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1

2018.01.10

법통팔달

로스쿨 체제가 빚은 기현상

법학의 몰락

  • 입력2018-01-09 13: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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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로스쿨 강의실. [뉴스1]

    텅 빈 로스쿨 강의실. [뉴스1]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과 사법시험. 두 개의 법조인 양성 제도를 둘러싸고 그동안 치열한 논쟁이 전개돼왔다. 지난해 1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법 관련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로써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존치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사법시험은 역사의 창고로 들어가게 된다. 

    해당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5 대 4로, 즉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재판관이 5명, 헌법을 위반한다는 재판관이 4명이었다. 헌법을 위반한다는 측은 주로 로스쿨의 비싼 학비를 문제 삼아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는 불이익을 그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소수의견에도 나타나지 않고 또 사법시험 존치 논쟁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법학의 급속한 몰락이다. 로스쿨 설립 취지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며, 국가 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것’임에 비춰보면 이율배반적 현상이다. 

    법학은 그 안에 다양한 분야를 품는다. 헌법, 민법, 형법, 상법, 행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 7대 기본 분야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법학이 있다. 법철학, 법제사, 법사상사 등이 그것이다. 법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기초법학의 일정한 지식 습득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법, 국제거래법, 지적재산권법 등 근현대사회에 와서 비로소 튼튼한 영역을 확보한 분야가 있다. 로스쿨 시대에 기초법학, 국제법 등의 과목은 거의 괴멸 상태에 빠졌다. 많은 학생이 로스쿨을 변호사시험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면서 시험 과목이 아닌 것은 수강신청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 학기 초가 되면 이런 과목은 수강신청자가 없어 숱하게 폐강된다. 배우려는 학생이 없는데 어찌 그것들이 학문으로서 존립기반을 갖겠는가. 

    기본 과목은 또 어떠한가. 로스쿨은 3년 단기간에 법학이론과 실무능력을 동시에 가르쳐 훌륭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을 골자로 설계됐다. 그러나 우리처럼 법학 개념을 설정하고 이를 설명해가는 것이 핵심인 대륙법체계를 택한 국가에서 이렇게 법조인을 단기간에 배출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설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로스쿨에 들어가 허겁지겁 과정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한편 일반 대학 법학부는 로스쿨 시행 이후 폐쇄 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에 법학부 출신인 로스쿨 학생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로스쿨 재학 내내 불행하고 우왕좌왕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로스쿨 내부 보고서를 보면 분명히 적시돼 있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시행 전처럼 방대한 교과서에 따라 체계적으로 공부해나가는 학생이 없다. 그런 학생은 당연히 낙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로 학원강사급 사람들이 쓴 얄팍한 분량의 축약서를 바탕으로 속전속결을 노릴 수밖에 없다. 로스쿨 시행 전후의 법학 기본 교과서나 연구서적 판매 권수를 비교해보면 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수가 몇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교과서를 써봤자 이젠 판로가 거의 막혀버렸다. 교과서가 이러하니 심화연구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법학의 몰락은 로스쿨 시대의 서글픈 현상이다. 또한 머지않은 장래에 법학의 학문 후속세대가 급격히 줄어들어, 우리는 법학 분야 낙후국으로 빠르게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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