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 조영철 기자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이 1월 5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2021년부터 로봇산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온 전문 애널리스트다. 2024년 ‘최고의 성장주 로봇 산업에 투자하라’는 책도 펴냈다. 그는 로봇산업 미래를 낙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목한다. 양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로봇 도입 확대
“세계적으로 제조업 종사자가 약 30억 명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존재’로 본다면 30억 대까지는 수요가 있는 셈이다. 휴머노이드 한 대 가격을 1000만 원으로 가정하면 시장 규모가 3경 원이다. 여기에 외식업계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로봇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 규모가 더 커진다. 많은 투자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다만 양 선임연구원은 관련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봇 기업 주가가 아직은 매출이나 수주 성과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2년 전 펴낸 책 ‘최고의 성장주 로봇 산업에 투자하라’에서 로봇산업을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걷기 시작한 단계”라고 소개했다. 지금은 어떤가.
“본격적으로 뛰어보려는 단계다. 물리적으로는 이미 로봇이 뛰고 춤추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또 로봇에 적용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높아졌고, 섬세한 조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로봇 손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제 로봇이 인류 사회에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존재로 나아가려는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이미 산업현장에서는 로봇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계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운용 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가 세계 1위다(2023년 기준). 아직 성장 여력이 있나.
“물론이다. 로봇 도입 정도는 업종별로 편차가 크다. 자동차나 전기전자제품 생산 공정에서는 로봇이 이미 큰 역할을 하지만 철강, 조선, 화학업계는 자동화가 거의 안 된 상태다. 그중 최근 로봇 수요가 집중되는 분야는 조선이다. 용접 숙련공 수가 계속 줄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섬세한 용접 작업을 할 수 있나.
“물론이다. 정해진 선을 따라 균일한 강도로 용접하는 건 원래 잘했다. 최근에는 카메라 센서와 AI를 장착한 로봇이 직접 용접선을 만들고, 필요할 경우 수정까지 해가며 작업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내 조선소들은 2024년부터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도입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말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해 용접 로봇 도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업계의 로봇 도입이 세계적 흐름이 된 분위기다.”
미국 위협하는 중국 성장세
테슬라가 올해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능력을 연간 10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나.“일단 물류업계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또 테슬라와 현대차가 휴머노이드를 자동차 공장에 투입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안전 문제만 해결된다면 산업용 휴머노이드 수요 증가에 앞서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장에서 휴머노이드를 사용하려면 작업 성공률이 99.9999%여야 한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제조 공정 전체가 틀어져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집안일은 위험 부담이 적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빨래 10개를 개다가 1개쯤 실수해도 별문제가 없지 않겠나.”
물류 창고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작업을 AMR(자율 이동 로봇)과 로봇팔이 수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꼭 필요할까.
“AMR은 이동을, 로봇팔은 조작을 하는 로봇이다. 물류 현장에는 이동과 조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작업들이 자동화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이동과 조작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 AMR에 로봇팔을 얹은 형태의 로봇이 먼저 투입됐다가 이들이 점차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에서 눈에 띄는 기업이 있나.
“휴머노이드 로봇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체다. AI 등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미국이 강하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싸게 잘 만드는 건 중국이다. 최근 중국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중국 기업은 유비텍이다. 홍콩시장에 상장돼 있는데 지난해 휴머노이드로만 약 2400억~2500억 원어치 수주 실적을 세웠다. 이것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매출로 잡힐 예정이다.”
그 외 주목할 만한 해외 로봇 기업이 있다면.
“중국 리더드라이브, 유니트리로보틱스, 러쥐로봇, 딥로보틱스 등이다. 일본에서는 감속기 회사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로봇 기업들은 사용 부품을 채택할 때 레퍼런스, 즉 로봇 완제품에 실제로 쓰인 사례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 회사는 레퍼런스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어 향후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들과 부품 공급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용 로봇 분야 강자인 화낙도 최근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다.
미국 상장 회사 중에는 수술 로봇 시장 1위 업체 인튜이티브서지컬을 관심 영역에 둘 만하다. 수술 로봇은 판매 후 유지·보수 관련 구매가 반복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로봇 기업들 전망은 어떤가.
“냉정하게 말해 국내 기업의 휴머노이드 로봇 완제품 제조 기술력은 아직 미국·중국 기업들에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도 완제품보다는 부품 기업 쪽에 관심을 더 두는 것 같다. 엑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 기업으로 로보티즈를 주목할 만하다. ‘개미’라는 로봇으로 실외 배송 로봇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다. 감속기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데, 국내 회사 가운데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내 로봇 부품의 성능은 전통 강자인 일본·독일 기업 수준까지 발전했다. 다만 레퍼런스 측면에서 크게 뒤진다. 현대차 아틀라스 등 국내 부품을 사용한 로봇 완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해 좋은 레퍼런스가 돼준다면 국내 로봇 부품 기업 주가가 더 크게 오를 수 있다.”
투자 전 캡티브 수요 확인
HD현대로보틱스, 빅웨이브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등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많다.“에이딘로보틱스가 가장 성장성이 커 보인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촉각 센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제품을 실제 양산하는 등 경쟁 기업에 비해 앞서 있다. 다른 두 회사도 성장 활로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루미나르, 아이로봇 등 한때 주목받던 글로벌 로봇 기업들이 파산했다. 로봇 관련 투자 시 주의할 점이 있나.
“로봇산업은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 가치가 매출, 영업이익, 수주 성과 등 숫자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기대감에 더 크게 좌우되는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처를 선택할 때는 최소 3개년 이상 매출을 확인하는 게 좋다. 매출액 자체보다 성장 흐름을 봐야 한다. 또 그룹사 내부 수요, 즉 ‘캡티브 수요’가 있는지도 확인할 것을 권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라는 캡티브 수요를 각각 확보하고 있다.”
로봇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면.
“오랫동안 시장 흐름에 대응해온 ‘KODEX K-로봇액티브’를 꼽겠다.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ETF’나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 ETF’ 등 해외 기업에 배팅하는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유비텍이나 리더드라이브 등이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에 포함돼 있다. 과거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ROBO(Global X Robo Global Robotics&Automation ETF)’나 ‘BOTZ(Global X Robotics&Artificial Intelligence ETF)’ 등을 언급한 적이 있다. 화낙 등 주요 로봇 기업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관점에서 보면 ROBO나 BOTZ의 구성 종목은 레거시 로봇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현 트렌드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국내 상장 ETF 쪽을 더 추천한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안녕하세요. 임경진 기자입니다.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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