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를 친 전모(30) 검사의 상관인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검찰은 전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죄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여성 피의자 A(43)씨는 검사 위력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성관계를 뇌물로 본 셈이다. 말하자면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직무와 관련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뇌물이라면 당연히 대가성이 따르는 법. 검찰에 따르면 절도죄를 저지른 A씨가 검사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선처’를 호소했기 때문에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법원은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판사는 “뇌물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 윤리적 비난과 별개로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대상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뇌물죄 판례가 다수 있다”고 반발하며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다시 기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10개 여성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적인 성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사가 수사 중인 피의자에게 성행위를 요구한 것은 성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전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여성이 먼저 유혹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 여성 사진과 인적사항 유출
11월 28일 밤 A씨 변호를 맡은 정철승 변호사(법무법인 더펌 대표·사진)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사건의 퍼즐조각을 맞춰봤다. 이날 오전 정 변호사는 “A씨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을 색출해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 나도는 여성 피의자 사진은 두 종류다. 하나는 맞는데, 다른 하나는 엉뚱한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가짜 여성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한다.
“전혀 40대로 안 보인다. 늘씬한 아가씨다.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이거 진짜 꽃뱀 맞구나’ 하고 얘기한다.”
▼ 사진이 빠져나올 데는 수사기관밖에 없지 않나.
“관공서 쪽에서 유출된 건 확실하다. 무슨 의도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뿐 아니라 피해 여성의 인적사항과 주소도 유출됐다. 전과가 있다는 둥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둥 허위정보도 떠돈다.”
▼ 이 사건의 본질이 뭐라 생각하나.
“검사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사건이다.”
▼ 성폭행?
“여자가 검사를 유혹해 관계를 맺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검사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검찰에선 성폭행으로 안 본다.
“검사들이 발정 난 짐승들인가. 아무 여자나 와서 유혹하면 다 넘어가고 선처해주나. 설령 꽃뱀이라 해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떤 대단한 꽃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사실에 와 조사받다가 검사를 유혹해 성관계를 맺나.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그리고 이 여성은 전과가 전혀 없는 아이 셋 있는 가정주부다. 외모도 평범하다. 그런 여성이 토요일 오후에 조사받는 걸 노려 검사를 유혹했단 말인가.”
정 변호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가 전해주는 전 검사의 해명이다.
“여자가 의자에 앉아 조사를 받다 울음을 터뜨렸다. 보기 안쓰러워서 커피를 타서 권했다. 위로한다고 토닥였는데 여자가 갑자기 혁대를 푸르고 지퍼를 내려 거기를 빨려고 했다. ‘이거, 왜 이래!’ 하면서 제지했는데 또 그랬다. 한 번 더 제지했다. 그런데도 또 그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당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검사는 키 180cm에 건장한 체구다. 여성은 155cm 정도로 작고 말랐다.
“그 상태에서 억지로 오럴섹스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툭 밀어버리면 끝일 텐데.”
▼ 검사가 그렇게 진술했다는 건가.
“그렇게 변명했다. 11월 20일 내가 지도검사에게 연락했더니 한 시간 후 전 검사한테서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이 자리에서 마주 앉았다. 모텔에서는 성관계를 했지만 검사실에서는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두 번 다 여성이 유혹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왜? 여자가 유혹했든 안 했든 검사가 그 사실을 인정한 것 자체로 끝난 일이니까.”
이 사건의 출발점은 7월에 있었던 A씨 절도사건이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A씨 집안의 경제 수준은 상중하로 치면 중간이다.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7월 유치원 다니는 딸에게 몹시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 일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무렵 A씨 부모가 병원에 입원했다.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A씨에게 도벽이 생겼다고 한다.
7월 19일~8월 16일 약 한 달간 동네 이마트에서 16차례에 걸쳐 김밥, 요구르트, 운동화, 옷가지 따위를 훔쳤다. 가장 비싼 게 7만 원짜리 패션시계였다. 8월 16일 보안요원이 잡아 경찰로 넘겼다.
녹음 안 했으면 오리발 내밀었을 것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경찰의 이상한 사건처리 때문이었다. K경찰서 형사과 직원은 절도 16건 가운데 3건만 검찰로 이첩했다. 26만 원어치였다. A씨는 벌금 50만 원을 물었다. 그러자 이마트 측에서 A씨를 다시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수사해 처벌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번엔 강력반에서 맡았다. 이때부터 A씨 혐의가 단순절도에서 상습절도로 바뀌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적용을 받아 3년 이상 징역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왜 특가법상 절도인가.
“절도 전과가 한 번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이 같은 범죄를 쪼개 처리해놓고 재수사하면서 상습절도범으로 만든 거다. 담당 형사가 밤늦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다. 여성은 10월 21일 밤 8시에 불려가 혼이 빠질 정도로 세게 조사를 받았다. 여성 주장은 이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훔친 물품 액수는 100여만 원밖에 안 되는데, 이마트에서는 피해액이 450만 원이라 주장하고, 경찰은 무조건 이마트에서 요구하는 대로 합의하라고 재촉했다는 것이다. 이후 여성이 나를 찾아와 변호사 선임을 부탁했으나 거절했다. 변호사 수임료가 피해금액보다 더 크기 때문이었다. ‘검찰에 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경찰이 모욕을 주고 협박한다기에 ‘앞으로 뭐든지 녹음하라’고 조언해줬다. 이후 여성은 사건과 관련된 사람과 통화하거나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했다. 경찰 조사 과정도 녹음하고, 이마트 직원과의 통화 내용도 녹음했다. 그래서 검사와 대화한 것도 녹음할 수 있었던 거다. 검사가 11월 6일 밤 10시에 전화해 ‘이거, (징역) 3년짜리다’라고 겁을 준 것도 다 녹음해뒀다.”
▼ 철저히 준비한 것 같다.
“녹음 때문에 검사가 성관계를 인정한 거다. 그게 없었다면 이 사건은 묻혔다.”
▼ 첫날 검사한테 전화가 온 사실을 A씨가 정 변호사에게 얘기했나.
“내게 알려줬다. ‘검사가 좀 이상하다’고 하는데, 나는 대수롭잖게 생각했다. 여성 얘기가, 검사가 다음 날 바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그다음 날인 8일(목요일)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더니 검사가 ‘그러면 토요일인 10일 오후 2시에 들어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토요일에 들어가니 검사가 ‘합의’ 얘기만 했다고 한다. 여성이 피해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는데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합의 안 되면 징역 3년 산다는 말만….”
▼ 그런 얘기도 녹음돼 있나.
“검사와 대화한 것은 대부분 녹음돼 있다. 잘 들리는 것도 있고 안 들리는 것도 있다. 녹음을 들어보면 여성이 검사한테 ‘제발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검사는 이마트 측에서 제출한 영상자료를 일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