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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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석유 통제권 확보 신호탄

자원의 지배·중동 질서 재편 시작 … 카스피해·중앙아시아 유전으로 옮겨갈 듯

  •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jaedu1@hanmail.net

    입력2003-03-20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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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석유 통제권 확보 신호탄

    이라크에 매장된 석유는 유황 함량이 낮아 품질이 뛰어날 뿐 아니라 채굴 비용도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은 목적이 단순할수록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전의 목적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테러리즘 근절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의 제거라는 측면도 이번 전쟁의 분명한 목적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번 전쟁이 국제 석유 질서의 재편을 알리는 서막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구상의 석유는 2004~2008년을 고비로 생산량이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다. 또 일단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특별한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 한 석유는 앞으로 40년 정도 후면 고갈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런데 2001년 새로 발견된 약 80억 배럴 규모의 유전 중 70억 배럴이 서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계기로 중동, 카스피 해, 중앙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한편 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대형 유전을 발견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확인시켜 주었다.

    부시 행정부 에너지 문제 ‘국가안보 최우선’ 과제

    미국이 노리고 있는 이라크와 이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라크와 이란에서는 1900년대 초부터 1970년대까지 10억 배럴 이상 규모의 유전이 모두 35개나 발견되었음에도 1980~1988년까지의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탐사가 중단되었다. 특히 이라크에 매장된 원유는 유황의 함량이 아주 낮아 질 좋은 연료를 생산하기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중동지역의 다른 나라에 비해 채굴 비용도 매우 싼 편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미국의 대(對)이라크전을 ‘석유전쟁’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자원의 지배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갈등은 자원 고갈 직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이미 그 터널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부시 행정부에는 석유문제에 관한 한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도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 미국의 높은 에너지 해외의존도 문제는 카터 대통령 시절부터 대두하기 시작했으며 21세기를 전후해 이 문제에 대한 대처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왔다.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으로부터의 도입 비율을 늘이고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수입구조로 체질을 강화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체니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7개 부처 장관과 6개 기관장을 위원으로 하는 에너지정책개발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2001년 5월16일 부시 대통령에게 국가에너지정책(National Energy Policy)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에너지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외교, 통상과 더불어 최우선적으로 다룰 것을 천명하고 있다. 과거 이념 지향적 국가정책이 경제 중심적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라크전쟁을 통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역 중의 하나는 중앙아시아와 카스피 해 지역이다. 미군 한 명 없던 이 지역에 9·11테러 이후 속속 미 군사기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2002년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규모 확장, 독일과 미국의 갈등에 의한 독일 주둔 미군의 재배치 등으로 인해 발틱 해에서 아라비아에 연하는 미 군사기지의 전략적 벨트도 완성돼 가고 있다. 에너지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벨트라인은 송유관을 보호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힘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역할도 한다.



    우리는 이처럼 변화하는 국제안보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국제 에너지 질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한 신호탄인 동시에 중동 질서 재편의 중간 기착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순서는 카스피 해와 중앙아시아의 유전 및 가스 개발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는 작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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