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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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고도 일조량 풍부 진한 장미꽃 향기 ‘흠뻑’

  •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8-07-07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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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고도 일조량 풍부 진한 장미꽃 향기 ‘흠뻑’

    와인을 시음하는 알비노 로카. 그는 양조장 알비노 로카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와 이란성 쌍둥이 같다. 둘 다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 이름이자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와인의 맛과 향은 좀 다르다. 같은 포도로 만들지만 마을의 토양과 풍토, 기후에 의해 기질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굵은 타닌과 거친 입맛의 바롤로는 오빠 같고, 세련된 질감과 감촉의 바르바레스코는 누이 같다.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는 씨는 같아도 태어난 환경이 달라 담근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거침과 부드러움, 남성형과 여성형 등으로 구분되지만, 10년 넘게 숙성해 깊은 맛을 풍기는 단계에 들어서면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특유의 뭉클한 부케는 끊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입 안을 맴돌아 와인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르바레스코 한복판에 자리잡은 알비노 로카(Albino Rocca)를 찾아 나섰다. 좋은 포도밭은 따로 있는 법. 즉 바르바레스코라고 해서 다 같은 바르바레스코가 아니다.

    전통의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 기질 비슷

    바르바레스코는 전통적으로 여러 구역의 포도를 한데 모아 섞어서 양조한다. 포도밭의 특질을 살려내기보다 옛날부터 하던 식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자기 소유의 포도밭 포도들과,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에서 구입한 포도를 혼합해 양조하는 방식이다. 19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테루아(terroir·토양 조건) 열풍으로 특정 포도밭을 별도로 양조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으며, 이를 통해 양조장 주인은 해당 포도밭 특유의 환경에서 풍겨 나오는 맛과 향을 병입한다. 와인의 세계에 빠진 소비자들이 양조장 주인의 철학이 배어나는 특별한 와인을 찾기 시작해 오늘날 특정 포도밭 와인은 인기가 많다.



    알비노 로카 양조장에서 가장 우수한 밭은 브리크 론키(Brich Ronchi)라고 불린다. 동남향 사면에 자리한 브리크 론키는 해발고도도 높고 방향이 좋아 일조량이 충분하다. 알프스의 기운이 완화돼 나지막한 언덕으로 수놓아진 바르바레스코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구역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양조장 알비노 로카의 창시자 알비노는 한평생을 양조에 매진했다. 네비올로의 두꺼운 껍질에 대단한 타닌이 함유된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무엇보다 포도의 완숙이 품질의 열쇠란 사실을 깨달았다.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일조량 확보와 오랜 생장기간을 획득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언덕 꼭대기에 이런 특성을 지닌 포도밭 구역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 구역이 바로 브리크 론키다.

    양조장에서 세대교체는 섬세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이뤄진다. 현 알비노 로카의 주인은 알비노의 아들 안젤로 로카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언제 포도를 따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전해 내려오는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병통치약 같은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버지와 같이 땀 흘리고 맥 빠진 허리를 두드리며 익힌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아버지의 그늘에 있을 수는 없다. 결국 와인의 맛은 단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날 아버지는 햇볕에 머무르기를 즐겨하는 노인이 되어 뒤로 물러서고, 아들이 양조장의 일인자가 됐다.

    브리크 론키 2001은 장미꽃 향기가 진하고, 미세한 질감과 블랙베리 등의 과일 향내가 농후해 네비올로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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