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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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앞에 서면 작아지는 삼성

이재용씨 편법 상속 등 집중포화에 곤혹…‘경영 투명성 보장 정관 명시’ 계속 요구로 고민

  • 입력2005-06-07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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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앞에 서면 작아지는 삼성
    일반인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삼성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참여연대 ‘전사’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참여연대와의 ‘악연’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삼성과 참여연대의 대결에서 재미있는 것은 삼성이 참여연대 앞에만 서면 왠지 ‘작아지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국내 최고 재벌에 다니는 엘리트 임직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삼성맨들도 참여연대 얘기만 화제에 오르면 목소리를 죽인다. 참여연대의 지적에 공감하지만 그룹 총수에 관한 문제이므로 함부로 말했다가 설화(舌禍)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삼성의 입 역할을 하는 그룹 홍보실 관계자들도 참여연대의 주장에 관한 한 “우리들 영역 밖의 문제”라고 말한다. 자신들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식 로비’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실제 삼성은 참여연대를 상대로 물밑 ‘협상’을 시도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앞에 서면 작아지는 삼성
    삼성이 여론 동향 못지않게 신경쓰는 대목은 내부 단속. 그러나 참여연대의 지적이 여론의 지지를 얻어가면서 삼성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는 데 삼성의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도 “올 9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서울통신기술에 삼성전자가 몇 가지 핵심 기술을 헐값으로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것도 삼성 내부의 제보 때문”이었다면서 “삼성 직원들의 제보가 많은 것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이 그룹 최대의 현안인 재용씨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재용씨의 거액 기부. 삼성은 한때 참여연대측에 “재용씨 문제와 관련해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주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재용씨가 거액을 출연하는 재단을 만들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재용씨가 알아서 할 문제일 뿐 재용씨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삼성 주변에서는 참여연대의 협상과 관계없이 재용씨가 거액을 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이 마무리된 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을 출입하고 있는 한 중앙 일간지 기자는 “삼성측이 가끔 기자들을 상대로 ‘재용씨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천억원대를 기부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묻곤 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잘 알려진대로 이재용씨에 대한 편법 상속과 삼성전자의 경영투명성 부분. 재용씨는 95년 말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60억8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상장 직전의 삼성 계열사 주식을 사서 상장 후 비싸게 팔아 불린 재산으로 삼성 계열사 지분을 매집하고, 때로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삼성그룹 경영권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용씨가 낸 세금은 증여세 16억원뿐으로 삼성의 절묘한 절세 수법을 보여주었다.

    참여연대는 또 삼성전자의 경영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정관에 명시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엄청난 순익이 다른 계열사나 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 지원을 위해 전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는 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자문해주는 코아베스트 백경화 사장도 “최근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보다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삼성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삼성의 편법적인 증여와 상속문제에 대해 경제민주화위원회, 사법감시센터, 납세자운동본부 등 3개 부서로 이루어진 ‘연합전담팀’을 꾸려놓고 있다. 이들은 다시 주요 사안별로 탈세감시팀(팀장 윤종훈 회계사), 장부열람팀(팀장 고태관 변호사), 소송팀(팀장 김석연 변호사), 삼성백서팀(팀장 김진욱 변호사) 등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실무는 이승희 정책실 부실장이 총괄하고 있으며,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장(고려대 경영학부 교수)과 김기식 정책실장이 삼성측과의 협상을 전담하고 있다.

    윤종훈 회계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비난할 수 없다”고 전제, “그러나 재용씨의 경우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문제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97년 3월 자사 주식을 주당 5만원에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90만주를 이재용씨에게 매각한 것이나 작년 2월 삼성SDS가 자사 주식을 주당 715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 즉 신주인수권 320만주를 재용씨와 그의 형제들에게 매각한 것은 편법 상속의 일환이었다는 설명.

    참여연대는 물론 두 회사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문제 있다며 법원에 이의 무효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 그러나 두 소송 모두 삼성측과 일진일퇴 공방을 계속하고 있고, 법원의 최종 판결은 기약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최근 참여연대가 공세를 취하고 있는 곳이 국세청. 참여연대는 11월21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재벌 변칙증여 심판을 위한 시민행동’(부제:국세청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선포식을 갖고 이날부터 12월15일까지 국세청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국세청을 상대로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올 4월26일 이재용씨 등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증여세를 탈세한 혐의를 국세청에 제보했지만 국세청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참여연대는 국세청이 “조사를 진행중이니 기다려 달라”며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재벌의 변칙증여를 근절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재용씨의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구입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97년 삼성전자의 전환사채 발행 이후 삼성측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항상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의 벽을 느껴왔다”고 말한다. 특히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외국인 주주들의 주권을 위임받아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는 것을 두고 “참여연대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앞잡이”라며 일반 국민의 국수주의적 감정을 자극할 때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 8월30일 송자 교육부 장관이 사퇴한 것은 그가 98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실권주를 받아 1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에 대해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때문이다. 또 삼성 계열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재벌들도 과거와 달리 소액주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소액주주운동을 국내에 정착한 것은 순전히 참여연대 덕분인 셈.

    어쨌든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삼성과는 끝까지 간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과 참여연대의 악연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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