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2016.06.29

경제

“바닷가재 왔어요” 음식 배달에서 쇼핑 대행까지

‘라이더’ 25만 명 시대…목숨 건 ‘전투콜’ 배차 시스템 개선돼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6-27 10: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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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통업계는 ‘퀵 배송 전쟁’으로 뜨겁다. 정보기술(IT)과 물류를 결합한 배달서비스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이용객이 급속히 늘면서 기동력과 민첩함을 갖춘 ‘라이더(오토바이 배달원) 배송’이 물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 지난해 ‘쿠팡’이 자체 배송기사로 당일 배송서비스를 시작하자 경쟁사들도 오토바이 배달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퀵 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거래된 배달 대행 거래액은 12조 원이었으며 그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소형 구매를 원하는 1인 가구와 쇼핑 시간이 부족한 샐러리맨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이용하는 기존 ‘퀵서비스’와 달리 모바일 배달앱서비스는 배달기사가 물건을 대신 구매해 소비자가 지정한 곳까지 가져다줄 뿐 아니라, 음식에 한정되던 배달서비스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가 즐겨 찾는다. 비용도 퀵서비스는 서울지역 기준 최소 6000원인 반면, 배달앱은 2000~3000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최근에는 ‘요기요’ ‘배달통’ ‘배달의민족’ 등 전문 음식배달앱도 자체 배달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음식배달앱이 음식점과 소비자의 ‘중개’ 기능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주문은 물론 배송까지 책임지며 서비스 분야를 확대해가고 있다. 현재 음식배달앱 1위 업체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은 지난해 퀵 배송업체 ‘두바퀴콜’을 인수해 자체 배달서비스 ‘배민 라이더스’를 운영 중이다.



    스테이크·바닷가재도 주문 배달 가능

    배달의민족 앱 메인화면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해 마음에 드는 업소를 고른 뒤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면, 민트색 오토바이를 탄 배민 라이더가 해당 업소로 직접 가 포장 주문을 한 뒤 음식을 받아 고객 집까지 가져다준다. 그 덕에 통상적인 배달음식인 치킨, 피자, 짜장면 외 유명 레스토랑의 스테이크와 바닷가재 요리 등도 원하는 곳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푸드테크’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퀵 배송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배달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 역시 배달 대행 서비스 전문업체 ‘푸드플라이’와 제휴해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6월 알지피코리아로부터 44억 원을 투자받은 푸드플라이는 2012년부터 배달 인력이 없는 음식점의 음식을 배달하고 있으며, 매출액이 해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는 “기존 배달앱에서 중개하던 치킨, 피자, 짜장면 배달이 ‘1세대 온라인 음식 배달’이었다면 자체 배달 시스템을 갖춘 배달앱은 2세대 배달서비스라 할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제휴 음식점들도 배달 인력에 대한 부담 없이 추가적으로 테이크아웃 수요가 발생하다 보니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소소한 심부름도 퀵 배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오토바이 라이더 100여 명을 보유한 ‘허니비즈’(맛집배달·생활편의 심부름 앱 ‘띵동’ 운영)는 서울 강남권에서 활동하는 심부름 O2O 서비스업체로, 음식 배달은 물론이고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구매해 배달, 고객 대신 물건을 수령해 전달, 설거지·형광등 교체, 가사 도우미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띵동 관계자는 “2013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3년 만에 20배 넘는 성장을 이뤘다. 올해 거래 건수는 약 130만 건, 거래액은 약 45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도 배달앱 ‘부탁해!’와 퀵 배송 자동화 배차 프로그램 ‘부릉’, 자체적으로 커머스를 구축한 사업자 또는 주문 중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쉬프라임’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편의점 CU와 맥도날드, 버거킹, 미스터피자, CJ푸드빌 등이며 5월에는 전국배달대행연합회와 제휴해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배달원 처우도 빈익빈 부익부

    모바일 배달 대행업체의 등장으로 배달원의 고용 형태나 업무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는 현재 50여 명의 라이더를 월급제(정직원)로 채용하고 있으며 유류비를 별도로 지급한다. 메쉬코리아는 ‘부릉’ 기사를 위한 ‘부릉 스테이션’을 만들어 배달원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허니비즈도 메신저(배달원)가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실, 휴식공간, 사물함 등을 마련해놓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배달서비스의 등장으로 배송기사들 복지가 한결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수입도 좀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는데, 상위 10%에 해당하는 배달원의 경우 월수입이 600만 원을 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는 운영을 모범적으로 잘하는 일부에만 해당되는 얘기로, 25만 명에 달하는 배달업 종사자 가운데는 고용과 노동 환경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여전히 많다. 현행법상 오토바이 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배달업에 종사할 수 있는데, 특히 상대적 약자에 속하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고용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1월 ‘배달앱 아르바이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전투콜 배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문 대행업체를 통해 배달 음식점에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응한 배달원이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콜’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무리하게 배달에 속도를 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 문제는 배달근로자가 배달 중 사고를 당해도 배달 대행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달 대행업체는 배달근로자를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배달앱을 통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고등학생에 대해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배달 대행업체 소속 배달원은 음식점의 배달 요청을 골라서 응할 수 있고, 출퇴근이나 결근과 관련해 제지가 없는 점을 들어 “임금을 매개로 한 종속적 근로관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종진 연구위원은 “배달원은 일주일 평균 48.3시간 일한다.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이나 청년은 근로기준법 등 기본적인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적절한 보호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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