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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피굴’에 붕장어탕, 황가오리 애까지

전남 고흥의 이색 먹을거리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피굴’에 붕장어탕, 황가오리 애까지

‘피굴’에 붕장어탕, 황가오리 애까지

‘참빛횟집’의 붕장어탕(왼쪽)과 ‘해주식당’의 피굴.

흔히 굴 하면 경남 통영을 떠올리지만 전남 고흥은 일제강점기 한반도 최대 굴 산지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도 굴로 유명하며, 최근 귀해진 자연산 굴이 제법 나온다. 고흥의 자연산 굴은 3~4년생이 주를 이루고, 일반 양식굴이 겨울이 제철인 데 비해 3월에서 6월 사이  것이 더 맛있다. 자연산답게 몸집은 작지만 향이 좋고 2년 이상 양식한 굴에서 나는 특유의 아린 맛도 없다.

고흥의 특이한 먹을거리 가운데 ‘피굴’이란 음식이 있다. 피굴은 껍데기를 가진 굴을 말한다. 피굴을 먹으려면 일단 굴을 껍데기째 살짝 끓인 후 속을 골라내 따로 보관한다. 냉장고에 서너 시간 넣어 차게 식힌 국물에 보관해둔 굴을 넣고 김 등을 뿌려 먹으면 된다. 개운하면서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는 피굴은 아쉽게도 술꾼의 해장 음식으로만 널리 알려졌을 뿐 정규메뉴로 파는 식당은 없다. 고흥 전통음식 전문 식당에 하루 전 부탁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고흥군 과역면 ‘해주식당’은 백반과 삼겹살을 파는 평범한 식당이지만 4인 이상이 주문하면 고흥 고유의 다양한 해산물 음식을 한정식으로 내놓기도 한다. 피굴도 미리 부탁하면 먹을 수 있다. 자연산 굴을 꼬치에 껴 간장과 설탕에 조린 굴간장조림도 독특하고, 낙지를 팥과 함께 끓인 구수한 낙지팥죽도 이색적이다. 고흥 토박이 사장의 고흥산 식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녹아든 수준 높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예부터 고흥에서 가장 부유한 곳은 소록도와 마주보고 있는 녹동항이다. 녹동항은 신항과 구항으로 나뉘는데 장어탕을 잘하는 식당이 제법 많다. 붕장어는 기름기가 뱀장어의 절반이고 살은 두툼하다. 구이로 먹어도 좋지만 남해안 사람들은 붕장어탕을 여름 보양식으로 많이 먹는다. 신항 앞 ‘참빛횟집’은 현지인들이 인정한 붕장어탕 맛집이다. 개운하면서도 얼큰한 국물과 우거지, 보드라운 붕장어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아침식사용, 해장용, 점심식사용, 저녁 술안주용 등 어떤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만능 음식이며, 재료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조리법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 돌아가는 훌륭한 밥상 노릇도 한다. 직접 만든 김치나 호박무침도 붕장어탕의 맛과 실력을 반감하지 않을 정도로 좋다.

고흥 읍내에서는 ‘도라지식당’의 명성이 자자하다. 허름한 대폿집 분위기의 술집인데 음식이 독특하다. 이 집의 시그니처 음식은 황가오리회다. 황가오리는 노랑가오리라고도 부르는데 몸이 이름처럼 노랗다. 이 식당에선 황가오리 중에서도 15kg이 넘는 큰 것들만 취급한다. 황가오리의 속살은 붉다. 마블링이 짙게 밴 쇠고기 등심처럼 보인다. 먹어보면 쫀득한 맛이 난다. 홍어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좀 더 쫀득하다. 홍어 애를 최고로 치듯이 황가오리 애도 최고 대접을 받는다. 홍어 애보다 식감이 좀 더 강하고 마지막 풍미는 홍어 애를 압도한다. 아귀 애도 황가오리 애에 비하면 싱겁다. 15kg 이상인 황가오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이유 또한 애의 풍미 때문이라는 게 식당 주인장의 설명이다.



다른 일식집에선 잘 볼 수 없는 꽁치회도 명물이다. 우리가 흔히 회로 먹는 것은 학꽁치회다. 꽁치는 학꽁치보다 기름기가 많고 선도 유지가 쉽지 않아 회로 먹기가 어렵다.

‘피굴’에 붕장어탕, 황가오리 애까지

‘도라지식당’의 꽁치회(왼쪽)와 황가오리회.

이 식당은 갓 잡은 싱싱한 꽁치를 손질해 얼기 직전의 선어 상태에서 회로 내놓는다. 꼬들꼬들하고 시원한 맛이 독특하다. 이 식당은 회뿐 아니고 생선구이나 탕도 잘한다. 고흥 토박이들이 사랑하는 식당이다.







주간동아 2016.05.18 1038호 (p76~76)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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