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총선을 준비중인 현철씨의 발걸음은 요즘 매우 가벼워 보인다. 무엇보다 부친 YS가 지지를 공식 표명했기 때문이다. YS는 3월10일 방영된 YT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거제에서 26세에 국회의원이 됐고 대대로 선조들이 묻혀 있는 고향인 만큼 현철이가 거제에서 입후보하면 말릴 생각이 없으며 당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현철씨의 거제 출마를 공식화했다.
‘상도동’이라는 정치명가(名家)를 잇는 현철씨의 등장은 거제 정가에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4월24일로 예정된 거제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출마 후보들이 현철씨 자택(서울 구기동)을 찾는가 하면 대놓고 ‘면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YS 발언 이후 이런 흐름은 두드러지고 있다. 현철씨는 “선거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며 발을 빼지만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갖는 무게는 무시하기 힘들다. 특히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인 김기춘 의원측의 신경은 날카롭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거제가 YS의 아성인 점이 걸린다”고 씁쓸해했다. 김의원의 다른 측근은 “각종 권력비리사건에 연루됐던 그가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거제시민이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선의 도시인 거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각종 노동 및 시민단체 등도 현철씨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당초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김의원을 전국구로 빼고 현철씨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짰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대선 패배로 이 시나리오는 무용지물이 됐고 결국 거제의 새 주인은 ‘정글법칙’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제시장 보궐선거는 그 전초전인 셈이다. 김의원측은 국회보좌진들을 거제 현지에 보내 선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의원측이 2000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통해 거제시장 후보를 뽑는 것도 지역민심을 겨냥한 것이다. 현철씨도 지난해 연말부터 일주일에 2~3일씩 거제를 방문하고 있다. 거제는 과연 대(代)를 이은 부자의 정치 야심을 받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