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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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키링보다 투명 인형 가방이 대세!

[김상하의 이게 뭐Z?] 진화하는 Z세대 유행… 단발성 아닌 진화 중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8-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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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경험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골프, 테니스, 클라이밍 등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고급 스포츠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 미식 영역에서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다. 누군가는 “소비가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들은 단순히 돈만 쓰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후기와 느낌 등을 남기기를 좋아한다.

    Z세대가 이런 특징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좋아하는 것에 계속 돈을 투자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곤 한다.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변화, 발전하는 이유다. 계속해서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Z세대 유행에 대해 알아보자.

    종이 다이어리에서 앱으로 옮겨간 ‘다꾸’

    다이소 ‘인형 만들기 키트’로 만든 모루인형. [인스타그램 ‘daisolife’ 계정 캡처]

    다이소 ‘인형 만들기 키트’로 만든 모루인형. [인스타그램 ‘daisolife’ 계정 캡처]

    최근 길거리에서 가방에 키링을 주렁주렁 매단 사람을 자주 본다. ‘백꾸’(가방 꾸미기) 열풍이 낳은 유행 중 하나가 바로 키링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키링이나 인형을 가방에 다는 것뿐 아니라, PVC(투명) 가방 또는 PVC 파우치에 담아 밖에서 보이게끔 들고 다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인형 때문에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듯한 유행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포토카드가 유행하면서 톱로더 등 포토카드 케이스가 덩달아 인기였던 것과 비슷하다. 포털사이트에 ‘인형 가방’ ‘인형 파우치’라고 검색해도 수많은 제품이 쏟아진다.

    모루인형 또한 백꾸 영향으로 떠오른 유행 아이템이다. 백꾸 열풍이 불면서 털로 감싼 철사인 모루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모루인형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다 최근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다이소에서 모루인형 만들기 키트를 단돈 2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토끼, 개구리 등 모양을 선택할 수 있고 털 종류는 뽀글모루, 밍크모루 등으로 나뉘며, 털 색깔도 다양하다. 이에 SNS에는 다이소 키트로 모루인형을 만든 후기와 완성품을 올린 게시물이 늘어나고 있다.

    ‘페이퍼 바이 위트랜스퍼(Paper by Wetransfer)’ 애플리케이션으로 꾸민 다이어리. [인스타그램 ‘_janerates’ 계정 캡처]

    ‘페이퍼 바이 위트랜스퍼(Paper by Wetransfer)’ 애플리케이션으로 꾸민 다이어리. [인스타그램 ‘_janerates’ 계정 캡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X(옛 트위터)에서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페이퍼 바이 위트랜스퍼(Paper by Wetransfer)’ 애플리케이션(앱)이 그것이다. 최근 대학가에선 전공 서적을 파는 서점이나 인쇄소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더는 책을 사거나 인쇄하지 않고 모두 아이패드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패드에서 필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트 앱이 중요한데, 기존에는 필기하기 편하고 템플릿이 많은 ‘굿노트’가 대세였다면, 근래에는 다이어리와 스크랩 기능에 초점을 맞춘 페이퍼 바이 위트랜스퍼가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이 앱은 다꾸족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앱으로 다꾸를 한 것을 보면 “금손은 앱 다이어리 꾸미기에도 역시 금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밖에 앱의 노트 느낌을 살려 자신만의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사나 정보를 스크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 신문물은 또 뭐냐” “나도 갈아타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앱의 인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에 전화하면 시를 들려준다고?

    문학동네 ‘인생시 이벤트’ 포스터. [인스타그램 ‘munhakdongne’ 계정 캡처]

    문학동네 ‘인생시 이벤트’ 포스터. [인스타그램 ‘munhakdongne’ 계정 캡처]

    디지털 세대인 Z세대를 반응하게 하는 아날로그 유행도 있다. 최근 영화, 드라마 홍보대행사들은 전화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마케팅용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개봉 일정, 방영 시간 등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이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한층 강화했다. 문학동네의 특정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시 한 편을 랜덤으로 들려주는 이벤트를 선보인 것이다. 7월 24일로 끝이 난 이 이벤트와 관련해 “기간 제한 없이 계속 해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와 낭만이 필요한 날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만큼 설레는 일도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Z세대에게는 특히 그렇다. 꼭 다수의 유행일 필요는 없다. ‘나노 유행’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다 보면 그 안에서 소소한 여러 갈래의 유행이 나오기 때문이다. 꾸미기든, 아날로그 감성이든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그것을 점점 발전시키는 게 요즘 Z세대의 특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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