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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맛 나는 ‘대체육’ 어느새 육류 자리 파고들어

건강식이라는 선전보다 첨가물 유의해 고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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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19-09-23 0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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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도 ‘대체육’ 외풍이 불고 있다. 대체육은 진짜 고기는 아니지만, 콩과 밀 같은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만든 인조고기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17년 기준 전 세계 고기 대체식 시장 규모는 42억 달러(약 5조200억 원)이며, 2025년 75억 달러(약 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5월 미국 식물성 고기 브랜드 ‘비욘드미트’가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비욘드미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인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대체육은 당초 지구 환경과 동물 복지를 생각하며 윤리적·환경적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식품이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의철 ‘베지닥터(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치의사, 한의사들의 모임)’ 사무국장은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고 자원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음식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온실가스의 20%가량이 가축 사육으로 발생하는 등 지구 환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체육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현재보다 20억 명 증가한 95억 명에 달하고, 이들이 소비할 육류가 연간 465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육류는 우리 식문화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그동안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근래 들어 최첨단 기술의 발달로 식물성 고기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대체육’이 육류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고기 맛 나는 ‘가짜 고기’ 속속 출시

    일명 ‘콩고기’로 알려진 1세대 대체육은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콩을 갈아 글루텐으로 굳힌 것이라 맛과 식감이 실제 고기와도 다르다. 그런데 요즘 시장에 나오는 식물성 대체육은 한층 진화했다. 요리연구가이자 영양사인 김영빈 씨는 “햄버거 패티와 너겟, 커틀릿, 햄 등 종류가 많아졌고,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윤모(37) 씨는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종종 고기 대신 대체육을 먹는다. 그는 “너겟과 가스(kasu)를 즐기는데, 고기와 똑같지는 않지만 육즙과 식감이 잘 구현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비욘드미트의 대표 제품인 ‘비욘드 버거’. [AP=뉴시스]

    비욘드미트의 대표 제품인 ‘비욘드 버거’. [AP=뉴시스]

    비욘드미트의 제품은 실제 고기와 흡사한 맛으로 유명하다. 콩과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섬유질과 효모 등을 혼합해 고기 같은 맛과 식감을 구현해냈다. 코코넛 오일로 고기 육즙까지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식물성 쇠고기, 닭고기, 햄버거 패티, 소시지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한다. 이 중 식물성 고기 패티인 ‘비욘드 버거’(227g·1만2900원)가 올해 3월부터 동원F&B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11월쯤 소시지와 비프크럼블 등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푸드의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의 제품들. [사진 제공 · 롯데푸드, GettyImages]

    롯데푸드의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의 제품들. [사진 제공 · 롯데푸드, GettyImages]

    국내에서는 대체육이 소규모 업체나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유통되다 최근에는 대형 식품업체들이 제품 개발과 유통에 나서고 있다. 롯데푸드는 4월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내놓았다. 통밀에서 100% 순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의 근섬유와 유사하게 만든 뒤 닭고기 특유의 쫄깃한 맛을 냈다. 또한 효모추출물로 고기 같은 풍미를 내고, 식물성 오일로 부드러운 육즙의 맛을 살렸다. 이 브랜드로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은 ‘크리스피 너겟’(500g·7980원)과 ‘크리스피 까스’(500g·7980원). 롯데푸드 관계자는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건강과 다이어트를 고려하는 2030 여성, 어린 자녀를 둔 주부 등 다양한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라며 “현재까지 4만여 개가 팔렸고, 판매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10월쯤 함박스테이크 타입을 발매할 예정이며, 피자 토핑 같은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 기업’이라는 미션 아래 ‘로하스 7대 전략’을 발표했다. 7대 전략 가운데 한 가지가 ‘육류대체’로, 미래 전략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다. CJ제일제당 역시 대체육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도 대체육 개발 열풍이 불었다. 신경옥, 한경식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국내산 농산물에서 유래하는 고함량 단백질을 소재로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대체육은 건강식? 의견 분분

    [사진 제공 · 동원F&B, GettyImages]

    [사진 제공 · 동원F&B, GettyImages]


    대체육업계가 타깃으로 생각하는 소비층은 채식주의자만이 아니다. 건강,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거나, 먹을 수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 집중한다. 현 축산 방식이 동물 복지는 물론, 환경 오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 역시 이에 해당된다. 이른바 ‘윤리&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층은 이와 관련된 제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인식도 시장 활성화에 한몫한다. 또한 대체육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가축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나 있다. 

    하지만 건강 전문가들은 ‘대체육=건강식’이라는 공식에 대체로 의구심을 갖는다. ‘채식하는 의사’인 이의철 사무국장은 “환경을 생각한다면 대체육은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다만 건강을 위해 먹으려 한다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체육도 가공식품이기에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기와 흡사한 맛과 식감을 내는 대체육에는 각종 첨가물이 들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혈당 조절을 방해하거나,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조애경 WE클리닉 원장 역시 대체육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에 우려를 표했다. 조 원장은 “식품을 가공할수록 첨가물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구입 전 첨가물 표기를 꼼꼼히 살펴보라”고 권했다. 또한 “60대 이상 한국인은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특히 여성 노인들은 근 감소증이 나타나기 쉬운 만큼 천연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체육이 가공식품이다 보니 이와 같은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마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유기농 제품을 먹는 것과 흡사한 느낌이라는 소비자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식품업계는 순수한 고기가 아닌, 고기로 만든 같은 종류의 가공식품과 비교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식물성 햄버거 패티나 너겟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낮고, 환경호르몬이나 항생제가 들어 있지 않아 다른 육가공식품에 비해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백질 공급하는 단독 식품으로 자리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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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체육이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에 도움이 되고, 미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라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모습의 대체육이 나와야 할까. 

    이 사무국장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기와 비슷할수록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기의 질감이나 비주얼을 흉내 내려면 가공 과정이 많아지고 첨가물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체육이 고기 이미지에서 탈피해 그 자체로 육류 단백질을 대신할 하나의 식재료로 자리 잡으면 좀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물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실험실 고기’인 배양육도 대체육과 경쟁할 수 있다. 배양육은 2013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성공했다.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키워 고기로 만든 뒤 육류와 비슷하게 염색하면 진짜 고기가 되는 원리다. 배양육의 경우 유전자 조작이나 세포 배양에 대해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연구 기간이 길지 않아 안전성에 대한 걱정도 크다. 

    앞으로 식품업계의 대체육 연구와 투자는 늘어나고, 제품 역시 점차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자칫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체육이 유통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한국비건인증원’을 국내 최초 비건 인증기관으로 인정했다. 공신력 있는 인증 절차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대체육을 접할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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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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