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버 한세상(가명) (왼쪽) 김덕배 이야기 [김솔 인턴기자, 유튜브 화면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c/41/33/d3/5c4133d32473d2738de6.jpg)
유튜버 한세상(가명) (왼쪽) 김덕배 이야기 [김솔 인턴기자,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버로 새 출발!
![조여사 전성시대 (왼쪽) 동훈타파 [유튜브 화면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c/41/33/f3/5c4133f31b0fd2738de6.jpg)
조여사 전성시대 (왼쪽) 동훈타파 [유튜브 화면 캡처]
먹방, 패러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 ‘조여사 전성시대’를 운영하는 조재순(63) 씨는 “유튜브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픔을 겪은 사람이 좌절하고 있을 때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전했다. 조씨는 10년간 일하던 마트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뒤 아픈 몸을 이끌고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 채널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최근 구독자 수가 늘면서 하루하루 광고 수익이 들어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희망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몇몇 유튜버는 유튜브로 얻은 경제적 도움 외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키워가면서 느끼는 정신적 만족감 또한 재기에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어쩌다장애인함박TV’를 운영하는 함정균(47) 씨는 갑자기 맞닥뜨린 장애를 극복하는 데 유튜브가 힘이 됐다고 한다. 세계대회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마술사였던 그는 2013년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가 마비됐다. 절망에 빠진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은 유튜브였다. 함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하철역에서 환승할 때 겪는 어려움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는 “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전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다 보니, 내가 가진 장애를 인정하고 적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뇌병변을 앓는 신동훈(20) 씨도 구독자 수 7000여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동훈타파’를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나 ‘먹방’ 등이 주력 콘텐츠. 그는 “장애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친구를 사귈 수 없었는데, 유튜브 활동으로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구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자신의 고난을 털어놓거나 이를 극복해가는 유튜브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위안과 공감을 준다. 화려한 세트장이나 값비싼 촬영 장비는 볼 수 없지만,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유튜버에게 조금씩 친근감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채널 구독자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유튜버가 자신의 아픔을 털어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구독자도 있다. 평소 유튜브 영상을 자주 시청한다는 손모(25) 씨는 “역경을 이겨냈다는 유튜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꾸준히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미닝아웃 시대…시청자는 위로와 공감 원해
![어쩌다장애인함박TV (왼쪽) 박찬협TV잡식이 [유튜브 화면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5c/41/34/40/5c413440168fd2738de6.jpg)
어쩌다장애인함박TV (왼쪽) 박찬협TV잡식이 [유튜브 화면 캡처]
1인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업체 유커넥의 관계자는 “평범하지만 시청자와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유튜버에게 구독자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닝아웃(meanig out)’이라는 신조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닝아웃은 개인의 취향 또는 신념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선언하거나 표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권위자의 식견보다 ‘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전문가나 유명 인사보다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튜버를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식하는 것이다. 취업난, 경기불황 등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이 가장 원하는 것은 공감과 위안이다. ‘고난 극복형’ 유튜버가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환경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유튜버 도전을 만만하게 여겨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배 씨는 “초보 유튜버는 혼자 촬영과 편집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 유튜브를 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소수만 큰 성과를 거두는 만큼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할애할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순 씨는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인생2막을 다시 열겠다’는 각오로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듯 성실하고 치열하게 도전해야 한다. 꾸준히 업로드하고, 시청자와 소통이나 콘텐츠 개발 등 여러 사항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간동아 1173호 (p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