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7

2021.07.09

녹일까, 썩힐까, 다시 쓸까? SK · LG · 롯데 · 효성 플라스틱 전쟁

화학적으로 분해하기, 잘 썩게 하기, 물리적으로 분해해 다시 쓰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7-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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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LG화학이 개발한 바이오 함량 100% 생분해성 소재. 효성티앤씨의 리젠을 활용한 제품.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LOOP’(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LG화학, 효성티앤씨, 롯데케미칼]

    LG화학이 개발한 바이오 함량 100% 생분해성 소재. 효성티앤씨의 리젠을 활용한 제품.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LOOP’(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LG화학, 효성티앤씨, 롯데케미칼]

    방금 내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생명체 중 인간이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145.9㎏으로, 벨기에와 대만에 이어 세계 3위다.

    세계적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는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을 권리,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죄책감, 윤리적 소비에 민감하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플라스틱을 삶에서 배제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기존에 생산한 플라스틱과 ‘지금’ 생산되는 플라스틱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최선일까. 석유화학업계도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고민을 여러모로 하고 있다.

    화학적으로 분해해 에너지로 만들기, 잘 썩게 하기, 물리적으로 분해해 다시 쓰기. 현재 한국에서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이렇게 나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처리를 통한 에너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6월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처리 기술을 보유한 북미 루프인더스트리에 총 5650만 달러(약 643억 원)를 투자, 지분 1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에너지로?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북미 루프인더스트리와 지분 투자 및 해중합 기술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투자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SK종합화학]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북미 루프인더스트리와 지분 투자 및 해중합 기술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투자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SK종합화학]

    이번 투자로 SK종합화학은 루프인더스트리가 보유한 해중합(解重合·Depolymerization) 기술과 아시아지역의 재활용 페트(PET) 생산 및 판매 독점권을 갖게 됐다. 해중합 기술을 이용하면 오염된 페트병이나 전량 소각이 불가피한 폴리에스터 폐섬유를 저온에서 화학적으로 분해한 후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려 100%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SK종합화학 측은 이번에 확보한 기술이 올해 초 협력관계를 구축한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 브라이트마크의 열분해 기술과 함께 자사의 핵심적인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될 것으로 본다. 열분해 기술을 이용하면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에서 300~500도로 가열해 분해한 뒤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납사(나프타)와 천연가스(NG) 등을 추출할 수 있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분해 속도가 빠른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는 LG화학이 적극적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에는 바이오 기반 폴리젖산(PLA)이나 석유 기반 생분해 플라스틱(PBAT) 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생분해성 소재 시장은 2019년 4조2000억 원에서 2025년 9조7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15%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2050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한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신소재는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소재다. 단일 소재로는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및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소재라는 게 LG화학 측 설명. 핵심 요소인 유연성이 기존 생분해성 제품 대비 최대 20배 이상 개선되면서 가공 후에도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 생분해성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친환경 포장재업계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생분해성 중합체, 조성물, 제조 방법 등 총 25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LG화학은 확보한 신기술을 바탕으로 생분해성 소재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사업 확대를 위한 바이오 원료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옷으로 재탄생

    SK종합화학 역시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공동개발한 PBAT,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폴리에틸렌(r-PE), 재생 폴리프로필렌(r-PP), 열분해유 등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처리해 의류나 생활용품으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같은 행보에 앞장서는 기업은 효성그룹과 롯데케미칼 등이다. 효성그룹은 효성티앤씨를 통해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regenⓇ)’ 섬유를 만들고,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재활용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 LOOP’를 진행하고 있다.

    섬유 · 무역 사업을 하는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원사와 직물, 염색 제품을 만든다. 스판덱스로 유명하지만 재활용 원사 리젠도 친환경 바람을 타고 주목받았다. 패션 기업 플리츠마마는 2018년부터 리젠으로 니트백과 의류를 만들고 있다. 노스페이스도 리젠을 활용한 제품을 내놨다.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LOOP’는 플라스틱 선순환체계 구축을 위해 재생 플라스틱 소재 확대, 플라스틱 재활용 문화 개선을 중점으로 한다. 소재 생산 단계부터 사용 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구조 5Re 모델을 적용해 △플라스틱 감축(Reduce) △대체(Replace) △재설계(Redesign)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최근 파우치, 카드지갑 등 두 번째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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