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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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이수정 교수 “딥페이크 범죄, 위장수사 허용해야”

“유포자 처벌, 성인과 미성년자 다른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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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9-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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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n번방 사태 당시 조주빈과 일당은 엄한 처벌을 받았다. 문제는 당시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n번방 시청자 2만 명이다. 이들은 디지털 범죄가 진화하는 상황에서 함께 진화했다. 불법 촬영물을 엄중히 처벌하니 촬영하지 않고 영상을 확보하는 방법을 발굴한 것이다. 바로 딥페이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9월 2일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n번방 사태 당시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조주빈 일당에게만 초점을 맞춰 처벌한 결과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시 주범을 엄벌하면 계도적인 효력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n번방 시청자였던) 2만 명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채널 시청자) 20만 명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홍태식]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홍태식]

    “청소년, 딥페이크 영상 능욕물로 인지”

    딥페이크 성범죄가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이었다. 가수, 배우 등 연예인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일반인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인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사례가 하나 둘씩 확인됐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관련 범죄를 많이 저질렀다는 사실은 충격을 더했다. 이날 이 교수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되, 성인과 미성년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가장 눈여겨볼 특징은 무엇인가.

    “범죄로 여기지 않고, 일부는 창작물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딥페이크 자체는 예전에도 있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그림(‘더러운 잠’)을 국회에 전시하지 않았나. 문제는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며 제한할 수 없게 한 점이다.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 뒤에 숨어서 관련 문제가 독버섯처럼 자라났고, 초등학생까지 삼켜버렸다. 외국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돼 있다.”

    미성년자들이 딥페이크 범죄 가해자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코딩 등 기술 교육이 초등학생 때부터 이뤄진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관련 시스템에 훨씬 익숙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딥페이크 영상을 음란물로 인지하지 않고 ‘능욕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간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라 엄벌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폭력을 하게 됐는데, 그 끝에 음란 능욕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은 딥페이크 영상을 자기네들이 이전부터 했던 짓궂은 놀이 정도로 생각한다.”

    성인의 범죄 행위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보나.

    “무조건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유포가 문제다. 지금은 아이들이 능욕을 목적으로 자기네끼리 유포하는 것과 상업적 목적으로 유포하는 행위를 동급으로 분류해 처벌하고 있다. 그러니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유포죄를 촘촘히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포 목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데, 입증이 어렵다는 미명 아래 어른의 유포와 아이의 유포를 똑같이 취급하면 결국 모두가 관대한 처벌, 즉 집행유예를 받는 식으로 끝나버린다.”

    처벌에도 차등을 둬야 한다는 뜻인가.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이후 상황에 따라 처벌 수위를 정해야 한다. 마약 문제와 유사하다. 마약 문제가 방치된 탓에 마약 의존성이 생긴 사람을 마약 딜러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는 없다. 딥페이크 역시 어른들의 방심 속에서 아이들의 능욕 문화가 발현한 측면이 있다. 처벌하더라도 교육 위주의 처벌이 돼야 한다. 어른의 경우에는 범죄 수익을 목적으로 유포했으면 처벌 수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죽이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단순유포죄와 악성유포죄로 나누는 식으로 죄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금전적 이익 노리는 웹, 망하게 해야”

    플랫폼의 경우 어떻게 처벌해야 하나.

    “상업적 목적 아래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금전적 이익을 노려 관련 행위를 방치한 웹은 망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유사한 문제에 대해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모여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관련 기업은 사실상 망한다. 상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유저들이 어디로 가겠나. 관련 규제가 허술한 한국으로 오지 않겠나. 한국인 피해자가 50% 이상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한국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범죄 창구로 쓰인 탓에 범죄자 검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텔레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n번방 사태 당시 국내 포털은 다 위험했다. 라인 등 여러 채널에서 음란물이 유통됐기 때문이다. 이후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이 감시 수준을 높이자 범죄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이동했다. 이제 텔레그램마저 문제가 되니 (다크웹 접속 프로그램) 토르로 간다는 것 아닌가. 경찰의 위장수사 역시 지금보다 훨씬 허용해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다크웹에 들어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관련 특례법을 만들거나, 수사 기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한국에 있는 만큼 열심히 찾아보면 범죄자를 검거할 방법 역시 있을 것이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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