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시스템 야구를 기반으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달성했다.
5월 초까지 1위를 달리던 우승 후보 KIA는 선수들의 부상에 발목이 잡혀 8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굴욕을 맛봤고, 김응용 감독을 선임하며 재도약을 다짐했던 한화는 2년 연속 꼴찌에 머무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NC는 최종 승률 0.419(52승4무72패)라는 예상 밖 선전을 펼치며 창단 첫해 7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 우승한 SK(6위), 2013년까지 5년 연속 가을잔치에 올랐던 롯데(5위)가 올해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역동적인 시즌이 펼쳐졌다.
이제 올가을의 전설은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2위 LG,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맞서게 된 3위 넥센과 4위 두산 등 네 팀 간 치열한 전쟁으로 펼쳐지게 됐다.
프로야구 역사 새로 쓴 삼성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한 LG, 준플레이 오프(PO)에서 만난 페넌트레이스 3위 넥센과 4위 두산(위부터).
단일리그로 치른 1989년 이후(양대리그였던 1999, 2000년 제외)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사례는 총 5번 있었다. 1996~97년 해태, 2001~2002년 삼성, 2003~2004년 현대, 2005~2006년 삼성, 2007~2008년 SK 등이다. 그러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은 삼성이 최초다.
아울러 삼성은 21세기 최강팀으로 자리를 굳건히 다졌다. 21세기 들어서 9번(2001~ 2002, 2004~2006, 2010~2013)이나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특히 2001년 이후 최근 13년간 9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다. 그동안 해태가 1986~97년 12년간 8번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삼성이 2001~2012년 12년 사이 8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90년대까지 6번(1982, 1984, 1986~87, 1990, 1993) 한국시리즈 진출을 합치면 삼성은 총 15번이나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32년 역사에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다. 해태와 KIA로 이어지는 타이거즈는 10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가장 많은 10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만 놓고 보면 삼성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8경기를 남겨두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삼성은 지난해엔 5경기를 앞두고 1위 축포를 터뜨렸고, 올해는 1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결정했다. 그만큼 지난해와는 또 달랐다. 시즌 개막 전 프로야구 전문가들이 꼽은 우승 후보는 삼성이 아닌 KIA였다. 삼성은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하자 연이은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키스톤 콤비 김상수(왼쪽 손등)와 조동찬(왼쪽 무릎), 통산 홈런왕 1루수 이승엽(허리), 포수 진갑용(왼쪽 무릎)이 모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8월 중순에는 ‘장외 타격왕’ 채태인이 왼쪽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했고, 9월 초에는 톱타자 배영섭이 사구 후유증으로 열흘 넘게 빠졌다. 똑같이 부상 악령에 시달린 KIA는 고꾸라졌지만 삼성은 견고했다. ‘시스템 야구’로 훌륭한 백업을 구축한 덕에 주전의 잇단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삼성은 2004년 말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한 이후 자유계약선수(FA)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2010년 현금트레이드로 넥센에서 장원삼을 데려온 게 유일한 보강이다. 그 외에는 꾸준히 자체 팜 시스템에서 선수를 키워왔다. 최형우, 채태인, 박석민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고 배영섭, 정형식, 이지영, 심창민은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1996년 개장한 경산 볼파크(2군 훈련장)에서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1.5군과 유망주를 키운 덕분이다. 배영섭이 다치자 정형식이 그 자리를 메웠고, 이승엽과 채태인이 동시에 빠졌을 때는 베테랑 강봉규가 1루 수비를 책임졌다. 베테랑 진갑용의 빈자리는 이지영이 채웠다. 심창민은 FA로 빠져나간 정현욱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필승 불펜조로 우뚝 섰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우승을 통해 사상 첫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란 신기원을 노린다. 마지막 대업을 완성해 한국 프로야구의 철옹성 역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011년 취임 첫해부터 우승을 일군 류중일 감독은 “삼성 특유의 1등주의 프라이드를 밑바탕 삼아 새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한다.
LG 신바람야구, 삼성 깨뜨릴까
그렇다면 삼성의 대항마는 어느 팀일까. PO에 선착한 LG가 가장 강력한 도전자라고 볼 수 있다. LG는 넥센과 두산의 준PO 승자와 5전3선승제의 PO를 거쳐야 한국시리즈에 오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준PO에 오른 팀은 한국시리즈에 간다고 해도 우승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의 3연패를 저지할 수 있는 팀은 세 팀 가운데 LG가 제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LG는 캡틴 이병규를 중심으로 이진영, 박용택 등 베테랑이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신바람 야구’를 펼친다. 시즌 최종전이 열린 10월 5일 서울 잠실 두산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같은 시간 넥센이 대전에서 한화에 덜미가 잡혀 극적으로 PO 직행 티켓을 차지해 선수단의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이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가장 고전한 팀이 바로 LG이기도 하다. LG는 올 시즌 삼성에 9승7패를 거뒀다. LG는 팀 방어율 3.72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짠물 마운드를 자랑한다.
LG로선 1차 관문 통과가 먼저겠지만, LG와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다면 2002년 양 팀 간 한국시리즈 이후 11년 만의 리턴매치가 된다.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21세기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LG는 그해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이렇듯 두 팀은 서로 걸어온 길이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LG는 삼성을 상대로 한풀이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