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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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AI’, 텍스트 넘어 영상 영역으로 확장

[AI Trend] AI 찌꺼기 범람으로 인간 창의성과 기획력 더 중요해져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4-20 17: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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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장에 대형 비디오 생성 모델 ‘Seedance 2.0’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장에 대형 비디오 생성 모델 ‘Seedance 2.0’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진화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다. 콘텐츠 생산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텍스트 생성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미지, 음성, 이제는 영상으로까지 확장됐다. 인간의 창작 영역 전반에서 인간을 빠르게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AI 영상 생성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클립 생성 정도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실제 촬영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대표적인 AI 영상 생성 도구가 오픈AI의 ‘Sora’와 구글의 ‘Veo’다. 이 둘은 텍스트만으로 영화적 장면을 만들어 낸다.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Seedance’는 사진 한 장을 기반으로 고품질 드라마형 영상을 생성한다. 여기에 미국 스타트업 Luma AI가 만든 ‘Ray3’는 추론형 영상 생성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 간 물리적 연결성과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해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과잉 문제는 부작용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도구 ‘Seedance’를 활용해 만든 영상 콘텐츠. Seedance 2.0 홈페이지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도구 ‘Seedance’를 활용해 만든 영상 콘텐츠. Seedance 2.0 홈페이지

    AI 영상 생성 기술 진보의 본질은 ‘단순한 생성’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에 있다. 기존 생성형 AI가 입력된 프롬프트를 참고해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장면의 맥락과 물리 법칙, 인물 간 관계, 시간의 흐름까지 고려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이는 ‘추론(Reasoning) AI’가 텍스트 차원을 넘어 영상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콘텐츠 산업은 구조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영상 제작에는 기획, 촬영, 편집, 후반 작업이라는 긴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프롬프트와 몇 장의 참고용 이미지로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비용 구조는 급격히 낮아지고 제작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특히 유튜브,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는 이 변화가 더욱 빠르게 나타난다. 이미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AI 영상 생성 도구를 활용해 하루 수십 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는 기존 영상 제작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생산성이다.

    이러한 생산성의 향상은 동시에 콘텐츠 과잉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AI가 대량 생산한 무가치한 콘텐츠를 뜻하는 ‘AI 슬롭’(slop·찌꺼기)이 넘쳐나는 것도 문제다. 누구나 쉽게 고품질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아무나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 차별화의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다시 ‘이야기’와 ‘맥락’으로 이동한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기획력이 더 중요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신뢰의 붕괴’다. 과거에는 영상이 주요한 증거로 기능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영상이 실제와 구분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영상 자체의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 금융, 사회 이슈 등에서 AI 생성 영상이 악용되면 정보의 왜곡과 혼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기업은 콘텐츠 생산 이후 진실성까지 증명해야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AI 영상 생성 기술은 콘텐츠 생산 비용을 구조적으로 혁신할 기회를 제공한다. 광고, 마케팅, 교육, 고객 응대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영상 콘텐츠의 활용도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특히 개인화된 콘텐츠 생성이 가능해지면서 동일한 제품이라도 고객별로 다른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현실화한다.

    반면 기업의 위험 관리 측면에서는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은 이제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 뿐만이 아니라 콘텐츠의 진실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인증, 워터마킹, AI 생성 여부 표시 등의 기술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의 품질이 아니라 진짜임을 증명하는 능력이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로 더 쉽고 빠르게 만든 콘텐츠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다. 누가, 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에게 어떤 정보나 감동을 전달하고자 하는지가 콘텐츠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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