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처럼 그 아이의 죽음엔 한 송이의 꽃도, 한 마리의 흰 깃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한 아이는 “우리 학원 아이인 것 같은데, 학원 차 사이에서 대로로 뛰어나가다가 저 아저씨 차에 치였어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중년 신사는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기자의 집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과 마포경찰서 사이에 있다. 그 앞 마포대로는 밤 10시가 넘으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가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학원 차량 7, 8대가 대로 한쪽을 죄다 차지하고 서 있는데, 그 차들을 볼 때마다 ‘저거, 저러다 언제 한번 사고 나지. 경찰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라며 속말을 했다.
차량 사이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아찔했다. 기자도 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다. 하도 답답해서 지난해에는 관할경찰서 교통과에 기자 신분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관할구청에도 단속을 요구했다. 하지만 별무효과. 이런 일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동구 길동, 경기 평촌 등 학원가가 형성된 곳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