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1

2023.05.26

커지는 ‘中·美 소비 부진’ 우려… 섣부른 경기회복 기대는 금물

韓 수출 증가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 회복 동반돼야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3-05-3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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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뉴시스]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뉴시스]

    올해 1분기 미국과 유로존 경제는 지난해 말 대비 예상보다 양호했다. 미국은 생산활동이 둔화했지만 가계소비가 임금상승과 초과 저축 등으로 안정적이었고, 유로존은 우려와 달리 에너지 위기가 제한적인 한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연 수요로 내수가 개선됐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주요 연구기관은 미국과 유로존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1% 후반대에서 1% 초중반대로 낮아졌다. 그 원인은 대내외 수요의 전반적인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상반기에는 리오프닝 수요로 소비가 양호했지만, 향후 소비 여건은 만만치 않다. 높은 가계부채와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고 있고, 고물가로 실질 소비 여력이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또한 민간 부동산시장의 불안도 부담이다.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부담은 여전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역전세난 등 불안 요인도 남아 있다. 또한 고금리 환경에서 수시로 제기되는 기업의 유동성 부족 우려는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져 내수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中, 서비스업과 내수 소비 중심 수요 개선

    특히 수출 부진은 한국 경제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상황에서 불안정한 대외 수요 흐름은 수출과 한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물론 최근 선행성 경제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해 경기 바닥 회복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과거 글로벌 OECD 경기선행지수와 한국 수출은 밀접하게 움직였으며 선행지수의 반등 이후 시차를 두고 한국 수출 경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그래프 참조).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될까. 한국 수출은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5월(21.4%, 전년 대비)이 수출 고점이었음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수출 증가율에 우호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한국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폭을 축소하며 반등이 가능할 테고, 그럼 수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수출 금액 면에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한국 일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올해 3월을 저점으로 반등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22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안팎에서 회복세가 제한적이다.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에 의해 반등이 가능하지만,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 회복이 동반돼야 한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데 비해 제조 생산 활동은 부진한 상황이며, 하반기에는 소비 수요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경제정책국(CPB)에 따르면 글로벌 교역지수는 2022년 8월을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수입 물량 모두 줄었으며, 글로벌 수요는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대중국 수출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반도체, 지역은 중국이다. 결국 반도체나 대중국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수요 개선이 필수적이다.



    美, 구인 건수 줄고 기업 파산 건수 늘고

    중국과 더불어 미국의 소비 수요 부진도 하반기 수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한다. 미국 은행 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는 민간 신용 창출을 제약하며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소비 수요를 이끌어왔던 초과 저축의 긍정적 효과가 약화되고, 신용카드 대출 등 레버리지 여건도 타이트해지면서 가계 소비 지출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계 저축률은 3월 기준 5.1%로 반등했는데, 이는 초과 저축 잔여분이 있더라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보다 저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노동시장의 양호한 흐름이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보지만, 노동시장에서도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데 비해, 기업 파산 건수는 유동성 축소와 수요 약화 등을 반영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집계에 따르면 4월 누적 기준 기업 부도 건수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섹터별로 보면 소비재, 유통, 자동차 같은 재량소비재와 산업재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소매업의 구인 건수 감소와 재량소비재 섹터의 기업 부도 증가는 미국 소비 수요 감소 우려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업 이익 감소와 파산이 늘어날수록 고용과 투자 계획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으며, 시차를 두고 소비 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미국 소비 부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최근 OECD 경기선행지수 반등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점증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수요 환경에서는 선행지수가 반등하더라도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회복 속도도 천천히 진행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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