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2007.02.06

한국 담배는 힘이 세다

  • 입력2007-02-05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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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담배는 미국 담배보다 한 수 위다. 맛도 그렇거니와 품질까지 월등해 건강에 별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국내 최초 ‘담배소송’에서 새롭게 드러난 ‘희보(喜報)’다. 법원은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원고의 발병이 흡연 때문이라는 점은 증명할 수 없단다. 담배에 면죄부를 준 꼴이다.

    담배가 중독성이 있고 건강에 해롭다는 건 만천하에 공표된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폐암과 흡연의 인과관계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오죽하면 세계적 폐암 전문가인 이진수 국립암센터 연구소장마저 이번 판결에 대해 “진실이 법정에서 왜곡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어이없어했겠는가.

    세계 3대 담배경작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법원들이 지금까지 담배 제조회사의 책임을 물어온 건 담배가 암 발병의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해서다. 그러니 이번 판결을 좀 비틀어보자면, 한국 담배엔 유달리 발암물질이 적을 수도 있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먼 옛날 원산지 남아메리카를 떠난 담배는 우리나라에서만 건강친화적인 기호품으로 변한 모양이다. 과연 ‘신토불이(身土不二)’다.

    사족(蛇足). KT·G가 국내 유일의 담배 제조기업이 아니었더라도 이번처럼 편협한 판결이 나왔을까. 의구심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담배연기처럼.

    분노가 부러움을 넘실대려 한다. 공기업 말이다. 일찍이 ‘철밥통 집합소’이자 ‘신이 내린 직장’인 줄은 알았으되, 골까지 빈 ‘공(空)기업’인 사실은 이제야 깨달았다.



    연차휴가가 있는데 ‘창립기념일 대체휴가’는 또 뭔가. 부인의 외조부모 사망에도 200만원의 위로금? 배우자가 유학을 떠나도 4년 휴직을 허용하고, 최하위 성과등급 직원에게도 성과급을 330%나 지급했단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놀멘 놀멘’이 아닐 수 없다. 가수 조영남 씨가 얼른 한 수 배우자고 들지도 모를 판이다. 이 환상적이기 짝이 없는 노사의 속궁합!

    감사원 감사를 받고 해마다 ‘혁신’을 운위하면서도 정작 속으론 이렇듯 자기 배만 불려온 게 공기업의 현주소다. 그 사이 늘어난 건 경영적자와 세금 부담뿐. 지금이라도 엄중한 관리체계를 가동하는 게 국민에 대한 정부의 예의다. 문득 몇 개월 전 개봉했던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예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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