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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식당 저마다의 맛이 살아 있는 곳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식당 저마다의 맛이 살아 있는 곳

식당 저마다의 맛이 살아 있는 곳

부대찌개는 눈앞에서 바글바글 끓이면서 먹어야 제맛이다.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를 흰밥에 얹어 말듯이 비비듯이 섞어 먹는 부대찌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어깨를 견줄 만큼 인기가 있다. 집에서 갖은 양념에 김치, 육수, 햄, 소시지, 채소를 넣어 끓여보지만 식당에서 먹던 맛을 흉내 내기 어렵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미제’ 햄과 소시지에서 우러나는 결정적 맛이 빠져서다. 국산 제품보다 기름지고 짭짤한 특유의 ‘미국 맛’이 국물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익숙한 부대찌개 맛이 난다. 알다시피 미군 보급품이던 햄과 소시지를 반출해 생겨난 음식이 부대찌개다. 우연히 만들어 먹게 된 음식과 무심하게 지은 독특한 이름이 반백 년을 이어오며 우리 식탁에 단골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경기 의정부시에는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돼 있다.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목에서 어묵을 팔던 포장마차 주인 허기숙 씨가 처음으로 부대볶음과 부대찌개를 만들어 팔았다. 이후 지금의 거리에 ‘오뎅식당’이 문을 열었고 주변에 하나 둘 부대찌개 식당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의 거리 모습을 갖춘 것은 90년대다. 처음에는 주방에 있는 연탄불이나 곤로(화로)에서 다 끓인 다음 손님 식탁에 올렸지만 현재는 식탁마다 놓인 가스레인지에서 끓이면서 먹는다. 가격도 1인분에 2000원대에서 시작해 8000~9000원에 이르렀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의 식당들이 사용하는 햄과 소시지는 모두 똑같은 제품이다. 그럼에도 집집마다 맛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육수와 잘게 다진 고기(민찌)를 다르게 쓰기 때문이다. 육수는 소 또는 돼지의 고기나 뼈, 말린 해산물, 채소 등을 활용해 식당마다 다르게 끓인다. 시원하고 개운한 맛, 달착지근한 감칠맛, 구수하고 진한 맛으로 개성을 살린 것이다. 잘게 다진 고기는 주로 미국산을 사용했는데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호주산과 국내산으로 바꿨으며 고기 넣는 비율도 식당마다 달라졌다. 몇몇 주인은 미국산 고기를 넣었을 때 맛이 더 좋았지만 미국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별로라 사용하기를 꺼린다고. 찌개에 들어가는 김치는 부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시원하게 담가 1년 정도 푹 익히고 양념장은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 등이 주재료다.

햄, 소시지, 다진 고기, 김치, 육수라는 기본 재료에 두부, 떡, 대파, 당면, 라면, 만두 등을 넣어 바글바글 끓여 먹는다. 당면이나 라면 사리를 먼저 건져 먹다 보면 국물이 알맞게 졸아들며 점점 맛있어진다. 반찬은 어묵볶음, 깍두기, 콩나물무침 등으로 식당마다 엇비슷한데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짠지다. 소금에 절인 무나 오이를 나박나박 썰어 차가운 물을 약간 부어 낸다. 동치미처럼 쨍한 맛은 없지만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밥을 다 먹으면 입가심으로 뜨끈한 누룽지를 내오기도 한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30~40년의 업력을 갖고 있다. 거리가 사람들로 붐비는 점심시간이면 밥을 빌리려고 앞집 옆집으로 뛰어다니는 주인과 종업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한때 ‘원조’ 논란으로 시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마주 보고 산 세월만큼 미운 정 고운 정이 끈끈하게 흐르는 거리다.
식당 저마다의 맛이 살아 있는 곳

채소와 다시마 맛국물을 사용하는 ‘경원식당’의 부대찌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오뎅식당’ 031-842-0423, 오전 9시~오후 10시 30분(연중무휴) △‘경원식당’ 031-846-5464, 오전 9시~오후 10시 30분(연중무휴)


입력 2017-03-03 15:50:08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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