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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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비타민 희토류 확보 전쟁

스칸듐 등 17개 원소로 이뤄져 다양하게 활용 … 최대 매장량 보유 중국 ‘희토류 대박’

  • 김동환 남호주대 국제학과 교수·국제지역학회 이사 unioxsis@gmail.com

    입력2010-06-14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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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비타민 희토류 확보 전쟁
    2015년 이후 어느 시점에선가 전 세계가 ‘희토류 대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희토류(稀土類) 수출쿼터 축소 또는 전면금지에 따른 수급 차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란 란타늄(La, 57)부터 루테튬(Lu, 71)까지 란탄계열(lanthanoids) 15개 원소와 스칸듐(Sc, 21), 이트륨(Y, 39)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희토류는 다시 경(經)과 중중(中重) 2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입자의 활성이 크고 합금이 용이할 뿐 아니라 산화물 또한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하기 매우 까다롭고, 방사성 물질이 혼합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채취가 쉽지 않다.

    희토류를 필요로 하는 대표 제품으로, 한국인의 95.2%(2008년 기준)가 소지한다는 휴대전화를 들 수 있다. 삼성 핵심 차세대 산업 분야인 8조6000억 원 규모의 LED(발광 다이오드)도 희토류를 필요로 한다. 반도체, LCD TV, 터치스크린은 물론 자동차, 특히 21세기 시장을 주도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에도 희토류가 필수다.

    중동엔 석유, 중국에는 희토류

    이 밖에도 희토류는 풍력·수력 발전에서부터 엑스레이·자기공명영상(MRI) 장비 같은 의학 분야, 철강제련과 석유화학 분야까지 현대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기·전자, 운송, 유리·세라믹 생산품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첨단기술산업 분야,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에 가히 필수적인 자원인 셈이다.



    희토류의 소비량은 석유나 다른 광물자원과 비교하면 매우 적으나 질(quality)적으로는 비교를 불허한다. 따라서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1월 남순강화(南巡講話) 때 한 말로,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과 그 중요성을 역설하는 의미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언뜻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의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중국은 벌써 ‘희토류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희토류의 세계 확인매장량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가 각각 2, 3위에 있지만 환경오염 문제, 중국과의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미 10여 년 전 채굴에서 손을 뗀 상태다. 더없는 독주의 기회를 틈탄 중국은 1992년부터 희토류 생산량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2008년 기준으로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점유했다.

    이뿐 아니라 비축량, 생산규모, 생산품의 다양성(400여 종), 소비량(7만t, 2008년), 수출량에서도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고 특히 초정밀 유도미사일 등의 첨단무기 제조와 영구자석 등 녹색기술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 테르븀은 무려 99%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희토류에서 중국이 중동의 석유보다 더한 독점권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 비타민 희토류 확보 전쟁


    자원민족주의는 가진 자의 권리?

    산업 비타민 희토류 확보 전쟁
    희토류가 자원무기로서 화두에 오르기 전, 중국은 머지않아 불붙을 희토류 확보 전쟁을 위해 조용히 미소 지으며 불쏘시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로 2002년 ‘외상투자 희토산업 관리 잠정규정(外商投資稀土行業管理暫定規定)’을 제정함으로써 희토류 광산에 대한 해외자본의 진입을 차단하는 등 자원민족주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위기감을 조성한 뒤 두 번째 불쏘시개로 2009년에는 ‘2009∼2015년 희토공업 발전계획’과 ‘희토산업 발전정책’을 제정해 2002년의 법을 보완, 강화시켰다. 세계 희토류 확보 전쟁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 중 2009년의 정책은 자원 확보 전쟁에서 핵무기를 동원한 선제공격이라 할 만큼 충격적이다.

    첫째, 2009~2015년까지 희토류 연간 수출규모를 3만5000t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2015년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희토류 수요량은 6만t 이상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수출쿼터 3만5000t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둘째, 희토류 채굴기업 설립 및 광산 자산과 관련된 업무에 외자기업은 일절 참여할 수 없도록 외국자본의 진입기준을 강화시켰다. 반면 외자기업의 희토류 분리추출, 제품의 가공, 신재료 개발, 응용 관련 사업에는 합자·합작 형태로의 투자를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희토류 관련 첨단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이라면 방사능 낙진(희토류 수급의 압박)을 피해 중국 이전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 몇몇 일본 기업은 중국으로 이전, 기술 유출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과 희토류 응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례 1. 정유업체 유노컬 노린 중국의 속셈

    2005년 6월 22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생산량 기준 미국 14위의 정유업체 유노컬(Unocal)의 인수를 위해 중국 기업으로는 미국 투자 사상 최대 액수인 185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언론·재계가 유사시 에너지안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격렬히 반대해 결국 2005년 8월 3일 CNOOC는 유노컬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미국의 관심과 시선은 유노컬의 석유 부문에 집중돼 있었으나, 중국에게 유노컬의 석유는 첫 번째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유노컬의 석유·가스 생산량은 2005년 세계 공급량의 0.23%, 미국 소비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었고 주요 생산 품목은 대부분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였다. 중국의 진짜 관심은 유노컬의 자회사 ‘몰리코프(Molycop)’가 소유하던,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였던 것이다.

    2005년 7월 13일 미 하원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프랭크 개프니 국방성 산하 미 안보정책센터(CSP) 회장은 중국이 숨겨왔던 야심을 정면으로 꿰뚫었다. 그는 마운틴 패스 광산을 중국이 노리고 있으며, 유노컬 인수에 성공했을 경우 미국의 안보에 미칠 위험을 강조했다.

    OPEC 농가 ‘궁극의 독점’ 야망

    그러나 당시 유노컬 사태에서 대부분의 미국 정·재계 관계자는 중국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고, 희토류에 주안을 둔 개프니의 의견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는 당시 희토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노컬 사태 3개월이 지나서야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UCESRC)’가 “CNOOC의 유노컬 인수 목적은 마운틴패스 광산이 있는 자회사 ‘몰리코프’의 소유”일 가능성을 지적했을 뿐이다.

    ▲사례 2. 중국의 호주 희토류 광산 인수 시도

    2009년 9월 중국유색광업집단유한공사(CNMC)는 2억5000만 호주달러를 투자해 세계 3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진 마운트 웰드(Mount Weld) 광산 소유 기업인 라이너스(Lynas)의 지분 51.6%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중국의 과도한 투자를 우려한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는 철광석 등 주요 광산에 대한 외국인 소유 지분을 15% 미만, 나머지 광산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FIRB는 CNMC에 라이너스에 대한 지분 한도를 낮추도록 지시했으나, CNMC는 9월 24일 라이너스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응급 대처에 중국은 세계 3위의 희토류 광산을 소유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의 인수를 앞두고 무엇이 FIRB로 하여금 새 규제를 만들도록 했을까? 중국 국영기업들은 이미 340억 호주달러(34조 원 상당)를 투자해 호주 내 광산 90곳을 인수하려는 등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여왔다. 호주 광산의 대규모 중국화, 즉 중국의 집중투자와 독점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 관련 규제 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한국 안정적 수급 대책 시급

    산업 비타민 희토류 확보 전쟁

    희토류는 반도체, LCD TV, 자동차, MRI 장비 등 대부분의 전기·전자, 운송, 유리·세라믹 생산품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2009년 중국의 희토류 매장규모를 계획된 채굴 비례로 계산할 경우 경(輕)희토류는 무려 1023년간, 중중(中重)희토류는 87년간이나 수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 2위와 3위의 희토류 광산을 획득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능가하는 ‘궁극의 독점(ultimate monopoly)’ 국가로서의 지위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마운틴 패스 광산과 마운트 웰드 광산이 미국, 호주의 자본과 영향력 아래 놓임으로써 중국과 희토류 수입국 간의 ‘종속’관계 형성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가 활발하게 희토류 문제에 대비(상자기사 참조)하는 반면, 한국은 희토류 관련 대책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해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완성된 소재와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므로 희토류 수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국가보다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부품의 급격한 가격상승뿐 아니라 수입이 전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희토류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한두 개의 희토류 광산 확보가 시급하다.

    2010년 현재 희토류 채굴이 가능한 대규모 광산은 전 세계 통틀어 9곳뿐으로 그중 4곳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다행스럽게 중앙아시아 국가, 특히 키르기스스탄이 ‘아카투스(Aktyus)’라는 희토류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키르기스스탄이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희망하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린다. 한국 정부가 중앙아시아자원부국과의 자원개발 협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9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자원부국과의 자원외교에 나섰다.

    우리와 비슷한, 오히려 열악할지도 모르는 자원환경을 지닌 일본의 ‘희토류 재활용’ 벤치마킹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1인당 금속원자재 소비량이 미국인의 2.5배, 일본인의 1.8배에 이른다. 산업폐기물의 자원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라는 뜻이다. 산업폐기물 재생제품화의 모든 공정에 대한 논의와 신속한 법제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쿼터 축소에 따른 미·일 대응

    미국 ▶ 방어 준비 갖추고 희토류 채굴에 가속도 붙어


    보조금 강행 2009년 미국 의회는 처음으로 2010년 국방예산에서 육·해·공 모든 부서에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 및 수급 차질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상황을 검토할 수 있도록 예산을 책정했다. 또한 마운틴 패스 광산 소유사인 골드만삭스에 300만 달러의 보조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자국 내 희토류 대규모 채굴 2010년 미 연방회계감사원(GAO)은 미군의 첨단무기 중 일부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쿼터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은 2010년부터 3년간 마운틴 패스 광산의 연간 희토류 생산량을 2만t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2008년 세계 희토류 총생산량의 15%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또 다른 희토류 광산 재탐색 경제성을 이유로 1950년대 후반 폐광된 아이다호 주와 몬태나 주의 경계에 있는 희토류 광산과 플로리다 주의 그린 코브 스프링즈(Green Cove Springs) 광산에 높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일본 ▶ 해외자원 확보, 비축량 확대, 재활용, 대체재료 개발

    산업 비타민 희토류 확보 전쟁
    해외자원 확보, 비축량 확대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희토류 매장량 2100만t을 차지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 2009년 카자흐스탄과 희토류 공동개발 합의에 성공했다.

    재활용 정책 이미 대규모의 희토류가 일본산 전자제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일본은 ‘도시광산(urban mining)’을 확대, 아시아 지역에서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도시광산이란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보고, 그 속에 포함된 금속을 산업 원료로 재활용하는 산업이다. 2013년까지 희토류 재활용률을 80%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8년 발표에 따르면 일본 전자제품의 액정이나 태양전지에 쓰는 인듐은 세계 매장량의 61%, 반도체 제조의 핵심 원료인 탄탈룸은 10%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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