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1

2021.08.06

中 사교육 전격 금지 조치, 낮은 출산율 ‘원흉’ 낙인

저출산 ‘중국몽’ 실현 최대 걸림돌 부상… 2025년까지 출산율 저하 반전 목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1-08-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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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후난성 한 소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CGTN]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후난성 한 소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CGTN]

    신둥팡(新東方·뉴오리엔탈)은 중국 최대 사교육업체다. 1993년 베이징대 강사 출신 위민훙(兪敏洪) 회장이 ‘베이징 8학군’으로 불리는 하이뎬구 중관춘의 한 작은 빌딩에 설립한 영어학원에서 출발했다. 이 학원은 당시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위 회장은 이 학원을 대학 입시를 비롯한 취학 전 교육, 초중고 12개 학년(K12) 학생 교육, 온라인 교육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며 사교육 종합기업으로 키워나갔다.

    신둥팡은 2006년 9월 중국 교육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으며, 2017년 중국 교육업체로는 역시 최초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약 11조4800억 원)를 돌파했다. 2019년 3월에는 홍콩 증시에도 상장했다. 신둥팡은 전국 100여 개 도시에 900여 개 학원과 강사 5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강생도 5500만여 명이나 된다. 위 회장은 그동안 ‘중국 사교육의 대부’라는 말을 듣는 학원 재벌이 됐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신둥팡이 졸지에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사교육 금지 조치로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수강생 5500만여 명 신둥팡, 존폐 위기

    중국 최대 사교육업체 신둥팡 베이징 본사. [신둥팡 홈페이지]

    중국 최대 사교육업체 신둥팡 베이징 본사. [신둥팡 홈페이지]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7월 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및 학원 수업 부담 경감 조치를 통해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번 조치는 ‘두 가지를 줄인다’는 뜻에서 ‘솽젠(雙感)’으로 불린다. 그 내용을 보면 의무교육 단계인 K12 학생들에게 예체능 이외에 국어(중국어)·영어·수학 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기존 사교육업체는 모두 비영리성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또 사교육업체의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과 광고 등을 금지하고, 사교육업체에 대한 상장기업들과 외국인들의 투자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사교육업체의 자금줄이 모두 봉쇄됐다.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학교 교과와 관련된 모든 사교육이 금지된다.

    초중등 교사 채용과 밤 9시 이후 온라인 강의 금지 조치도 내렸다. 취학 전 아동 대상의 온라인 수업이나 교과 관련 교육도 허용하지 않는다. 원어민 강사 채용 및 해외 교육 과정 도입도 금지했다. 중국 영어학원들은 그동안 교재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해왔다. 온라인 교육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기존 업체는 전면 조사를 거쳐 다시 허가받도록 했다.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이처럼 초강경 조치를 내린 이유는 사교육이 학생들의 공부 부담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해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또 학교 숙제도 대폭 줄이도록 했다. 한국 초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1~2학년은 숙제가 금지되고, 3~6학년에게는 평균 완성 시간이 60분 이하, 중학교 학생에게는 90분 이하인 숙제만 낼 수 있게 했다. 숙제는 원칙적으로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해야 하며 부모가 학생 숙제를 거들거나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



    중국 사교육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소문난 한국보다 심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중국교육학회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선 유치원생부터 고급 중학생(고교생)까지 10명 중 7명이 방과 후 과외수업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자녀 교육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해왔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 ‘스다이차이징(時代財經)’은 자녀 1명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평균 52만 위안(약 9200만 원)이나 된다고 추산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610달러(약 1200만 원)였는데, 이런 소득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부담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아이메이 데이터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K12 학생 대상의 방과 후 교육시장 규모는 2016년 3610억 위안(약 64조800억 원)에서 지난해 5300억 위안(약 94조800억 원)으로 4년 만에 47%나 늘어났다. 또 온라인 사교육 시장 규모도 2016년 196억 위안(약 3조4800억 원)에서 지난해 884억 위안(약 15조7000억 원)으로 4배 넘게 성장했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과열돼온 이유는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에 들어가려면 학교에서 ‘싼하오(三好) 학생’(지덕체를 갖춘 모범 학생)으로 선발되는 등 학업 성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세가 보장되는 명문대 입학은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가능하다. 이에 따라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돈을 쏟아붓고, 사교육업체는 이를 챙기는 일종의 ‘먹이사슬’이 형성된 셈이다.

    사교육비 부담에 출산 포기하는 젊은이들

    실제로 돈 많은 부모는 ‘족집게 과외’ ‘황제 과외’ 등에 엄청난 돈을 지출해왔다. 심지어 3개월 비용이 66만8000위안(약 1억1800만 원)에 달하는 고액 과외까지 등장했다. 사교육업체가 주관하는 여름방학 캠프에는 45일간 22만 위안(약 3900만 원)을 지불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당수 젊은 층이 아이 낳기를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세 자녀를 낳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18~24세는 4.9%, 25~29세는 6.92%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런 과도한 사교육 경쟁과 그에 따른 교육비 부담이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5월 발표한 제7차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는 14억1178만 명으로 10년 전 대비 5.38% 증가했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0.53%로 2000~2010년 연평균인 0.57%보다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출생자는 1200만 명으로 대약진운동에 따른 대기근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한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증가율 추이를 보면 1990년 조사에서는 연평균 1.48%, 2000년 조사에서는 1.07%를 나타내 인구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인구 통계학자는 대부분 수년간 추세를 보면 사망자와 신생아 수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으며 조만간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신생아 수는 2017년 1723만 명, 2018년 1523만 명, 2019년 1465만 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합계출산율은 2016년 1.7명에서 지난해 1.3명으로 떨어졌다. 중국 인구는 이처럼 갈수록 줄어들어 조만간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라는 말을 더는 듣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세 자녀 출산 정책 결정을 알리는 중국 언론 보도. [신경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세 자녀 출산 정책 결정을 알리는 중국 언론 보도. [신경보]

    138조 규모 중국 사교육 시장 초토화

    인구 감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자 중국 최고 권력 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5월 31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한 부모가 세 자녀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산아정책을 결정했다. 중국이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가 시 주석이 주창해온 ‘중국몽’ 실현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78년부터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고자 강제적인 ‘한 자녀’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다 보니 출산율이 크게 떨어져 중국은 2016년부터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효과가 없자 결국 ‘세 자녀’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7월 20일 ‘인구의 장기적 균형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출산 정책 최적화에 관한 결정’이라는 문건을 발표하고 기존 산아제한정책 위반 가정에 부과하던 벌금인 ‘사회양육비’ 등 모든 처벌 규정을 철폐했다. 또 출산 휴가와 양육 보험 제도를 개선해 셋째를 낳은 산모의 경우 98일간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2~3세 유아를 책임질 유아원을 지원하고, 방과 후 문화 및 체육 활동 등을 마련해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줄이는 등 각종 육아 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가 임대주택을 분배할 때 미성년 자녀 숫자에 따라 주택 크기를 선택하게 했다. 특히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2025년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출산율 저하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낮은 출산율을 초래한 ‘원흉’으로 지목된 중국 사교육업체 중 상당수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둥팡을 비롯해 하오웨이라이(好未來·탈 에듀케이션), 가오투(高途)테크 에듀 등 중국 대형 사교육업체의 주식은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200억 달러(약 137조736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 사교육 시장은 초토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조치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에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과외 금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불법 과외를 양산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이번 조치로 고액 비밀과외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 금지가 시 주석의 기대처럼 출산율을 높여 인구 증가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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