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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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드메’ 추가금 폐지 대책…기본 패키지 가격 올리는 결혼업체들

늦은 오후 결혼하면 내지 않던 ‘얼리스타트비’ 패키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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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11-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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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결혼식에 필수적인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의 줄임말) 서비스에 추가 요금을 받는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기로 한 후 한 업체가 ‘불공정약관 시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공지를 올려서 확인했더니, 추가 요금이 붙는 서비스들을 기본 서비스에 포함하고 그만큼 기본 서비스 요금을 높여서 받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결국 신랑 신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똑같다는 설명이었죠. 제가 계약한 다른 업체 웨딩 플래너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 심지어 ‘스드메업체들은 자기들끼리 추가 품목을 기본 패키지에 포함하고 패키지 요금을 올려버리면 그만이니, 패키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계약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말하더라고요.”

    내년 상반기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이모 씨가 11월 19일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 씨는 “웨딩 플래너의 말을 듣고 신랑 신부를 돈줄로만 보는 듯해 실망했다”며 “플래너와 계약을 파기했고 최대한 혼자 결혼 준비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데 드는 스드메 비용에 대한 예비부부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결혼업체가 추가 요금을 받아왔던 선택 품목을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고 서비스 품목별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선택 품목을 기본 패키지에 넣어 기본 패키지 가격 자체를 높게 받으려는 결혼업체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드레스 피팅비, 사진 파일 구입비, 얼리스타트비 등 각종 결혼 준비 비용에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드레스 피팅비, 사진 파일 구입비, 얼리스타트비 등 각종 결혼 준비 비용에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고화질 원하면 추가금 내라”

    그간 결혼 대행업체는 스드메 계약 시 소비자에게 여러 별도 비용을 청구해왔다. 아침 일찍 메이크업을 시작하기 위한 ‘얼리스타트비’, 대여할 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한 ‘드레스 피팅비’, 사진 파일을 받기 위한 ‘사진 파일 구입비’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예식이나 웨딩 촬영 도중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헤어 변형 비용, 촬영 소품 비용, 야간 촬영 비용 등 추가금 종류도 업체마다 각양각색이다.

    1월 결혼식을 올린 정모 씨(28)는 “결혼식 장면을 고화질 4K로 촬영한다는 영상업체와 계약했는데 업체가 영상을 일부러 저화질로 편집해주면서 ‘영상을 고화질로 받고 싶으면 추가금을 내라’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22만 원을 더 내고 고화질 영상을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년 6월 예식을 앞둔 육모 씨(31)는 “스드메 기본 패키지 가격이 418만 원이었는데 각종 추가금을 내고 나니 스드메에만 총 700만 원이 들었다”며 “부모의 지원 없이는 결혼식을 올리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싼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1월 12일 사진 파일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비를 별도 항목이 아닌 기본 제공 서비스에 포함하도록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이용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11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상반기부터 결혼 서비스 기본 패키지와 선택 품목 가격을 업체가 자율 공개하는 ‘결혼 서비스 발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격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으로 오히려 스드메 비용이 더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결혼업체들이 추가 요금을 받기 어려워진 만큼 기본 패키지 가격을 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 결혼식을 앞둔 김모 씨는 “결혼업체 측에서 ‘얼리스타트비를 별도 항목으로 받지 못하게 되면 기본 패키지 가격이 그만큼 비싸져 지금은 오후에 예식을 하는 사람은 내지 않아도 되는 얼리스타트비까지 나중에는 모든 소비자가 내야 한다’고 했다”며 “드레스 피팅비도 받을 명목이 사라지면 업체가 드레스 대여비 자체를 올릴 것이라서 빨리 계약할수록 싸다고 플래너가 귀띔했다”고 전했다. 10월 30일에 스드메 계약을 한 이모 씨도 “스드메 갑질을 바로잡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플래너에게 계약 내용이 바뀌는 게 있는지 물어보니 ‘각종 추가금이 패키지 총 견적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추가 품목을 없애도록 약관을 고치기만 하면 결혼업체는 당연히 기본 패키지 가격을 올려 받으려 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본 패키지 가격 모니터링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 업체가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서 가격을 높게 매기는 담합 유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기만 하면 시장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결혼 서비스 추가 품목을 없애기 전과 후의 기본 패키지 가격을 확인해 단순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가격이 높아졌다면 가격 인상분에 대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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