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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청년 소외 정치

입법 과정에서도 청년은 찬밥 신세

청년기본법, 세대 갈등 우려 등으로 방치

입법 과정에서도 청년은 찬밥 신세

4월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오른쪽)가 청년기본법 등에 대해 발언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동아DB]

4월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오른쪽)가 청년기본법 등에 대해 발언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동아DB]

“20대 국회가 시작된 첫날 발의한 청년기본법은 ‘청년이 성장해야 국가가 성장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핵심 과제로 하는 최초의 입법입니다. 청년기본법은 노동시장으로의 늦은 진입, 높은 실업률, 불안정한 처우,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육아 등 청년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청년 자립을 위한 국가의 책무와 체계적 지원을 법제화하여 청년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청년은 청소년과 장년 사이에 끼어 있는 낀 세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 자원으로서 보호·육성하고 성장시켜야 합니다.” 


2016년 5월 30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청년기본법안’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5월 30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청년기본법안’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호 법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뉴스1]

20대 국회 임기 첫날인 2016년 5월 30일, 신보라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의원 122명의 동의를 얻어 청년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청년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청년의 참여 확대 및 권리 신장을 목표로 한다. 청년정책 수립과 집행에 청년들이 직접 참여토록 함으로써 청년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모든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의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청년 관련법은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7월 10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 관련 기본법은 모두 8개. 2016년 신 의원 외에도 박홍근, 이원욱, 김해영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2017년에는 박주민, 강창일 의원이, 지난해에는 채이배,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해 청년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청년 관련 법안은 크게 늘었지만 법안 심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법안이 효력을 가지려면 상임위원회(상임위)와 법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상임위에 계류돼 법안심사 소위원회 차원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신보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년기본법의 경우 2016년 11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 설명이 이뤄진 이후 소위원회가 17번 열리는 동안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발의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상임위 산하 소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우선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상임위가 열린다 해도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재정법,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다루다 폐회하기 일쑤였다.


국회에 잠들어 있는 청년 관련 법안 8개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 관련 기본 법안들. [박해윤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 관련 기본 법안들. [박해윤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 관련 법안들은 20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일인 2020년 5월 29일 이전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의원 임기 만료와 동시에 자동폐기된다. 19대 국회에서도 3건의 청년기본법이 발의됐지만 임기 내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의욕적으로 발의됐지만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장기간 방치되고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된 19대 국회 청년기본법의 전철을 20대 국회에서도 그대로 답습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년 관련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데는 의원 가운데 청년의 입장을 대변할 의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 한몫한다. 20대와 30대 등 이른바 청년 세대를 대표할 의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들을 대리할 의원도 많지 않은 것이다. 세대를 대표할 의원의 부재가 청년 관련 법안의 소외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주요 정당에서는 청년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이른바 ‘젊은 피 수혈’에 열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 당시에 수혈된 ‘젊은 피’였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된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 386세대였고, 나 원내대표는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이 영입한 법조계 출신 전문직 386세대였다. 16대 총선 때는 젊은 피 대 젊은 피의 대결이라 할 만큼 이들이 대거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출마해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파편화된 청년 세대의 한계

그러나 16대 총선 이후 특정 세대를 대표하는 인사가 집단으로 영입된 경우는 거의 없다. 개별적으로 한두 명씩 공천 과정에서 청년 몫으로 ‘배려’를 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 청년 세대는 늘 소수로 남아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세대 대표성을 가진 인사들이 그룹을 형성해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한 청년은 구색 맞추기용 영입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여성 30% 공천 할당제처럼 청년 30% 할당제가 도입되면 모를까, 20대와 30대 청년 세대의 정치권 진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원 정책도 분산된 청년 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청년기본법이 필요한 이유 2가지와 고려할 점 2가지가 나와 있다. 입법이 필요한 이유로는 첫째, 취업난 등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저성장에 따른 경기침체로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주거비용과 학비로 고통받는 청년층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 둘째, 청년기본법 제정으로 청년정책을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에서 청년 관련 정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의 기관에서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기획, 조정함으로써 사업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는 것. 

다만 법 제정을 위해서는 다음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청년 범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년층을 하나의 동질한 집단으로 분류해 접근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도 자산과 소득, 학력과 지역 등 계층 분포가 다양하다는 점에서다. 이질성을 내포한 청년층을 하나의 집단으로 구분해 다른 세대와 구별된 정책을 펴게 되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연령으로 규정된 특정 계층에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계층에 대한 지원 및 배려를 제한하는 역차별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층을 배려하려다 중·장년층의 반발을 초래하지 않도록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년기본법 논의가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하는 원인에는 의원들의 무관심도 있겠지만 세대갈등을 우려해 의원들이 일부러 기피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7.12 1197호 (p27~29)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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