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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도가니’ 사건 해결 주역 김윤태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의무교육 대상 장애유아 86%가 방치”

“어린이집 특수교사 처우 열악해 지원 안 해 … 정부가 의무교육 법 안 지킨다”

“의무교육 대상 장애유아 86%가 방치”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김윤태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한국심리운동연구소 소장)는 국내 ‘심리운동’의 대가로 꼽힌다. 2007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 국가심리운동자격증을 취득했고, 한독심리운동학회 초대 학회장을 맡아 국내 심리운동 연구와 확산에 공헌했다. 

신체적 움직임을 매개로 교육하고 치료하는 심리운동은 독일에서 시작돼 오늘날 장애아동 및 성인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2000년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과 강원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사건(시설 대표 장모 씨가 지적장애인들을 입양해 학대하고 장애인 수당과 후원금을 가로챈 사건), 전남 신안 염전 강제노역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주역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 장애영유아

7월 5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김윤태 교수(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전국장애영유아학부모회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차별 해소와 의무교육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7월 5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김윤태 교수(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전국장애영유아학부모회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차별 해소와 의무교육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 그가 최근 거리로 나섰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을 진행하는가 하면 정책간담회를 주도하면서 거리 시위도 준비 중이다. 주장은 간결하다. 국가가 만 3세부터 장애유아 의무교육을 규정했으면서도 정작 그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 또 도가니 사건 등을 해결하면서 간파한 국내 장애유아교육의 문제점도 그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8월 28일 서울 충정로 ‘주간동아’ 인터뷰룸에서 그를 만났다.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 [뉴스1]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 [뉴스1]

8월 21일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를 위한 민관 간담회’를 주도하는 등 장애영유아 교육에 대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가 뭔가. 

“국가와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사회적 약자는 장애영유아라고 본다. 장애영유아에게 교육은 곧 생존 문제다. 장애 예방과 조기 발견, 치료가 중요한 만큼 장애유아는 만 3세부터 만 17세까지 의무교육(2008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이하 특수교육법) 대상으로 법제화됐고, 만 3세 미만 장애영아는 무상으로 교육받게 돼 있다. 그런데 대다수 장애유아는 법적 권리인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복지와 교육정책에서 항상 소외됐다. ‘최우선’이 아니라 ‘맨 마지막’으로 취급받아왔다. 간담회에는 교육부, 보건복지부(복지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도 참석했는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청와대 앞에서 눕겠다’고 했다. 장애영유아 학부모 등과 함께 거리에서 시위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의무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건가. 

“유치원은 장애유아 4명 이상 재원해야 특수학급을 만들 수 있고(특수교육법에는 유치원의 경우 1~4인 1학급, 4인 초과하면 2개 이상 학급 신설하도록 규정), 4명당 유아특수교사 1명을 배치해야 한다. 보육기관인 장애영유아어린이집의 경우 영유아 3명당 1명의 교사를, 교사 3명당 1명의 특수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장애유아 1명이라도 옮기면 학급이 해체될 수도 있어 학부모들은 늘 노심초사한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현재로선 국가가 규정한 의무교육이 실제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2011년에 일정 요건을 갖춘 장애전문어린이집에 다니면 ‘의무교육을 받는다고 본다’는 임시방편을 만들었다.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니, 전국 178개 장애전문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는 7 대 3 비율이었다. 장애전문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유아가 많은데도 이들 어린이집에선 유아특수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유아특수교사에게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해도 못 구하는 게 현실이다.” 

특수교육법 제19조(보호자의 의무 등) 2항은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특수교육대상자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설치된 어린이집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서 정하는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2012년 만 3세까지 의무교육이 확대되면서 의무교육을 ‘소화’할 기관이 부족하자 ‘어린이집에 다니면 의무교육을 받은 걸로 친다’는, 일종의 ‘꼼수’였다. 이런 문제 이면에는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로 이원화된 담당 부처 문제도 숨어 있다. 복지부는 교사 수급 문제는 교육부 책임이라 하고, 교육부는 복지부가 담당하는 시설에 교사를 배치할 수 없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장애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은 학부모의 ‘선택’인 만큼 어린이집 교사 수급 문제를 교육부가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교육부와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장애유아 3만8274명 중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는 5186명(13.5%),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는 1만1872명, 재가(在家) 유아는 2만1216명이다. 따라서 장애영유아 관련 단체나 학부모는 “말로는 의무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차별받는 가운데 방치된 장애유아가 86.5%”라고 주장한다.


“피가 마른다”

유아특수교사들은 왜 어린이집 근무를 기피하나. 

“대학 유아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특수교사가 되면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10호봉(월 195만3700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보육기관이라 1호봉(월 152만7900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순 호봉만 비교하면 연 400만~5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어린이집 교사는 연금이나 각종 연수 기회도 거의 받지 못하는데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10시간 이상 길다. 당연히 유치원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하지 누가 어린이집에 지원하겠나. 최근에는 특수교사 임용 선발 폭을 늘려 그나마 어린이집에 지원하려던 학생들도 교원임용시험으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법정 교사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린이집은 지정 취소 대상에 오르게 돼 어린이집 원장과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는 피가 마른다.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제32조 6항에 따르면 특수교사와 보육교사 배치 기준을 총족하지 못하면 기초단체장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교사 수급 문제는 어린이집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의무교육인데도 학부모들의 고민도 클 거 같다. 

“처우가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유아특수교사는 대부분 3년 차 미만의 경력이고 이마저도 자주 바뀌니 학부모들이 불안해한다. 학부모가 왜 교사 수급 문제를 걱정해야 하나. 헌법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강조하고, 특수교육법에는 ‘특수교육대상자와 보호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 양성 등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임무 규정까지 뒀는데 법을 지키지 않는다. 국가가 의무교육을 천명했지만 실제 의무교육은 실행되지 않는 거다.” 

해결책은 없나.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장애영유아의 동등한 의무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동안 의무교육 책무를 감당한 장애전문어린이집을 유치원처럼 의무교육기관으로 지정해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교사들이 지원해 교사 수급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적은 지역에서는 유럽처럼 특수교사가 순회해야 한다. 순회교육 등에 관한 법도 이미 만들어놓았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의무교육을 왜 만 3세부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잘 생각해야 한다.” 

장애유아에게는 ‘교육이 곧 생존’이라는 얘기 말인가. 


“그렇다. 유아기 때 신체 발달의 80%가 이뤄진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의사 표현이나 추리 및 미래예측 능력은 곧 생존 문제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조음(造音) 능력은 기억하는 단어들의 연결이고, 이는 다양한 자극과 환경 속에서 갖춰진다. 일반인은 자연스레 의사소통 능력을 익히지만 장애인은 유아기 때 다양한 자극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줘야 한다. 생각하고 추리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일반인은 큰 일교차를 예측하고 저녁에 입을 긴팔 옷을 챙긴다. 그러나 장애인은 인지 능력을 키우면서 미래예측 능력도 교육받아야 한다. 흔히 뇌성마비 같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장애유아는 신체가 발달하면서 병변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팔이 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때 적절한 교육과 치료, 운동을 해주는 것과 안 해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성기에 붙인 반창고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동아DB]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동아DB]

김 교수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이나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사건, 신안 염전 강제노역 사건 등 수많은 피해사건에 대한 관찰조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애인들을 관찰조사하다 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겠다. 

“그렇다. 장애인들 피해사건을 조사할 때마다 느끼는 점도 조기교육의 중요성이다. 2011년 영화 ‘도가니’가 열풍을 일으키며 사건 재조사 여론이 높아졌다. 경찰의 의뢰로 피해학생 60여 명과 전남 한 리조트에서 2박 3일간 합숙하며 관찰조사를 했다. 피해학생들은 성인이 됐고, 그들에게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반인은 ‘에펠탑’이라고 하면 그 모양이 그려지지만 장애인은 수많은 자극을 반복해야 하니까. 당시 심리운동 관찰·진단 프로그램에 따라 (성폭행) 상황을 떠올리게 하면서 심리 상태와 증상을 파악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바닥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한 뒤 반창고를 주면서 자신의 가장 아픈 부위에 붙이게 했다. 이때도 반창고의 기능을 알려줘야 한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 붙이는 게 반창고라는 식으로….” 

피해학생들은 어디에 붙였나. 

“대부분 불쾌한 듯 인상을 쓰면서 성기에 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가구 위치를 교차 확인했고, 누구와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를 검찰에 넘겨 교장과 교직원들을 검거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의무교육을 만 3세로 낮춘 거 아닌가. 장애아동들이 시의적절한 교육을 받고 의사를 표현하며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장애급여 같은 국가 재정도 그만큼 아낄 수 있다.” 

기억은 가공, 왜곡될 수도 있지 않나. 

“기억과 함께 몸짓과 표정에 묻어나는 감정, 정서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 곧 추석인데, 명절에 친·인척과 화투 놀이를 하더라도 돈을 잃은 사람의 얼굴에는 표시가 난다. 작은 표정 변화나 몸짓을 통해 당시 심리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관찰조사는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과학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건 조금 다른 얘기’라며 성범죄에 대해 운을 뗐다. 

“흔히 20대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는 사회적으로 미성숙하거나 위축돼 있다. 정상적인 이성 교제를 하면 상대 여성의 관심을 끌려 하고, 성교육이 돼 있다면 성적 욕구를 억제한다. 하지만 ‘야동’에 노출돼 왜곡된 성의식에 휘둘리면 성폭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아진다. 감옥에 갔다 오고 전자발찌를 착용해도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보다 연약한 미성년자를 또 성폭행하고, 겁이 나니까 살인한 뒤 시체를 훼손한다. 이런 성범죄자는 전문가가 1년여 동안 전담하면서 상담과 교육을 병행해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최근 ‘어금니 아빠’ 사건도 그 연장선상이고, 농촌 총각 문제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이성 교제나 교육 없이 다문화가정을 꾸리면 젊은 외국인 여성과 가정불화가 심하다. 이러한 정서·행동장애도 법에 규정한 특수교육 대상이다. 우리도 특수교육에 대한 시각을 바꿀 때가 됐다.”


특수교육이 변해야 하는 이유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어떻게 바꿔야 하나. 

“특수교육대상자라 하면 흔히 시각·청각·지적·지체장애를 떠올리는데, 정서장애나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심장병 환자 등 건강장애를 가진 사람 모두를 포함한다. 이건 우리 법(특수교육법 제15조)에도 규정돼 있고, 전 국민의 20%가량이 특수교육대상자다. 따라서 우리 가족과 이웃, 친구 중 누구라도 특수교육대상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특수교육과도 폐과를 고민해야 한다.” 

현직 유아특수교육과 교수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니….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의 ‘분리’는 최소화해야 한다. 특수학급을 만들어 일반학생들과 분리된 채 별도 교육을 받기보다 일반학생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장애학생들과 통합교육을 하는 곳도 있지만, 편견과 수업 지장 등의 이유로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학교가 많다. 이런 ‘편의적 발상’은 장기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낳는다. 미국과 유럽은 장애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제한 환경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나간다면 장애학생이 휠체어를 타고 운동장에 나가 일반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반에 학생 10명 중 1~2명이 장애학생이라면, 담임교사는 특수교육을 부전공으로 배워 통합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육 성취도 면에서도 통합교육을 받은 장애학생의 성취 수준이 높고, 서구의 특수학교들도 이제는 특수교육지원센터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 국가가 장애학생을 책임지지 못하던 시기에는 시설에 수용했지만, 이제 편견과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할 때가 됐다. 그리고 장애아동을 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필요하다.” 

장애가정에 대한 지원 말인가. 

“장애인을 둔 가족의 고통은 만만찮다. 부모는 장애자녀가 제대로 교육받는지 늘 불안해한다. 비장애자녀는 장애자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기대를 받거나 차별대우로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북도와 함께 장애부모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장애아동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1년에 1억 원씩 들여 사교육을 하는 가정도 있더라. 장애아동이 제대로 교육받는지 컨설팅을 해주고, 장애아동을 둔 형제자매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장애아동의 주양육자인 엄마가 자녀 교육에 손을 놓지 않도록 정보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주간동아 2018.09.12 1155호 (p28~32)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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