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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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누리당 전주을 정운천 당선인, 초록 물결에 빨간 깃발 꽂다

지역 균형발전 가져올 법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4-25 15: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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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얼굴은 생기와 활력이 넘쳤다. 눈과 입가에 띤 미소 속에서 ‘해냈다’는 긍지와 자긍심이 읽혔다. 반짝반짝 빛나는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은 훈장과도 같았다. 새누리당 불모지인 전북 전주을에서 강고한 지역주의를 뚫은 개선장군, 정운천 당선인(사진)을 20대 총선이 있은 지 꼭 1주일 뒤인 4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얼굴이 크게 인쇄된 빨간색 선거운동 명함 대신 당선인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전주시민의 위대한 승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란 글귀 위에 이름과 휴대전화번호가 굵고 크게 새겨 있었다.

    ▼ 당선인 명함도 있나요?

    “만들어줬어요. 아직은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이게 내가 당선한 비결”

    멋쩍게 웃으며 명함을 건넨 그는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 들더니 “이게 내가 당선한 비결”이라며 명함을 주고받은 이들과 즉석에서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었다. 기자는 물론,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는 사진기자도 그의 셀카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 셀카를 찍는 이유가 뭔가요.

    “집에 가서 공부하려고요.”

    ▼ 뭔 공부요?

    “사람 공부.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복습하려고요. 처음 만나 명함을 주고받으면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을 두세 번 봤는데도 기억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겠어요. 이렇게 셀카를 찍어뒀다 두세 번 반복해 다시 보면 좀 더 잘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당선인은 2008년 봄과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 여파로 6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전북도지사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전주 완산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20대 총선은 그의 세 번째 도전.

    ▼ 언제부터 셀카를 찍기 시작했나요.

    “(전북에 내려가) 정치를 시작하고 6년간 매일같이 사람을 만났어요. 셀카를 찍기 시작한 것은 3년쯤 됐어요. ‘내가 찍사가 되자’고 마음먹고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든 셀카를 찍어요. 국회에 들어가서도 셀카는 계속 찍을 겁니다. 누구를 만나든.”

    20대 국회 개원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공무원 또는 민원인과 셀카를 찍는 ‘정운천 의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불모지와도 같은 곳에서 선거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잔디 띠뿌리(모근)처럼 야당 조직이 촘촘한 곳이에요. (전북에) 시장, 군수, 시의원, 도의원 등 선출직이 222명쯤 돼요. 모두가 기본 조직을 갖춘 분들이죠. 그런데 그 많은 선출직 가운데 우리(새누리당)는 없잖아요. 결론만 얘기하면 띠뿌리처럼 깊이 얽혀 있는 조직을 가족 힘으로 극복했어요.”

    정 당선인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고 있고, 딸은 해외 유학 중이다. 이번 총선 때 딸은 휴학하고 아들은 휴직한 뒤 아버지의 당선을 도왔다. 가족은 그에게 가장 든든한 동지이자 가장 믿음직한 버팀목인 셈이다.

    정운천 당선인 외에 새누리당 후보로 전남 순천에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후보로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한 김부겸 당선인, 더민주당 후보로 부산진갑에서 당선한 김영춘 당선인까지 네 사람은 ‘지역주의 극복 4인방’으로 통한다.

    ▼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이 된 소감은 어떻습니까.

    “지역주의란 장벽에 몇 명의 개척자가 이제 겨우 틈을 벌린 셈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력해도 안 되는 곳,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뒤에 오는 이들이 ‘선배들이 해냈으니, 나도 노력하면 되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죠. 기대와 희망이 시작됐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지역주의에) 균열을 일으킨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역주의 극복 4인방

    ▼ 더 많은 후보가 지역주의에 도전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텐데요.

    “19대 국회에 불만이 많은 게 그 점입니다. 기존 질서를 크게 바꾸는 게 어렵다면 최소한 지역주의 극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석패율제’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그렇게 간곡히 얘기했는데….”

    석패율제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를 비례대표 후보자로도 추천해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는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에 광주, 전남, 전북에 지역할당을 1명씩 총 3명만 했어도 이번에 지역구에서 당선한 2명(정운천, 이정현)을 합해 호남 출신 의원이 5명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더 큰일을 할 수 있어요. 더민주당도 영남에서 더 많은 의원을 배출할 수 있을 테고요. 지금까지는 현장에서 시민혁명으로 첫출발의 틈새를 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지역주의 장벽을 제거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꼭 이뤄져야 합니다. 총선을 6개월 남겨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초읽기 수준으로 논의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제가 국회에 등원하면 제일 먼저 그것부터 하려고 해요. 지역주의를 깰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곧 정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길이니까요.”

    그가 호남 유권자에게 호소한 것은 ‘쌍발통 정치’다.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외발통으로는 정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으니, 여당과 야당이 함께 가는 쌍발통 정치를 하게 만들어달라는 호소였다. 그의 호소는 유권자 마음을 움직였고, 유권자들은 그를 국회로 보내줬다. 그는 자신을 국회로 보낸 민의를 받들어 지역주의가 다시는 한국 정치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4년 임기에 얼마나 많은 법과 제도를 바꿀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 노력이 열매를 맺으면 언젠가 우리 후손들이 “지역주의가 뭐예요?”라고 묻는 날이 올 수 있으리라.

    ▼ 이번 총선 결과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봅니까.

    “크게 보면 호남에서는 더민주당이 가혹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심판받았죠. 새누리당이 심판받은 것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오만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입니다. 그것을 바꾸면 됩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대로 다 내려놓고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면 다시 국민의 지지가 돌아올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있느냐겠죠.”



    국민대탕평과 100% 대한민국

    ▼ 내려놓고 국민을 섬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두고도 당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은 내려놓으라는데, 자꾸만 쥐려고 하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 비대위원장은 누가 맡아야 한다고 봅니까.

    “지금 당내 인사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도 국민 눈에는 내려놓았다고 보이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중립적인 인물이 맡더라도 ‘특정 계파에 힘이 실렸다’ 이렇게 보이지 않겠어요. 무조건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봐요. 외부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오는 것 자체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입니다.”

    ▼ 당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변화를 요구받고 있어요. 바뀌지 않고서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렵게 됐죠. 여소야대가 됐으니…. 국민대탕평과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 초심으로 돌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면 다시 지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봐요. 위기는 분명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어요.”

    ▼ 너무 긍정적인 것 아닌가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의원) 수가 많다고 일방적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도 없어요. 결국 양보하고 대화하고 타협해 이끌어나가야 돼요. 그런데 ‘내가 더 갖겠다’고 양보할 마음이 없으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싸움밖에 안 돼요. ‘내가 더 양보하겠다’ 마음먹고 대화하고 협상해야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 곧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당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습니까.

    “관심 없어요. 저는 뭔가를 갖겠다는 욕심을 버렸어요. 당권을 쥐고 당을 흔들어보겠다는 것도 욕심이에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인데, 헌법기관으로서 제 몫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목표를 갖고 있습니까.

    “지역주의 장벽을 깰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정치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 그리고 경제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도록 노력할 겁니다.”

    ▼ 경제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겠다? 무슨 의미죠.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발전해왔어요. 지역 균형 차원에서 보면 경제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고,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앞으로 전남 목포에서 인천까지 중국과 접한 서해안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루기에는 너무 큰 프로젝트 아닌가요.

    “여당 의원이 (호남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는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불균형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었겠죠. 야당이 비판하는 것 말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 테고요. 전주에서 제가 32년 만에 여당 후보로 당선했어요. 그 기간만큼 발전이 안 됐다고 볼 수 있죠. 이제는 이정현, 정운천이 나왔으니 제대로 발전하게 해달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경제발전이 뒤졌으니 더 달라고 동냥하려는 게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경제 균형발전이 이뤄지게 하려면 어떤 법과 제도가 필요한지 따져 필요한 법을 만들려는 겁니다. 국회의원은 법 만드는 입법부 구성원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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