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 공대 포인트가드 출신인 전태풍(KCC).
남자 프로농구의 올 시즌 순위 판도는 ‘2강 6중 2약’ 또는 ‘3강 5중 2약’으로 정리된다. 대부분의 농구 전문가와 현역 감독들은 ‘2강’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 KCC와 KCC의 챔피언전 결승전 파트너였던 서울 삼성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지난 시즌 멤버들이 건재한 데다 전태풍(KCC), 이승준(서울 삼성) 등 실력이 출중한 ‘하프 코리안 선수’(귀화 혼혈선수로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 프로농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KCC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과 미국 조지아 공대 포인트가드 출신 전태풍이 보여줄 다양한 공격 옵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피드가 뛰어난 삼성은 신장 205cm의 이승준이 가세해 높이가 한층 향상됐으며, 이승준은 이규섭 김동욱과 함께 막강 포워드진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토종 ‘빅맨’ 보유 효과 커져
올해 상무를 제대한 양동근과 김동우의 복귀로 전력이 향상된 2008~2009 정규시즌 우승팀 울산 모비스도 ‘3강’ 중 한 팀으로 볼 수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주희정과 방성윤, 김민수 등의 국가대표 멤버가 버티는 서울 SK도 선전이 예상된다. 한편 김승현이 부상으로 2라운드까지 결장하는 대구 오리온스와 KT·G가 전문가들이 ‘2약’으로 꼽는 팀이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 외에 새 규정의 수혜를 받는 팀들이 있다.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한 경기에 1명만 출전(2명 보유)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토종 ‘빅맨’을 보유한 KCC(하승진), 삼성(이승준), 모비스(함지훈), 동부(김주성) 등이 그 혜택을 톡톡히 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존에 사다리꼴이던 페인트존이 더 넓어진 직사각형으로 바뀌었는데, 이런 코트의 규격 변경도 빅맨을 보유한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점슛 거리는 국제농구연맹(FIBA)의 경기 규칙 변경에 따라 6.25m에서 6.75m로 50cm 늘어났지만 순위 판도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 지난 시즌까지 여섯 시즌 동안 KT의 전신인 KTF의 사령탑을 맡았던 추일승 MBC ESPN 해설위원은 “빅맨을 보유한 삼성과 모비스가 올 시즌 바뀐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점슛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2점슛에 능한 팀이 유리한 경기 흐름을 가져갈 듯한데, 이는 빅맨의 ‘높이’를 확보한 데다 속공에 능한 모비스와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부의 강동희 신임 감독(왼쪽). SK 주희정(앞)과 LG의 하프 코리안 원하준(가운데). 삼성의 하프 코리안 이승준(오른쪽).
이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차지한 전태풍(미국명 토니 애킨스)은 미국 농구 명문 조지아 공대에서 주전으로 뛴 포인트가드로 10월5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31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름 그대로 ‘태풍’ 같은 활약을 예고했다. 같은 드래프트에서 2순위를 차지한 이승준(미국명 에릭 산드린)은 이미 2007~2008시즌 모비스에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뛴 경험이 있는 선수로 이번 시범경기 동안 평균 20.5점 득점에 11.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맹활약을 보여줬다.
이외에 원하준(안양 KT·G), 문태영(창원 LG), 박태양(부산 KT) 등 하프 코리안 선수들도 각 팀에서 보배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출신의 포인트가드 박성진(인천 전자랜드)은 이번 시즌 신인 선수 중 최대어. 중앙대 시절 연승을 이끌던 박성진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평균 17.5점, 2.5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하프 코리안에 쏠린 농구팬들의 관심을 대졸 신인 선수로도 분산시켰다.
2005~2006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MVP에 오른 양동근이 상무로부터 복귀한 후에도 MVP급 활약을 펼칠지, 지난 정규시즌 MVP에 오른 뒤 SK에서 새로 둥지를 튼 주희정이 지난 시즌의 실력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여자는 신한은행 독주체제 굳건
이번 시즌에는 모두 5개 팀이 새 감독을 맞이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팀인 KT는 동부의 전창진 감독을 영입한 뒤 올 시즌 최대복병으로 떠올랐고, 감독이 자리를 비운 동부는 강동희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켜 탄탄한 팀 조직력을 이어갔다. 전자랜드는 박종천 코치를, KT·G는 이상범 감독대행을 이번 시즌에 앞서 감독으로 승격시켰고, 김남기 전 국가대표 감독은 오리온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막판까지 치열했던 순위 다툼의 효과로 지난 시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인 122만8855명을 달성한 남자 프로농구는 올해는 이보다 10.2% 늘어난 134만5800명을 관중 동원 목표로 삼고 있다. 하프 코리안 선수들의 가세와 신인 및 복귀 선수들의 활약이 많은 농구팬을 농구장으로 불러들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자 프로농구는 이번 시즌에도 ‘레알 신한’이라 불리는 신한은행의 독주체제가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에 따라 시즌 판도도 ‘1강 5중’으로 정리된다. 지난 정규시즌 동안 92.5%(37승3패)라는 경이적인 승률과 함께 정규시즌 19연승을 이어간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금호생명과 삼성생명을 연파하면서 정규시즌 21연승을 기록해 여자농구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정규시즌 MVP 최윤아가 무릎 부상으로 12월까지 결장하지만, 하은주 정선민 전주원 등으로 구성된 선수진영이 워낙 탄탄해 무난히 시즌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외에 삼성생명, 신세계, 국민은행 등이 4강에 진출할 팀으로 꼽힌다. 박정은 이미선 이종애 등이 버티는 삼성생명은 힘 좋은 혼혈가드 킴벌리를 영입해 신한은행과 힘겨루기를 할 최상의 팀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시즌 도중 정덕화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국민은행은 리그 최고 슈터 변연하와 부상에서 돌아온 곽주영 정선화 등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조직력과 체력이 좋아진 신세계는 미국에서 특별 연수를 받고 온 김정은을 내세워 4강 진입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