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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K2 흑표, 이집트 수출로 ‘차생역전’ 임박

이스라엘 견제용 500대+α 도입할 듯… 러시아·독일·프랑스 전차에 비교우위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현대로템 K2 흑표, 이집트 수출로 ‘차생역전’ 임박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 [동아DB]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 [동아DB]

명품 전차의 ‘차생역전(車生逆轉)’은 가능할까.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는 세계 최강의 3.5세대 전차다. 다만 수주 물량만 놓고 보면 K2 전차가 걸어온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한국 육군은 최소 680대의 K2 전차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핵심 부품 ‘파워팩’의 국산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곤혹을 치렀다. 전력화가 지연되는 사이 급격히 바뀐 안보 환경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도입 물량은 260대로 줄었다. 주요 국가의 신형 전차 도입 사업에 제안서조차 낼 수 없었으나, 양산 본격화로 기술 관련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K2 전차가 빛을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의 관심 속에서 대형 바이어가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큰손’ 전차대국 이집트

가장 먼저 도입 의사를 밝힌 나라는 폴란드. 폴란드는 냉전 시기에 들여온 러시아산 전차 대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규격에 맞는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당초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해 개발하는 차세대 전차 MGCS(주요 지상 전투체계)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으나 퇴짜를 맞았다. 이후 K2 전차를 개량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폴란드 방위산업계는 자국 정부에 K2 파생형 ‘K2PL’의 대량생산을 제안하고 있다. 폴란드군이 소요 제기한 차세대 전차 물량은 약 800대. ‘제2의 알타이’(터키가 K2 전차 기술을 도입해 제작한 파생형 모델)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높다.

두 번째 등장한 ‘큰손’은 이집트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카이로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에 참석해 한국산 장비에 상당한 관심을 표했다. 이집트가 관심을 갖는 한국산 무기는 K2 전차와 K9 자주포로, 현재 현지 생산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안보 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현재 한국 측에 K2 전차 기술 및 생산라인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 육군을 자랑한다. 현역 장병 34만 명, 예비군 44만 명의 대군으로 높은 기계화 수준을 갖췄다. 유사시 드넓은 사막에서 싸워야 하는 전장 특성상 현역·치장 물자를 합쳐 4300대 이상의 전차를 보유한 기갑대국이다. 이집트의 현용 주력 전차는 M1A1 전차 1360대와 M60A3 전차 1700대다. 1990년대 도입된 M1A1은 최근 M1A2SEP 사양으로 성능 개량이 결정됐다. 문제는 처음부터 중고로 도입된 M60A3다. 이집트는 이번 신형 전차 도입 사업으로 1700대에 달하는 노후 M60A3를 대체할 계획이다.

美 오락가락 중동정책

러시아 T-90MS 전차. [AP=뉴시스]

러시아 T-90MS 전차. [AP=뉴시스]

당초 이집트는 러시아산 전차에 주목했다. 지난해 여름 이집트는 러시아와 T-90MS 500대를 면허생산하기로 계약까지 맺었다. 그런데 이집트는 1년 이상 ‘뭉개기’에 돌입하다 최근 계약 자체를 파기했다. 이집트는 이 500대 물량을 K2 전차 도입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변심에는 이집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대치한 이스라엘이라는 변수와 국제관계의 급변 탓이다. 이집트는 시나이반도를 사이에 둔 이스라엘과 네 차례 전쟁을 벌였다. 다만 이스라엘을 불구대천 원수로 규정한 무슬림형제단이 축출된 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재 노력도 주효했다. 이집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그런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중동정책이 바뀌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중재안의 핵심은 “팔레스타인이 양보하라”는 것이었다. 미국 측 지원금 500억 달러(약 58조7400억 원)를 받는 대신 국방 주권을 포기한 형태로 독립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뼈대다. 팔레스타인은 강력히 반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꾸로 이스라엘의 양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 삼아 독립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올해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대규모 포격전까지 벌였다. 그 와중에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중재해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2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가 병존)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베네트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이스라엘-이집트 관계도 먹구름이 끼었다. 아랍 맹주를 자처하는 이집트의 영향력 확대 시도가 이스라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5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격하고 있다. [AP=뉴시스]

5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격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집트 육군에게 이스라엘 육군은 사신(死神)과 같은 존재다. 이집트 해공군은 과거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압도한 바 있다. 반면 육군은 이스라엘보다 우수한 무기체계를 갖고도 연전연패했다. 이집트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기갑전력 현대화에 투자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에 비하면 질적 열세다. 최근 1년 동안 급변한 이스라엘과 관계에 따라 이집트는 전력 증강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산 T-90MS보다 우수한 한국산 K2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집트군의 주력 M1A1 전차는 1970년대 기술로 개발된 44구경장(口徑長: 총포 구경 단위로 나타낸 총포신 길이) 120㎜ 활강포를 탑재했다. 최근 세계 전차 기술의 대세는 55구경장 모델이다. 포신 길이를 연장하면 포탄 속도와 파괴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포탄 속도를 높이는 대신 열화우라늄 탄두로 관통력을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열화우라늄 탄두 수출을 금지한다는 것. 수출용 M1 전차는 위력이 낮은 텅스텐 포탄만 쓸 수 있다. 열화우라늄탄을 쓰지 않는 이상 이집트군 M1A1 전차는 이스라엘 신형 전차를 격파할 수 없다.

이런 한계는 러시아산 T-90MS도 마찬가지다. T-90MS의 2A46M-4 125㎜ 활강포는 신형 모델이지만 장갑 관통 능력은 44구경장 M256 활강포보다 떨어진다. 해당 포신에서 발사한 3BM-42M 포탄은 2000m 거리에서 600~650㎜ 장갑판밖에 관통하지 못한다. 미국의 수출용 철갑탄 KE-W A2(44구경장 M256 활강포 사격 시)에 10㎜ 이상 못 미치는 관통력이다. 따라서 이집트는 M1A2나 T-90MS가 아닌, 이스라엘 메르카바 Mk.3/4 전차에 맞설 수 있는 신형 전차 도입을 추진했다. 최근 급격히 관계가 개선된 프랑스의 AMX-56, 전통적 전차강국 독일의 레오파르트2A7 등이 거론됐다. 다만 AMX-56 주포 관통력은 650㎜ 수준이고, 독일은 이집트의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집트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K2 전차가 유일하다.

M60A3 전차 일부도 대체 가능

K2 전차는 세계 유수 전차를 압도하는 명품이다. K2 전차의 55구경장 120㎜ 활강포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됐다. 여기에 한국형 날개안정식철갑탄 K-279를 장착하면 앞서 언급한 M1A2나 T-90MS, AMX-56, 레오파르트2A7을 압도하는 공격력을 발휘한다. K2 전차는 2000m 거리에서 700~850㎜ 수준의 장갑 관통력을 보인다. 열화우라늄을 사용한 미 육군의 M829A3 포탄을 제외하면 세계 최정상급 관통력이다. 이 정도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급 전차는 K2가 유일하다. 중장기적으로 이스라엘과 충돌에 대비하는 이집트로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현재 이집트는 K2 전차의 일정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획 물량 500대 말고도 M60A3 전차 일부를 K2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내수보다 수출에서 압도적 실적을 내는 K2 전차의 ‘차생역전’ 순간이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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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18호 (p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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