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
테무는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 행사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 2년 연속 광고를 내보냈다. 사진은 해당 광고의 한 장면. [테무 제공]
테무는 마케팅에도 엄청난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 행사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 2년 연속 광고를 내보냈다. 슈퍼볼 경기에 30초짜리 광고를 하려면 최소 650만~700만 달러(약 86억8000만~93억5000만 원)가 든다. 테무는 경품과 쿠폰 등 프로모션에도 1500만 달러(약 200억4000만 원)를 지출했다. 테무는 지난해 미국 전역 TV 방송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등에 각종 광고비를 지출했다. 한해 동안 17억 달러(약 2조2700억 원)에 이르는 온라인 광고비를 투입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1000% 늘어난 수치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테무의 온라인 광고비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4년엔 30억 달러(약 4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테무는 소비자들에게 ‘쇼핑하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앱에 카드 뒤집기, 룰렛 등 각종 미니게임을 집어넣어 소비자로 하여금 이를 즐기면서 앱에 오래 머물게 한 것이다. 테무 이용자가 앱에 체류한 시간은 평균 18분으로 아마존(10분)에 비해 2배 가까이 길었다.
테무를 비롯해 초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패스트패션 회사 쉬인(Shein)이 대표 사례다. 2008년 설립된 쉬인은 수천 개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난징에 설립됐지만 현재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패스트패션은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는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의미로, 최신 유행을 빠르게 적용해 저가로 대량생산하는 의류를 뜻한다.
1020세대 선호 가격 마케팅
쉬인의 성공 요인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 의류는 5~10달러(약 6600~1만3000원), 액세서리는 3~5달러(약 4000~6600원) 수준이다. 할인 기간에 구매할 경우 의류도 5달러 이하로 구매 가능하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1020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기에 적당한 가격대”라며 “어린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시장조사업체 UBS 에비던스 랩(UBS)에 따르면 쉬인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인 동시에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패션 앱이다. UBS는 “쉬인 고객의 평균 연간 소득은 6만5300달러(약 8700만 원)이며, 이들은 쉬인에 월평균 100달러(약 13만 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객 대부분이 MZ세대지만 전체 고객의 평균 나이는 34.7세”라고 지적했다. 쉬인은 설립 14년 만인 지난해 1000억 달러(약 133조63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스웨덴 SPA 브랜드 H&M과 스페인 브랜드 자라를 합친 것보다 크다.
아마존 등 미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은 테무와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공습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앱들이 미국에서 뜨고 있다”며 “이들은 아마존, 월마트, 타겟 등의 점유율을 빼앗으면서 새로운 거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매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1조781억 달러(약 1440조6000억 원)로 집계됐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 세계의 20%를 차지한다.
美 무관세 소형 택배 30% 쉬인·테무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 [미국 하원 제공]
테무와 쉬인 등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미국 관세정책의 허점을 노려 ‘무관세’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800달러(약 107만 원) 이하 수입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2015년까지는 무관세 허용 기준이 200달러(약 26만7000원) 수준이었지만 2016년 3월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 기준을 800달러로 확대했다. 미국으로 들어올 때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소형 택배 중 30%는 쉬인과 테무에서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에선 무관세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관세 기준을 높인 것은 중대한 실책이었다”며 “매일 200만 개 소포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만큼, 무관세 기준을 100달러(약 13만 원)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에 10억5000만 개 물품이 최소 기준 면제 제도에 따라 면세 혜택을 받으며 미국에 반입됐다. 이는 2022 회계연도보다 53% 늘어난 규모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쉬인이나 테무 같은 중국 기업은 면세 및 최소 물품 조사가 이뤄지는 면세 한도 규정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왔다”며 “면세 규정 악용은 미국 기업들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의회 요구대로 자국 전자상거래업체의 피해를 줄이고자 관세정책을 강화한다면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이 지금 같은 초저가 판매를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주목할 점은 미국 의회가 테무에 대해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위반했다며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블레인 루트커마이어 하원의원을 비롯해 반중 성향의 일부 의원은 테무를 UFLPA 적용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UFLPA는 미국 의회가 2022년 중국이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에서 자행하고 있는 소수민족 위구르에 대한 탄압을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한 법이다. 위구르족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나 이를 취급하는 기업들의 모든 제품에 대해 자국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중 전자상거래 전쟁 고조
미국과 중국의 전자상거래 전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GETTYIMAGES]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지난해 6월 ‘패스트패션과 위구르 대량학살’ 보고서에서 “테무 공급망이 강제노동으로 오염될 위험이 매우 높다”며 “테무에는 UFLPA 준수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없고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이 정기적으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보장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테무가 UFLPA를 위반한 것이 밝혀질 경우 사실상 미국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캐럴 밀러 미 하원의원은 “미국에 들어오는 제품이 법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테무는 UFPLA 위반 명단에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UFPLA 카드’를 꺼내 들려는 이유는 테무의 공습으로 자국 유통 생태계가 초토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자상거래 전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