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커피숍에 선결제 상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임경진 기자]
“주문 코드는요?”
“민주주의요.”
12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손님과 커피숍 직원이 나눈 대화다. 커피숍 직원은 손님에게 음료 가격을 안내하는 대신 ‘주문 코드’를 물었다. 손님은 “민주주의”라고 답하며 돈을 내지 않고 아메리카노를 받아 갔다. 익명의 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음료를 내어달라’며 해당 커피숍에 아메리카노 100잔을 미리 결제해 뒀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열린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익명의 기부자가 참가자들을 위해 집회 장소 인근 가게의 음료와 음식 등을 ‘선결제’하는 문화가 전국적으로 생겨났다. 가게에 일정 금액을 먼저 결제하고 이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이 게시글을 본 집회 참여자들이 선결제된 가게를 찾아 음료 등을 무료로 받는 식이다. 선결제는 집회 참여 인원이 가장 많았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뿐만 아니라 대전 은하수네거리 일대, 대구 1호선 중앙로역 일대, 부산 1호선 서면역 일대, 광주 금남로 일대 등 윤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린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12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분식집에 붙어 있는 선결제 안내문. [임경진 기자]
선결제에 나선 시민들은 선결제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집회에 직접 나가지는 못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인근 커피숍에서 음료 100잔을 선결제한 20대 여성 성모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3번 이상 참여했는데도 생업으로 인해 집회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국회 앞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빚지는 마음이었다”며 “생업을 제치고 집회에 나간 사람들에게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고교생 이모 씨는 “응원봉을 들고 콘서트를 가야 할 또래 친구들이 추운 날씨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고맙고 미안했다”며 “멀리서나마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음료 25잔을 선결제했다”고 전했다.
12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분식집 앞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선결제 김밥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임경진 기자]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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