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2023.03.31

‘본사 압수수색, 그게 뭐?’ 날아오른 에코프로그룹 주가 어디까지?

역대급 실적에 동학개미 가세… 향후 주가 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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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4-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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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증권 캡처, 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증권 캡처, 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에코프로그룹의 주가는 악재의 무풍지대인가.”

    에코프로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내부 미공개 정보로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3월 16~17일 본사가 압수수색 당했는데도 주가가 치솟자 시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K-배터리’ 대장주로 불리는 에코프로그룹의 주가 상승세는 올해 초 시작됐다. 지주사인 ‘에코프로’ 주가(종가 기준)는 1월 2일 11만 원이었으나 3월 29일 약 353% 오른 49만8500원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같은 기간 양극재 제조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9만3400원에서 23만3000원으로 149%가량 뛰었다. 환경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도 4만5000원에서 7만7400원으로 약 72% 올랐다. 세 기업 모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를 한참 상회하고 있다.

    주가 350% 넘게 오른 배경엔…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데는 1차적으로 ‘역대급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코프로의 연결 기준 매출은 5조6400억 원, 영업이익은 6130억 원이었다. 매출 1조5000억 원, 영업이익 860억 원을 올린 2021년과 비교해 각각 280%, 610%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단일 매출 5조3600억 원)이 견인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됨에 따라 한국산 양극재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에코프로비엠의 세계 최대 양극재 생산 공장 ‘CAM7’도 출하량 증대와 그에 따른 실적 호조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에코프로 3형제가 ‘밈(Meme) 주식’ 성격을 띠는 것도 주가가 올라가는 요인 중 하나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밈처럼, 입소문을 타고 에코프로그룹 주식에 개인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3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을 각각 8470억, 6490억, 34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의 코스닥 전체 순매수액인 약 3조6800억 원의 42%에 달한다. 이 같은 매수세의 기저엔 ‘공매도 세력에 대한 대항’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에코프로그룹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며 공매도에 나서자, 동학개미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강력한 매수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악재에도 에코프로 3형제가 굳건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경북 포항시에서 열린 에코프로비엠의 세계 최대 양극재 생산 공장 A‘CM7’ 준공식. [에코프로 제공]

    지난해 10월 경북 포항시에서 열린 에코프로비엠의 세계 최대 양극재 생산 공장 A‘CM7’ 준공식. [에코프로 제공]

    “더 간다” vs “거품이다”

    에코프로그룹 주식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에코프로 3형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쪽에선 에코프로비엠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이 주로 만드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양극재에 주력해 현 시점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은 안정성 등 품질 면에서 아주 뛰어난 양극재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는 “IRA의 세부 시행 규칙 발표를 지켜봐야 하지만, 앞으로 양극재를 만들 때 국산 광물을 사용하는 게 더 유리한 건 확실하다”며 “한국 기업 중에선 에코프로비엠만 유일하게 전구체와 수산화리튬 등 광물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향후 주가 추이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에코프로그룹의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으며, 현 상태가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쪽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과 교수는 “임원 주가 조작 논란 등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기술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양극재 생산 기술력에 초격차가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면서 “현재 한국 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건 맞지만, CATL 등 중국 기업도 수년 전 NCM 양극재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현대차와 기아가 이를 선택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에코프로비엠이 전구체를 국산화했다고 주장하는데,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탓에 여전히 에코프로비엠 양극재에 사용되는 전구체는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에코프로그룹의 실적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2021년부터 중국 수입품에 대한 약 8%의 할당관세가 유예된 덕에 전구체 등 수입 관세 비용이 절감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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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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