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0

2010.04.06

나보다 똑똑한 우리들!

1명의 천재, 변화의 속도 못 따라가 … 이젠 ‘집단지성’ 추구해야 생존과 발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3-29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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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지막 문제다. 이것만 맞히면 5000만 원의 상금을 탈 수 있다. 역사 분야 최고 난이도의 문제다. 아, 이런!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행히 ‘찬스’를 쓸 수 있다. 지인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 찬스와 관객 200명에게 정답을 묻는 관객 찬스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마침 역사에 ‘빠삭한’ 친구가 있다. “어떤 찬스를 쓰시겠습니까? 3초 내로 답해주세요.” 사회자가 독촉한다. 어떤 찬스를 쓰느냐에 따라 5000만 원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손에 땀이 배기 시작한다.

    나보다 똑똑한 우리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찬스를 쓰겠는가. 선택은 자유지만, 통계는 전문가에게 답을 구하는 ‘전화 찬스’보다 대중의 의견을 취합하는 ‘관객 찬스’의 손을 들어준다. 실제 전화 찬스로 정답을 맞힐 확률이 60%대인 반면, 관객 찬스는 90% 이상의 정답률을 자랑한다. 즉 뛰어난 개인이나 소수의 엘리트 집단보다 다수의 군중이 더 지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독립적인 개인의 의견집합에서 어떤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대중의 지혜’의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는 “개인은 답을 모르더라도 집단은 정답을 줄 수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가장 우수한 집단 내부의 개체보다 지능적”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의 발달은 집단지성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역과 시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지구촌 모든 사람이 정보를 개방하고 이 개방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게 된 것. 세계인이 모여 1000만 단어 이상의 정보를 구축한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집단지성의 대표적인 예다.

    최근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도요타 리콜 사태 등 글로벌 기업의 경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집단지성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인사조직투자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최현아 상무는 “금융위기나 글로벌 기업의 경영 문제는 ‘뛰어나다’고 여겨지던 리더 그룹만 바라보다가 ‘뒤통수’를 맞은 사건”이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이 아닌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생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가 자주 바뀌고, 경쟁 우위 상품의 수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며, 아무리 뛰어난 미래학자라도 예측한 일의 대다수가 현실을 비껴갈 정도로 변화 양상이 빠르고, 여기저기에서 온갖 돌발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단일 인재보다 집단지성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 그럼 작은 실수는 있을지언정 큰 재앙은 예방할 수 있고, 생각지 않았던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집단지성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국내 기업도 그 추세를 따르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집단지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비자는 말했다.

    “3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2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며, 1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집단지성 시대, 당신은 1류 리더가 될 준비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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