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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환된 우한 폐렴

中 소매업 영화계까지 직격탄, 2000만 실업 우려

1인당 국내총생산 1만 달러 넘긴 中, 우한 폐렴에 ‘샤오캉’의 꿈 물거품 위기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中 소매업 영화계까지 직격탄, 2000만 실업 우려

우한시 중심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차량 통제 조치로 텅비어 있다(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다. [CNS, CCTV]

우한시 중심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차량 통제 조치로 텅비어 있다(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다. [CNS, CCTV]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춘제(음력 설) 연휴(1월 24일~30일)를 앞두고 두 개의 경제성과를 달성한 것에 매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892위안(1만276달러)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1만 달러는 세계은행 기준으로 고소득 국가(1만2375달러)에 바짝 다가선 ‘중상위 소득 국가’ 수준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 초 만 해도 1000달러에 못 미쳤지만 2010년 4550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10년 만에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시 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사회’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는 사실상 목표 달성에 근접한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1%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당초 정했던 6.0∼6.5%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성공한 셈이다.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의 압박을 견뎌내면서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내년에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6%대를 지키는 ‘바오류(保六)’를 위한 청사진을 짜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악마”

우한 병원의 의료진들이 우한폐렴에 걸린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후베이 데일리]

우한 병원의 의료진들이 우한폐렴에 걸린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후베이 데일리]

그런데 난데없이 ‘블랙스완’(Black Swan)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장밋빛 꿈’에 부풀었던 중국 경제에 최대의 악재가 되고 있다.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하는 사건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우한 폐렴이 중국 경제에 블랙스완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도 “우한 폐렴이 중국 경제에 올해 첫 블랙스완이 될 수 있으며 취약한 중국 경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부채 증가, 내수경기 침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 등 대내외 악재로 경기침체와 대량해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대량해고 사태로 인한 사회불안을 가장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제성장률 6%를 유지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악마”라고 말했듯이 우한 폐렴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우한 폐렴 때문에 춘제 특수가 사라지면서 서비스 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분야는 관광 산업이다. 중국 정부의 국내외 단체 관광 금지 조치에 따라 주요 관광지들은 이미 폐쇄됐다. 최대 관광지인 베이징의 자금성을 비롯해 만리장성의 바다링(八達嶺)을 포함한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시안의 인기 관광지인 진시황릉 병마용, 항저우의 서호,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각 지역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게다가 영화관을 비롯해 뮤지컬이나 음악회 등이 열리는 각종 공연장들도 휴업에 들어갔다. 중국 영화업계는 이번 춘제 연휴 기간에 영화 개봉을 연기했으며 일부 영화관 체인들은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국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식당, 쇼핑몰, 백화점, 호텔 등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중국 국민들은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가족끼리 조용히 지내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계소비와 맞물린 서비스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춘제 기간 소매상들과 음식점들은 1조 위안(14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관광 수입은 5139억 위안(750억 달러)을 기록했다. 또 중국 영화업계는 1년 농사를 좌우하는 대목인 춘제 기간의 지난해 매출만 100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까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매출이 반 토막 이상 줄어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2000만 명 실업사태 발생 가능성

우한 시민들이 약품을 사기위해 약국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China News Service]

우한 시민들이 약품을 사기위해 약국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China News Service]

서비스 산업이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직접적 영향은 집 밖을 나서는 사람이 줄어 서비스 상품을 포함한 소비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며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생산과 투자에도 반드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황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소비와 투자, 생산 등 경제 전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2018년을 기준으로 서비스 산업 종사자가 3억6000만 명이었는데 만일 이 가운데 5%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2000만 명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한 폐렴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중국 경제에 더욱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스는 2002년 11월 광둥성에서 시작돼 2003년 7월까지 37개국으로 확산됐었다. 당시 8096명이 감염됐었고 774명이 사망했으며, 경제피해도 엄청났었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가 내놓은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로 중국 경제의 피해액은 253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GDP 성장률은 1~2%p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각국 경제연구소도 중국의 GDP 성장률이 사스로 인해 1~2%p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런데 중국 서비스 산업은 사스 때보다 비중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이번 우한 폐렴에 따른 피해 규모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서비스산업의 GDP대비 비중은 2003년 39%였는데 지난해에는 59.4%를 차지했다. 스위스 은행인 UBS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잡히지 않으면 올해 1분기와 2분기를 중심으로 중국의 소매 매출과 관광, 호텔 등 서비스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중국 전문 연구기관인 플리넘(Plenum)은 “우한 폐렴으로 인해 서비스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최대 4%p 하락한 2%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우한 폐렴으로 6%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스 당시인 중국의 2003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1.1%였지만 2분기는 9.1%를 기록하며 급속히 둔화했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통화 완화 등 부양 정책을 통해 3분기 성장률을 10%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2003년은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지만 지금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톈레이 황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은 대규모 재정적자 상태”라면서 “사스 때처럼 경기 부양을 시도할 여지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우한 폐렴사태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무색한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을 빠르게 통제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중기적으로 전 산업이 타격을,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올해 경제성장률 5%대 하락 전망

중국 보안요원이 충칭공항에서 한 어린아이의 체온을 재고 있다. [China Daily]

중국 보안요원이 충칭공항에서 한 어린아이의 체온을 재고 있다. [China Daily]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우한 폐렴으로 올해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이 1%p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중국 정부가 3개월 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제한다면 경제성장률은 0.8%p, 9개월간 지속된다면 1.9%p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소비의 급격한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1.2%p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중국은 이른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수도 있다. 중진국의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 후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한 폐렴으로 자칫하면 시 주석의 ‘중국몽’이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다.






주간동아 2020.01.31 1224호 (p12~15)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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