 주요 지표가 당장의 경기침체를 예고하지는 않는다”며 “5월까지는 변동성이 커 주식시장 등락이 있겠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나면 올여름부터 연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2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 지수가 53.5로 1월에 이어 상승세를 보였고, 제조업 지수도 50.3을 기록했다.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도 1월에 비해 높아졌으며, 실업률은 4.1%에 머물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경기침체 우려가 있지만 이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금리인하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월 10일 블랙 먼데이는 트럼프 2.0 시대 정치 변동에 따른 일시적 공포라고 본다. 지난해 8월에도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단기간에 회복했다.”
트럼프의 계속되는 관세정책 발표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월에는 변동성이 클 것이다. 4월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와 미국 소비·고용 지표를 계속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 실적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아직 기업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다. 관세정책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금리 조정 등 대응안이 나올 여름부터는 반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바겐세일’ 시점인가.
“‘줍줍’할 기회다. 경기침체에 대한 충분한 근거 없이 시장 공포만으로 S&P500이 고점 대비 10%가량 빠졌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적정 주가까지 떨어진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면서 단기 조정장이 올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안전자산과 주식 비중을 절반씩 두고 주가 상승으로 주식 비중이 늘어나면 이를 현금화하는 식으로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번 폭락 전에 수익 실현을 했나.
“지난해 말 S&P500이 6100까지 올라갔을 때를 고점으로 봤다. 당시 주식을 팔아 현금 비중을 60%로 늘렸다. 지금은 오히려 적정 주가까지 떨어진 주식을 사서 다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아이온큐·팔란티어는 여전히 고평가
M7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지난해 빅테크에 전 세계 자본이 몰렸다. 유럽과 중국이 침체를 겪으며 갈 곳을 잃은 돈이 인공지능(AI) 수혜를 입고 미국 주식으로 들어간 것이다. 엔화 가치가 낮았던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올해 초 유럽과 중국 주식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미국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닷컴버블에 기술주 중심의 상승 랠리를 비견하기도 한다.
“닷컴버블 붕괴는 인터넷 관련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오픈AI가 설립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물론 당시 4차 산업 관련주에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면 버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오픈AI가 월 200달러(약 29만 원)를 받으며 챗GPT를 판매하고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매출도 늘고 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해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는 주가가 상당히 높았지만 한번 조정받은 상황에서는 빅테크 기업 주가를 버블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점 대비 반토막 난 테슬라 주주들의 충격이 큰데.
“테슬라 주가는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수혜를 기대하고 올랐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이익 충돌 규정 때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금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머스크가 DOGE(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정치적 행보에 나서면서 머스크 리스크가 대두됐다. 정치로 과열됐던 주가가 정치로 사라진 것이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머스크 리스크를 안고 테슬라 주식을 사야 할 이유가 있나.
“테슬라는 단순히 자동차 제조회사가 아니라 배터리와 소프트웨어까지 동시에 만드는 전기차 상장지수펀드(ETF)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 매출의 10%는 에너지 사업에서 비롯되는데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 성장률이 110%에 달한다. 메가팩 공장을 중국 상하이에 이어 미국 텍사스에도 짓고, 유럽 등에 여전히 탄소배출권도 판매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호재도 있다. 6월 로보택시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는 데다, 다른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는 라이선스 계약도 기대할 수 있다. 당분간 관망하더라도 하반기 많은 호재를 고려하면 매수 적정 주가는 260달러 선이라고 본다.”
엔비디아도 연초 대비 20% 가까이 빠졌다.
“딥시크 충격과 앞서 설명한 기술주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도 적정 주가는 135달러 정도로, 지금은 할인 기간이다.”
빅테크 외에 4차 산업 관련주 가운데 주목하는 섹터가 있나.
“여전히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주로는 옵티머스 대량생산에 나선 테슬라를 비롯해 의료로봇을 생산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이 있다. 최근에는 BOTZ(Global X Robotics & Artificial Intelligence UCITS ETF)에 관심이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한국 로봇 관련 주식이 다 들어 있다. 자율주행 역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를 비롯해 영국 웨이브, 중국 웨이모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피해야 할 주식이 있다면.
“중소형 테크주 일부는 버블로 볼 여지가 남아 있다. 양자컴퓨터는 실적이 마이너스라 매수 적정 주가 자체를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아이온큐 주식을 처음 살 때 6달러였다. 고점을 찍고 5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달러대로 다시 내려왔지만, 지금도 주가가 정당화될 만한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416에 달하는 팔란티어 역시 고평가됐다고 본다. ‘밈(meme) 주식’ 특성상 투자자의 믿음이 굳건히 유지된다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50달러대 수준을 적정 주가로 판단한다.”
개별 주식 하락폭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ETF 투자가 유리한가.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경우 ETF가 유리하다. 미국 주식이 장기 우상향한다는 건 개별 주식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년간 미국 회사 절반 이상이 망했다. 특히 하락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블랙 먼데이 때도 일부 개별 종목은 반토막 나기도 했지만 S&P500은 10%도 안 빠졌다. 단기 조정이 예상되면 적립식도 변칙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매달 일정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너무 과열된 양상을 띨 때는 자금을 모아뒀다가 상대강도지수(RSI)가 50 밑으로 내려갈 때 매수하는 것이 좋다.”
안전자산이 목숨줄
변동성이 큰 상반기에 어떻게 멘털을 유지해야 하나.“우선 패닉 상황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현금은 목숨줄’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욕심을 버리고 자산배분을 잘 해두는 게 중요하다. 하락장에서도 안전자산이 충분하다면 공포를 느낄 이유가 없다. 상반기만 잘 버티면 하반기엔 모멘텀이 온다. 오히려 문제는 내년이다.”
왜 그런가.
“올해는 침체 국면이 와도 연준이 금리를 내려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엔 더는 카드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관세 충격이 닥치면 유효 수요가 줄어든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와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 정부 등 지정학적 위험 상황까지 더해진다면 내년에는 진짜 경기침체 국면이 올 수도 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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