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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의 ‘패션, 걸어오다’

35세처럼 보이는 스티브 맥퀸 따라 하기

35세처럼 보이는 스티브 맥퀸 따라 하기

35세처럼 보이는 스티브 맥퀸 따라 하기

자신에게 맞는 베이직 아이템을 내 것이 되도록 꾸준히 입는 게 중요하다. 스티브 맥퀸처럼.

1960년대와 70년대 초 태어난 사람들은 ‘주말의 명화’ 혹은 ‘토요명화’를 기억할 것이다. 한밤중에 시작했던 이 영화 프로그램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오프닝 시그널 음악부터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유명 성우들이 더빙한 흥미진진한 외화를 숨죽이며 보는 건 그 시대 가장 비중이 큰 문화생활 중 하나였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시그널 음악이 나오고 애국가가 흘러나온 뒤 텔레비전은 하얀색 점들과 함께 윙윙 소리를 냈다.

시간도 멈춰버렸다. 이때쯤 되면 방금 전 봤던 영화, 깜깜한 밤의 침묵, 그리고 조용한 집 안에 혼자 남겨진 허무하고 쓸쓸한 마음이 서로 화학작용을 하며 여러 공상의 세계로 인도했다. 지금 내게는 당시의 폴 뉴먼, 로버트 레드퍼드, 스티브 맥퀸만 어렴풋이 기억 속에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고 오랫동안 카세트테이프나 집에서 쓰는 전화기처럼 ‘주말의 명화’ 혹은 ‘토요명화’를 기억하지 않게 됐다.

몇 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 때 스티브 맥퀸 회고전을 하는 작은 서점에 들른 적이 있다. 내 고등학교 시절의 그 스티브 맥퀸(1930~80)은 내가 어른이 돼 잠시 잊고 지낸 사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 50세 때 병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스티브 맥퀸은 1955년 찍은 사진에서도, 1975년 찍은 것에서도 모두 같은 나이처럼 보였다.

마치 35세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유의 짧게 다듬은 단정한 머리 스타일, 지금 봐도 완벽한 일자 팬츠 핏, 주름진 얼굴도 멋져 보이게 하는 웃음,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선글라스…. 나는 항상 옷을 디자인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느낌이다. 이는 한결같고, 심플하고, 옷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자신감 등으로 보인다.

25세 친구들은 어딘지 모르게 과장돼 보이기 쉽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미소, 자신보다 본인이 입고 있는 옷에 대한 과잉 충성 등은 그 또래 친구들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옷 하나하나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타인이 자신을 온전히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패션 일을 하는 내게 다른 사람의 옷차림이 가장 촌스러워 보일 때 역시 너무 많은 포인트를 가진 셔츠와 재킷, 바지, 그리고 어지러운 액세서리를 함께 매칭했을 때다. 부담스러움 그 자체다.



반면 45세 어른들은 얼굴이 커지고 배가 나온다. 선글라스나 모자 등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순간 옷 입기를 포기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입기 어려운 슈트가 가장 편한 옷차림으로 변한다. 기본적인 아이템보다는 화려한 옷, 가령 보석이 박힌 타이나 셔츠, 찢어진 청바지 혹은 원색 의상을 입는다. 이런 게 남보다 자신의 패션이 우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35세처럼 보이는 스티브 맥퀸 따라 하기
이런 이에게는 35세처럼 보이는 스티브 맥퀸의 옷 입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먼저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베이직 아이템을 꾸준히 내 것이 되도록 입는 것이다. 본인 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확한 슈트, 정확한 셔츠, 정확한 니트를 단정하게 입으면 된다. 옷에 너무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는 사실 좀 별로다. 마지막으로 남의 마음도 읽을 수 있는 클래식한 선글라스 정도의 액세서리로 마무리해보자. 스티브 맥퀸처럼. 그리고 35세처럼.

*한상혁·제일모직 남성복 부문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년 ‘코리아 라이프 스타일 어워드’에서 ‘올해의 브랜드’와 ‘디자이너’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소년의 꿈’을 가진 ‘단정한 청년’이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다.



주간동아 2011.05.30 789호 (p73~73)

  • 한상혁 hansanghyu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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