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 중심으로 권력 재편 중… 이란, 강경 ‘병영국가’로 변할 가능성”

전쟁 계기로 혁명수비대 무소불위 권력… “핵과 군사력 의존하는 북한 경로 위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4-13 14: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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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미국 공습으로 이란 정보부 장관이 숨진 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그 자리에 새 인물을 임명하려 했으나 바하디 사령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뉴시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미국 공습으로 이란 정보부 장관이 숨진 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그 자리에 새 인물을 임명하려 했으나 바하디 사령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첫 협상이 결렬된 이후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2일(이하 현지 시간) “세계 최강 미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으로 진입하거나 해협을 빠져나가려는 모든 선박을 봉쇄하는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맞선 역(逆)봉쇄 작전이다. 이에 맞선 것은 현재 이란의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이란 혁명수비대다. 혁명수비대는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란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비대는 1979년 5월 5일 이슬람 혁명 직후 신정(神政)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됐다. 당시 최고지도자(라흐바르)였던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기존 군부를 믿지 못하고 이슬람 혁명을 지킬 별도의 무장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혁명수비대를 만들었다. 라흐바르의 명령만을 따르는 일종의 친위대인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 조직이 아니라 핵심 권력기관이다.

    혁명수비대는 육군, 해군, 항공우주군 외에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와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총 5개 단위로 구성돼 있다. 쿠드스군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중동지역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지원해왔다. 바시즈 민병대는 도시 빈곤층 및 농촌 출신의 청년들로 구성됐는데, 체제 위기 때 무장조직으로 동원된다. 평시에는 지역사회나 학교, 직장 등에서 활동하면서 반이슬람 세력을 단속한다.

    바시즈 민병대를 제외한 혁명수비대 병력 규모는 15만∼19만 명이며, 국가비상시에는 바시즈 민병대를 포함해 100만 명으로 늘릴 수 있다. 혁명수비대와 별개 조직인 이란 정규군은 34만 명이다.

    이란 대통령 결정도 반대하는 힘

    이란의 현 정치체제는 성직자와 혁명수비대 출신이 이끌고 있다. 호메이니는 혁명수비대가 정치에 관여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그의 후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폈다. 그가 신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혁명수비대의 주요 지휘관과 간부를 대거 정치권에 투입시켰기 때문이다. 이란의 장관과 의원 중 상당수는 혁명수비대 출신이다.



    혁명수비대 출신들은 과거부터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혁명수비대에 참여한 인물들은 비슷한 나이 또래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의기투합해 혁명수비대에 입대했고,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벌어진 이라크와의 전쟁에서도 함께 싸운 ‘전우’였으며 지금까지도 서로 신임하는 동지들이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메네이가 숨지자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바타 하메네이를 강력하게 지지한 세력도 혁명수비대 출신들이다.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2024년 11월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해군 장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신정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혁명수비대 주요 지휘관과 간부들을 대거 정치권에 끌어들였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X(옛 트위터) 계정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2024년 11월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해군 장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신정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혁명수비대 주요 지휘관과 간부들을 대거 정치권에 끌어들였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X(옛 트위터) 계정

    모즈타바는 17세에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하비브 대대에서 복무했다. 이 대대 출신 중 상당수는 안보와 정보기관 고위 간부가 됐다. 모즈타바는 공식 직책을 가진 적이 없지만 아버지의 ‘문고리 권력’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혁명수비대 간부들과 친분을 맺어왔다. 결국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의 지지 덕분에 라흐바르로 선출되자, 혁명수비대의 ‘얼굴 마담’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혁명수비대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88명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모즈타바에게 투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도 “혁명수비대가 자신들의 강경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모즈타바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계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공습으로 숨진 정보부 장관을 새로 임명하려 했으나 아흐마드 바히디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반대해 무산됐다. 바히디 총사령관은 “전시 체제에 주요 직책은 당분간 혁명수비대가 직접 선발·관리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기를 들었다. 이란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혁명수비대는 페제시키안의 임명과 결정에 저항하며 사실상 정부의 행정 통제권을 박탈하고 권력 중심부에 보안장벽을 세운 상태”라고 전했다.

    전쟁 이후 성직자 중심의 신정체제였던 이란이 혁명수비대 위주의 군부 세력으로 권력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개전 첫날 최고지도자,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등 이란 수뇌부가 대거 폭사하면서 권력 공백이 생겼고, 그 틈을 혁명수비대가 차지했다”면서 “혁명수비대 중심으로 이란 권력이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혁명수비대가 국가 권력을 쥐고 전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고문·사무총장·총사령관 3인 주도

    혁명수비대를 이끌며 이란을 통치하고 있는 실세들은 누구일까. 서방의 이란 전문가들은 모흐센 레자이 최고지도자 군사고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 바히디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강경파 3인을 꼽고 있다.

    레자이 군사고문(72)은 모즈타바가 라흐바르로 선출된 이후 가장 먼저 임명한 인물이다. 레자이는 27세였던 1981년 이라크와의 전쟁 중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으로 임명돼 1997년까지 16년간 자리를 지켜 최장수 총사령관으로 재임했다. 현재의 혁명수비대 조직과 역할 등을 설계한 레자이는 그동안 최고지도자의 자문기구이자 정책 중재 기구인 국정조정위원회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해왔다.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시절인 1994년 85명이 사망한 아르헨티나 유대인센터(AMIA)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상태며, 2020년 미국 재무부의 특별제재대상(SDN)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네 차례 대선에 출마한 경력도 있는 레자이는 초강경파로 악명이 높다. 그는 “미군이 중동에서 완전히 철수하기 전엔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은 단 1초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으나 끝은 우리가 결정한다”고 주장해왔다. 모즈타바가 자신보다 15살이나 많은 이슬람 혁명 세대의 초강경 인사를 최고지도자의 최측근 자리에 기용한 것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졸가드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72)은 1997∼2005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을 거쳐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후임인 졸가드르는 내무부 치안 담당 차관으로서 바시즈 민병대 등을 통제해왔고, 사법부에서도 활동했다. 하메네이의 최측근 인사였던 그는 이슬람주의를 추종하는 ‘자경단’ 성격의 민간조직인 안사르 헤즈볼라를 설립하는 등 초강경파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란의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을 조율하는 핵심 기구로 선출직인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의장을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줄가드르 사무총장이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이 기구에는 군·정보·정부 고위 인사뿐 아니라 국가 전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인사들도 포함된다.

    바히디 혁명수비대 총사령관(68)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출신으로 내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바히디는 아르헨티나 내 유대인 시설 폭탄테러와 관련해 인터폴의 수배를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에 임명된 그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쿠드스군을 이끌면서 각종 테러 공격을 자행해왔다. 그의 후임은 2020년 암살당한 가셈 솔레이마니였다.

    이란, ‘중동의 북한’ 되나

    이들 3인방은 앞으로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모즈타바를 앞세워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4월 11일 종전을 위한 첫 협상 당시 혁명수비대의 지시를 받은 이란 대표단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심지어 혁명수비대에선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 결렬 이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4월 1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4월 1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혁명수비대는 미국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게 된 것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무기로 통행료를 받는 등 세계 경제를 인질 삼아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모든 선박 봉쇄령을 내렸지만 혁명수비대는 미군 함정을 수장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자칫하면 이란이 앞으로 북한보다 더 강력한 ‘병영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H. A. 헬리어 연구원은 미국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이란이 쿠바·시리아·북한 모델 가운데 북한과 유사한 경로를 택할 위험이 상당하다”면서 “이란은 고립을 감수하면서도 핵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강경 병영국가’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 알포네흐 미국 아랍 걸프 국가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이란의 새 지도부가 국제 협상이 아닌 핵폭탄 개발 등 강한 억지력에 달려 있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란이 중동의 북한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강 군대의 공세에도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믿고 있는 혁명수비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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