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정당 최초로 동물복지 관련 공약을 발표했습니다(표 참조).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라는 슬로건 아래 총 9개 공약을 내놓은 건데요. 이번 글에선 그중 반려동물과 관련된 공약 몇 가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 민주당 공약엔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하고 동물들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격상하는 등 21대 국회에 가로막혀 있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죠.
다만 실현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입니다. 민법 개정안은 2021년 10월 정부가 직접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지위를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신중검토’ 의견을 냈습니다. 단순히 단어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 동물의 법적 지위가 바뀔 때 다른 법과 충돌해 발생할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죠.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반박 논거가 충분해야 공약 실현이 가능할 듯합니다.
일부 공약은 내용 측면에 문제가 있습니다. ‘강아지·고양이 생산공장 및 가짜 동물보호소 금지’가 그렇습니다. 동물생산업체는 동물보호법상 허가를 받아 영위하는 엄연한 합법 사업체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시설별 사육 마릿수를 제한함으로써 반려동물의 대규모 생산을 금지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는 일부 비윤리적 동물생산업체가 만들어낸 편견에 기반해 동물생산업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 인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밖에 ‘반려동물 보건소 확대’ 공약도 재고가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찾아가는 보건소 운영 등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공공의료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 공공의료서비스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로 지원 범위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경기 성남시(시립동물병원), 경기 김포시(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사례처럼 일부 반려동물 보건소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면서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보건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료 대상과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명확하게 정리하는 게 보건소 확대의 전제 조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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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대신 동물복지법
민주당 동물복지 관련 공약에는 ‘동물복지기본법 제정 및 민법 개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동물에 대한 사회 인식 수준은 ‘동물보호→동물복지→동물권’ 3단계로 발전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동물을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말자는 1단계(동물보호)에서 동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생각하는 2단계(동물복지)로 발전한 뒤, 최종적으로 인권처럼 동물권을 고려하는 3단계에 도달한다는 이론입니다. 현재 한국은 1~2단계 사이쯤에 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을 학대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동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신경 써야 한다”는 데 대해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죠. 이것을 방증하는 게 바로 법 명칭입니다. 한국의 동물 관련 현행법 명칭은 ‘동물복지법’이 아닌 ‘동물보호법’으로,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법 명칭을 개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끝내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이번 민주당 공약엔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하고 동물들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격상하는 등 21대 국회에 가로막혀 있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죠.
다만 실현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입니다. 민법 개정안은 2021년 10월 정부가 직접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지위를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신중검토’ 의견을 냈습니다. 단순히 단어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 동물의 법적 지위가 바뀔 때 다른 법과 충돌해 발생할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죠.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반박 논거가 충분해야 공약 실현이 가능할 듯합니다.
일부 공약은 내용상 문제 有
또 다른 공약은 ‘동물 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및 사육권 제한’입니다. 동물보호법은 2022년 4월 전부 개정을 거쳐 기존(총 47조)보다 조항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총 101조로 구성된 거대 법안이 됐습니다. 이때 초안엔 담겼지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된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 학대자의 사육금지처분’ 조항입니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 다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명령하는 것인데, “새로운 형사법적 제재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이라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발로 밟았다고 해서 국가가 그 물건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권리를 뺏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한 ‘동물 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및 사육권 제한’이라는 민주당 공약도 실현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일부 공약은 내용 측면에 문제가 있습니다. ‘강아지·고양이 생산공장 및 가짜 동물보호소 금지’가 그렇습니다. 동물생산업체는 동물보호법상 허가를 받아 영위하는 엄연한 합법 사업체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시설별 사육 마릿수를 제한함으로써 반려동물의 대규모 생산을 금지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는 일부 비윤리적 동물생산업체가 만들어낸 편견에 기반해 동물생산업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 인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밖에 ‘반려동물 보건소 확대’ 공약도 재고가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찾아가는 보건소 운영 등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공공의료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 공공의료서비스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로 지원 범위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경기 성남시(시립동물병원), 경기 김포시(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사례처럼 일부 반려동물 보건소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면서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보건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료 대상과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명확하게 정리하는 게 보건소 확대의 전제 조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