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수시 논술에 응시한 학생들이 논술시험을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채점 결과가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잘 나왔다면 논술시험장에 갈 필요가 없다. 정시모집(정시)에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평소보다 낮은 등급이 나왔다면 논술시험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학생이 획득한 원점수가 등급 경계에서 1등급인지 2등급인지 파악하기 힘들 때다. 섣부른 예상으로 논술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등급이 기대보다 낮게 나온 경우 수시도 정시도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가채점 결과를 가지고 입시기관들이 등급 커트라인 추정치를 발표하지만 100% 정확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점수를 기준으로 등급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사설기관들의 추정치가 ±1~2점은 기본이고 심지어 3~5점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아예 수능을 못 봐서 각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당연히 논술시험장에 갈 필요가 없다. 수능 후 논술시험 결시율이 30~50%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은 정시에서 실질적으로 가, 나군밖에 지원할 기회가 없고 쉬운 수능 때문에 논술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차선택일 수도 있다.
정시에서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정시 합격 예상 점수가 높아지자 학생들이 수시의 대학별 고사에 많이 응시했다. 하지만 수능 상위권 학생이 수시로 흡수되자 막상 정시 합격선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이 너무 쉽게 출제돼 100점이 아니면 1등급이 나오기 어렵다는 예측이 일반적이었으나, 한 입시기관이 한 문제 틀리는 것까지는 1등급이 나온다고 예측해서 혼선을 빚었다. 결과적으로 수학B형에서 만점자가 4%를 넘겨 해당 입시기관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처럼 예측을 빗나가는 결과가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이월된다.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상위권 대학은 정원을 60~70% 충족하지만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충원율이 30~40%밖에 안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중위권 대학은 정시 선발인원이 40~50%인 대학이 많은데 이 인원에 10~20%가 더 추가된다. 이런 경우 대학의 정시 선발인원이 늘어나므로 합격 커트라인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상위권의 인기 학과는 추가 합격에 따른 변동이 심하게 일어난다. 고려대 경영대학, 정경대학은 정원의 절반 가까이 추가 합격이 발생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대학도 마찬가지로 상위권 학과는 서울대로 이동하는 인원이 많아 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추가 합격자가 발생한다. 최종합격 커트라인은 쉬운 수능 때문에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시모집에서 군의 이동도 커트라인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서울대가 가군으로 이동하자 연세대와 고려대가 나군으로 이동했는데 이화여대는 가군에 머물렀다. 이화여대가 반사이익으로 커트라인이 올라갈 거라는 예측이 쉽지는 않았다. 경희대와 서울시립대가 다군을 포기하자 홍익대가 다군에서 선발해 경쟁률이 30 대 1까지 치솟아 백분위가 96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처럼 쉬운 수능, 돌변하는 합격선, 변화하는 수험생의 지원 경향 등으로 정시전형에도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 정시전형에서 합격을 확신할 수 없다면 수시 논술시험에 꼭 응시해야 한다. 대학입시는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사소한 일이건 큰일이건 신중하게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하며, 선택하기 전에 욕심을 버려야 한다. 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경쟁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