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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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 30% 떼내기 가짜 영수증 보고도 관행”

횡령 의혹 환경연 전현직 실무자들의 녹취파일 충격… “이미 공공연한 사실 자정의 기회 되길”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07-07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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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보조금 30% 떼내기 가짜 영수증 보고도 관행”

    ‘주간동아’에 제보된 각종 자료와 녹취파일이 담긴 CD. 2월 환경운동연합이 배포한 해명자료.

    지난 2월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이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실무 간부 2명이 회계 부정으로 환경연 내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 당시 언론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국내 최대 환경운동단체인 환경연의 실무 간부 2명이 지난 3년간 6600만원의 기업·정부 보조금을 개인 계좌에 넣어 관리해온 사실이 적발돼 환경연이 자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조선일보’ 2월28일자).

    하지만 이 사건은 같은 날 환경연의 해명자료가 나온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후속 보도도 없었다. 많은 언론은 당시 이 건을 ‘횡령’으로 규정했지만 환경연은 사건의 본질이 ‘불투명한 회계운영’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흔적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당시 환경연의 설명이었다.

    수사기관의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자정기능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시민 사이에서 힘을 얻었다. 환경연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락된 듯하던 이 사건은 물밑에서 지금도 확대 재생산되며 환경연을 괴롭히고 있다. 환경연 안팎의 몇몇 인사는 여전히 당시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다. ‘조사가 미진했다’ ‘의도적으로 은폐했다’ ‘관행적 회계부정(또는 횡령)을 고발한다’는 식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환경연 안병욱 사무총장은 “법적 조치를 강구할 생각도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간동아’는 2월 언론보도 이후 이 사건에 주목해왔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 사건의 본질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관행의 일면이 확인된 것뿐”이라는 환경연 내외의 지적도 궁금증을 부추겼다.

    “악의적 편집, 사실관계 대체로 맞아”

    5월 말부터 ‘주간동아’는 이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몇몇 제보자와 차례로 접촉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이른바 ‘환경운동연합 횡령 의혹 사건일지’(이하 사건일지)를 포함한 몇 건의 자료를 확보했다. 자료에는 환경연 전·현직 실무자들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비밀 녹취파일 6개도 포함돼 있다.

    이 녹취파일에는 환경연이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저질러왔다는 각종 문제점이 상세히 담겨 있다. 내용 또한 충격적이다.

    ‘주간동아’는 제보를 받은 이후 사건일지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사건일지 내용은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있긴 해도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자별로 상황을 정리해놓은 사건일지에 이름이 거명된 한 환경연 인사는 “악의적으로 편집된 부분이 많지만 사실관계는 대체로 맞다”고 말했다.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3명의 신원도 분명했다. 확인 결과 이들은 환경연의 전직 간부와 현직 실무자,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활동가였다. 이들은 2월 벌어진 간부 2명의 횡령사건에 대해서도 환경연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상세한 부분들을 거론하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환경연은 전국적으로 15만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3만1000여 명이 납부하는 회비(2008년 5월 현재)로 운영된다. 중앙환경연의 경우 연간 총수입이 14억7000여 만원(2007년 기준)인데 이는 회원들의 회비, 기업 보조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원금 및 프로젝트 비용으로 이뤄진다. 사실상 공적 기관이라 해도 무방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녹취파일이 특정인의 의도에 따라 녹음된,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간동아’가 환경연의 예산을 ‘공적(公的) 영역’으로 규정하고 보도를 결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개인정보 및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대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상정보는 밝히지 않는다).

    3시간 분량의 녹취파일 6개와 사건일지의 내용은 상당 부분 맥을 같이한다. 녹취파일 중간 중간에 사건일지 얘기가 나오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 녹취파일이 2월 회계부정 사건 이후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녹취파일과 사건일지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환경연이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정부 보조금과 기업 후원금이 들어오면 그중 30%를 관행적으로 떼어내 담당자(개인)가 보관, 임의로 사용한다(녹취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를 ‘오버헤드 30%를 뗀다’고 표현했다. 그들은 대화과정에서 이 자금이 애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유용되거나 심지어 개인이 횡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이렇게 만들어진 자금을 감추기 위해 정산 과정에서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가짜 영수증을 정부, 지자체, 기업 등에 보고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내부적으로 체계적인 정산을 한 경우도 별로 없다(녹취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예로 2005년 우간다에서 열린 람사르회의를 꼽는다. 당시 이 사업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로부터 1억원의 보조금을 받았음에도 환경연이 참석자들에게 참가비 200만원을 환경연 실무직원의 개인 계좌로 받았고 이후 정산 요구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녹취파일에는 위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례들이 제시돼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녹취파일의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 한다.

    “(정부, 기업에서 나온) 펀드의 경우 오버헤드를 떼고 남은 70%만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정산할 수가 없다. 정산한다고 해도 이미 가짜 정산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정산을 요구하지도 않는다.”(전직 환경연 간부 B씨)

    “(환경연 간부) A씨를 잘 아는 친구에 따르면, A씨가 전화해 ‘영수증을 맞추다 보니 이젠 1000만~2000만원도 시시해 안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현직 실무자 C씨)

    “환경연에서 행정자치부나 어디든 (펀드 신청서를) 내면 똑같은 명목으로 자기 지역에도 사업계획서를 낸다. 제목만 다르게 하고 날짜를 맞춘 뒤 조사는 한 번만 하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펀드에서 1000만~2000만원은 쉽게 남길 수 있다.”(C씨, 활동가 D씨)

    “영수증의 경우에도 숙박비, 비행기표 등을 통으로 끊는다. 세금만 내면 (어디서든) 다 끊어준다. 카드로 결제하고 10분 안에 취소한다. 그리고 그 영수증을 첨부해 제출한다. (카드 리스트를 뽑아보면 다 나오지만) 대기업 같은 경우엔 기부 형태로 주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펀드 자체가 다 눈먼 돈이니까.”(B씨)

    “영수증 처리 등 문제 있음 인정”

    그렇다면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거나 한때 몸담았던 조직에 대해 왜 이런 식의 의혹을 제기했을까.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B씨는 7월2일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녹취파일에 나온 내용을 여러 차례 문제 제기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언젠가는 이 문제가 공론화될 줄 알았다. (내가) 원한 결과는 아니지만 자정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 다음은 그의 설명이다.

    “(사건일지와 녹취파일의 주요 내용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것들이다. 새로울 게 없다. 내가 한 얘기도 그 연속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녹취된 파일이지만 발언 내용을 부인하진 않겠다. 다만 환경운동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감안해 (녹취파일이) 악의적으로 쓰이지 않길 바란다.”

    ‘주간동아’는 이러한 의혹들과 관련해 환경연에 서면질의를 함과 동시에 염형철 사무처장과 장시간 인터뷰를 가졌다(상자기사 참조). 염 처장은 2월 불거진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의도로 제기된 의혹”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사건일지도 악의적으로 편집된 경향이 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환경연 운영에 일정 부분 문제가 있음을 털어놨다. 다음은 그의 부연 설명이다.

    “제보자의 주장은 상당 부분 과장됐지만 우리(환경연)가 인정할 부분도 있다. 시민단체에서 영수증 처리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며 또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후원금 같은 경우는 인건비 등이 책정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녹취파일에서 제기된 내용들도 일부 문제를 마치 전체 문제인 양 확대해석한 측면이 있다. ‘횡령사건’의 경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도 깜짝 놀랐다. 사건 당사자들이 조사를 거부해 (조사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환경연에 전달되는 각종 자금, 특히 정부·지자체의 예산은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그 용도와 다르게 자금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탈·불법 용도 전용’이 된다. 개인이 이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명백한 ‘횡령’이다.

    환경연은 취재과정에서 ‘어쩔수 없는 자금 전용’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염 처장의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제보자들의 주장처럼 ‘횡령’이 있었는가로 모아진다. 과연 의혹은 사실일까. 아무래도 이 의혹에 대한 설명은 예산을 집행하고 감독하는 정부와 수사기관의 몫일 듯싶다.

    환경운동연합

    국내 최대 환경운동단체로, 1982년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환경단체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기원으로 한다. 1993년 4월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8개 환경단체가 지금의 이름으로 통합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현장성, 대중성,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 환경단체를 넘어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로 발전했다. 90년대 지리산·점봉산·덕유산 보호, 시화호 살리기, 동강 살리기, 핵폐기장 강행 저지, 새만금 살리기, 서남해안 습지 보전 등 각종 환경 관련 사업을 주도했다. 지역 현장을 지키는 지역환경연이 51개에 이르며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법률센터, 환경교육센터, 월간 ‘함께 사는 길’, 시민환경정보센터 등 전문성과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기관들도 운영하고 있다.


    환경연 서면답변 자료 공개

    “제기된 의혹 대부분 사실무근 … 개인 용도 주장 저열한 음해”


    ‘주간동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환경연에 두 차례에 걸쳐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 첫 번째 질의서는 2월 언론에 보도된 간부 두 명의 자금횡령 의혹에 관한 내용이고, 두 번째 질의서는 ‘주간동아’에 제보된 환경연의 각종 관행 및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혹들에 관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주간동아’는 환경연에 녹취록의 존재를 알리고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환경연이 보내온 답변의 핵심은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사실무근”이라는 것. ‘주간동아’는 환경연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환경연의 답변 가운데 각종 의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만을 공개한다.

    - 2월 불거진 사건에 대해 부실 조사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누구 제기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징계위원회 산하 조사위원회가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은행계좌 입출금 명세까지 확인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당사자들의 소명만 들었을 뿐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제보자의 의도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 당시 징계 수위는 적절했나(당시 문제가 된 두 사람은 각각 권고사직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 외 간부들도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경고 및 주의를 받았다).

    “환경연 징계위원회는 파면과 권고사직을 놓고 장시간 토론을 거친 뒤 권고사직으로 결정했다. 파면을 주장하는 징계위원도 있었지만, 개인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마당에 최고 수위의 징계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시민운동 처지에서 권고사직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 환경연이 돌려받은 6600만원은 (환경연과 사고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결론이라는 주장도 있다.

    “답변 가치를 못 느낄 만큼 악의적이다. 정확히 6687만6000원인데, 이는 문제가 된 두 간부가 보관하고 있던 각종 기부금과 사업비 잔금을 환경연에 반납한 금액이다. 두 간부가 개인 계좌에 보관해온 돈을 자신을 위해 사용했거나 사업비로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면 개인 용도로 사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업비로 입출금했다는 사실만 확인됐기 때문에 ‘횡령’이 아닌 ‘중대한 보고 의무 위반’으로 규정한 것이다.”

    - 제보자는 환경연이 기업의 후원금, 정부예산 등에 대해 30% 오버헤드를 떼고 나머지 70%로만 사업을 진행한다고 주장한다. 떼어낸 오버헤드는 활동가들의 생활비, 개인 용도로 쓰인다고 하는데….

    “그 제보자는 환경연의 사정에 밝지 않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과거 환경연의 회계시스템이 회계 전공자가 아닌 일반 활동가들에 의해 이뤄져 취약할 때, 사업별로 참여자에게 기부를 받거나 사업비를 최대한 절약해 사업비의 10~30%를 재정지원이 없는 사업 등에 사용한 적이 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으면 이것 역시 편법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 기부금 처리를 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정부 보조금(공모사업비)을 신청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 또한 현재 환경연은 (제보자가 주장한) ‘오버헤드’를 ‘기획운영비’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활동가들의 생활비와 개인 용도로 쓰인다’는 주장은 답변할 가치가 없는 저열한 음해다.”

    -2월 사건 당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외부에서 제기된 의혹의 경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기 전 먼저 내부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상식이다. 의혹 당사자들이 개인 계좌에 관한 자료를 제출했고 이를 확인한 결과 개인 유용 의혹이 해소됐기 때문에 검찰 등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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