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일반 공개를 시작한 인문학박물관. 신소설 ‘자유종’ ‘옥루몽’ 등 3000여 점의 인문학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6·25전쟁 이후 잡지, 1950년대 대선 포스터 등 남다른 향수 선사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등학교 안에 자리잡은 ‘인문학박물관’이 7월1일부터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1908년 문을 연 ‘기호학교’에서 시작된 중앙고등학교는 독립운동가 장지연, 시인 이상화 서정주, 소설가 채만식, 국어학자 이희승 등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 오랜 역사를 지닌 명문 사학 캠퍼스에 국내 최초의 인문학박물관이 개설되었다는 사실은 적잖은 상징성을 지닌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인 박물관은 한국 문화사, 인문학에 관련된 1만7000여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중 전시되고 있는 소장품은 3000여 점. 1층에는 1만여 권의 인문학 도서가 비치된 도서관이 있다. 소장품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구한말 제작된 유물들이다. 유길준이 쓴 최초의 국어문법책 ‘대한문전(大韓文典)’, 김순남이 작곡한 국내 최초의 피아노협주곡 ‘피아노협주곡 D장조’의 육필 악보, ‘옥루몽’ ‘귀의 성’ ‘자유종’ 등 교과서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신소설들, 장지연이 쓴 백과사전 ‘만국사물기원역사(萬國事物紀原歷史) 등 희귀한 자료들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1900년을 전후해 조선을 방문한 영국 기자 앵거스 해밀턴의 ‘한국에서’와 미국의 제임스 크릴먼이 1901년 고종 황제를 인터뷰해 펴낸 ‘더 그레이트 하이웨이’ 등 영문으로 쓰인 조선 여행기들은 한국을 바라보는 한 세기 전 서양인들의 시각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다.
또 전시물 중에는 6·25전쟁 이후 발간된 잡지나 50여 년 전의 신문, 라디오, TV, 1956년 대통령선거 포스터 등도 있어 한 세대 전 급변했던 산업화, 도시화의 흔적을 실감케 한다. 3층에 전시된 ‘철수’와 ‘영희’가 등장하는 오래된 교과서들은 30대 이상 세대에게 남다른 향수를 선사한다.
인문학박물관 측은 “인문학박물관은 대중이 근현대의 인문정신을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사회적, 공공적 평생교육 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박물관 관람’ 방학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층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그리고 성인들에게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듯싶다. 인문학박물관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개관하며 마지막 입장 시각은 4시30분이다.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월요일은 휴관. 문의 02-747-6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