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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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거부 없어도 ‘간음죄’로 처벌

우월적 지위와 성관계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5-29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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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 거부 없어도 ‘간음죄’로 처벌
    요즘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연예인 지망생이나 연습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각종 강력사건으로 연예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이번엔 가수 출신 방송인 고영욱 씨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 고씨는 아는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며 18세 연예인 지망생을 유인한 뒤 함께 술을 마시고 2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 내용과 처벌은 기본적으로 형법에서 규정한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가 빈발하고 부녀자들에 대한 성 관련 강력사건이 문제화되면서 피해자를 중심으로 범죄 범위를 넓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특별법을 제정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다.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고씨가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알았는지와 성관계의 강제성 유무다. 고씨가 상대 여성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으며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법률에서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은 성 관련 행위는 사실 애매한 부분이 있다. 행위를 규정하는 용어부터 ‘간음(姦淫)’ ‘강간(强姦)’ ‘추행(醜行)’ 등으로 추상적이며,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같은 어려운 용어도 등장한다. 남녀 합의하에 이뤄진 성 접촉이 처벌 대상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폭행이나 협박 등 강제력에 의한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한다. 고씨가 성관계를 맺는 데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식적으로는 합의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그 합의에 온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 그렇게 이뤄진 성관계는 ‘간음’이고 처벌 대상이 된다. 성관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강제적인 행위는 ‘추행’이다. 이 또한 처벌 대상이다.



    적극 거부 없어도 ‘간음죄’로 처벌
    한편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해야 처벌이 가능한 범죄를 ‘친고죄’라고 한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한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음에도 처벌받는 간음의 경우다. 간음에 대해서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직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아동 또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위계나 위력에 의한 성관계다. 미성년자는 13세 미만의 아동과 19세 미만(정확히는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기준)의 일반 미성년자로 구분된다. 미성년자에 대한 위계나 위력에 의한 간음은 강간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오히려 가중 처벌된다. 상대가 13세 미만 아동이면 일반 미성년자를 상대로 했을 때보다 가중 처벌된다. 또한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피해자와의 합의에 관계없이 처벌받는다. 고씨가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 밖에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경우, ‘장애인에 대한 간음’의 경우, ‘업무, 고용 등으로 자신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부녀자를 간음’한 경우, ‘기타 위계로써 간음’한 경우에도 처벌받는다.

    며칠 전 미성년인 종업원을 성추행한 업주가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고 1심에서 친고죄인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로 판단돼 풀려났다가, 항소심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 추행죄로 의율(법적 조건을 갖춘 사실이나 행위에 대해 법원이 법규를 적용함)해 다시 재판받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성관계라도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면 이 또한 처벌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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