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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영수·김혜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부부

알츠하이머병 메커니즘 밝히는 게 숙원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개발…신약 상용화 넘어야 할 산 많아

알츠하이머병 메커니즘 밝히는 게 숙원

알츠하이머병 메커니즘 밝히는 게 숙원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병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한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왼쪽)과 김혜연 고센바이오텍 연구소장 겸 KIST 연구원 부부. 김형우 기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린 채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치매는 고령화 시대 노년층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대표 질환이다. 치매는 알코올성, 혈관성 등 70개 종류가 넘는데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60~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환자와 가족들이 바라는 신약 개발도 요원한 상태다.

첫 관문 통과, 임상시험 거쳐야

12월 중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병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의 김영수(37) 연구원과 그의 아내 김혜연(39) 고센바이오텍 연구소장 겸 KIST 연구원은 물에 타 마셨을 때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없애주고 치매 증상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신약 후보물질 EPPS 개발에 성공했다.  
인터뷰 당일 연구실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앞다퉈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오는 것. 김 연구원은 “전화를 받아보면 매우 절실하다는 게 느껴진다. 아직 안전성 검증이 안 됐다고 설명해도 그분들은 ‘이걸 먹고 죽든, 그냥 죽든 똑같으니 제발 달라’고 말한다. 신약 상용화에 대한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어느 정도 효능이 있을까. 김 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먼저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생기고 이것이 응집하면서 발발한다. 조기 예방을 위해서는 이 부분부터 치료해야 한다. 생쥐에게 EPPS를 3개월간 투약한 결과 인지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와 대뇌피질 부위의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모두 사라졌고, 생쥐의 인지능력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현재 병원에서 처방하는 치매 약들은 뇌를 활성화해 인지기능을 개선할 뿐 치매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 소장은 “해당 약들은 정상인이 먹어도 평소보다 인지기능이 좋아지는 정도로, 치매 환자의 경우 상태를 일시적으로 좋아지게 하는 데 그친다. 일종의 감기약 같은 성격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을 없애지는 못한다. EPPS는 원인 물질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약이 개발돼도 이미 손상된 뇌세포까지 원상 복구될 수는 없다. 김 연구원은 “전쟁이 나서 적군이 도시에 포탄을 쐈는데 아군이 적군을 물리친다 해도 도시가 재건되는 것은 아니다. 신약은 손상된 뇌세포들을 재건할 수는 없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EPPS가 물에 잘 녹는 가루약 형태로 섭취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두통제, 소화제는 갈아서 가루 형태로 만들어도 물에 잘 녹지 않는다. 또 섭취했을 때 체내에 흡수가 잘돼야 하는데 EPPS는 물에 잘 녹고, 섭취했을 때 뇌의 혈관장벽을 투과해 뇌에서 흡수가 잘되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약이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앞서 동물 대상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문제는 KIST가 비영리 국가연구소이기 때문에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으려면 병원이나 영리기관이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제약사 등과 접촉 중인데 파트너십을 맺고 임상연구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치매진단 기술 상용화 시급

임상연구가 완료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김 소장은 “생쥐 대상 실험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인간이 먹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최소 3년이면 그런 부분들까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부부는 2006년 KIST 뇌과학연구소에서 만났다. 이곳은 뇌과학 분야 노벨상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국가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연구소로, 두 사람은 이곳에서 치매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지난해 부부의 연도 맺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학문적 호기심으로 연구해왔고, 2009년 신약 개발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최근 성과를 거뒀다. 앞서 2014년 10월에는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함으로써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병리학적 근거를 세계 최초로 제시하기도 했다. 치매 진단에 새로운 길을 연 것.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개발한 치매진단 기술이 하루빨리 상용화되길 소망하고 있다.
“아직 혈액검사만으로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정상인과 환자를 구분하는 정도예요. 예측을 위해서는 정상인을 놓고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최소 10년은 걸리죠. 하지만 현재 가장 확실한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사후 부검이 유일하고, 생전에는 수백만 원을 들여 문진법과 방사성동위원소 검사 등으로 확률을 따지는 정도예요. 혈액으로 간단히 진단하는 날이 오면 많은 이가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겠죠. 혈액치매진단이 상용화돼 국민 모두가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김혜연 소장)
이들은 연구과정에서 천연물로 약효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타우린, 브로콜리 추출물 등을 이용한 천연물 치매 치료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천연물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자 6개월 전 천연물 연구 중소기업인 고센바이오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편은 순수연구를 하고, 나는 천연물 연구를 통해 당장 먹는 것으로 환자가 효과를 볼 수 있게끔 상호 보완적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신약 임상시험과 혈액치매진단 상용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것이 숙원사업은 아니다. 왜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루고픈 소망이다.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 박사가 뇌 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생성되고 응집되는 현상을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어요. 하지만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죠. 사실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함께 진행해야 해요. 죽기 전까지 혈액치매진단과 신약 개발을 이룰 것이라 믿고 있으며, 메커니즘 연구 또한 학문적 욕심으로 밝혀낼 겁니다.”(김영수 연구원) 




주간동아 2015.12.23 1018호 (p72~73)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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