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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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비리’ 대응작전 5년만에 ‘리바이벌’

표적수사의혹 제기·정치자금 항변 ‘그때나 지금이나’ … 여권내 위상은 큰 차이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3-07-23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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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비리’ 대응작전 5년만에   ‘리바이벌’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피해자들이 대부분 정대철 대표의 지역구민들이어서 정대표는 내년 총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쇼핑몰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7월18일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1998년 경성그룹 특혜 대출 비리사건 관련 재판으로 정치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정대표가 ‘굿모닝 게이트’에도 연루됨으로써 사실상 정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늘의 사태를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정대표의 자업자득으로 보고 있다. “사람 좋다”는 얘기를 듣는 정대표가 5선 의원에 어울리지 않게 이런저런 사람과 어울리다 결국 두 번씩이나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정대표측의 한 인사는 “KS(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어서 주변에 잘나가는 지인들이 많을 텐데도 어떻게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씨(구속) 같은 사람과 어울리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검찰 관계자들의 평가는 더 혹독하다. 98년 경성그룹 비리사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경성사건 때도 정대표가 돈을 받은 곳이 서울 논현동 S주점이었다. 정대표가 작년 12월 중순 윤창열씨를 만나 2억원을 요구한 곳도 서울 S호텔 주점이다. ‘큰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대표가 술집을 자주 드나들고, 그곳에서 부정한 돈이나 받아서야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검찰은 사전 구속영장에서 정대표가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7억원을 요구해 총 4억원을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중 불체포 특권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정대표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체포 동의를 받아야 한다.

    7억원 요구설 전면 부인 … “일방적 진술” 주장



    정대표는 그동안 “윤창열씨로부터 대선 후원금 2억원 외에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 당시 2억원을 받았다. 이에 앞서 후원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 해명해왔다. 정대표는 또 “윤사장으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요구도 받은 일이 없다. 나는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정대표측은 “정대표가 먼저 7억원을 요구했다”는 사전 구속영장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윤창열씨의 일방적인 진술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대표 주변인사들도 “정대표 성격상 돈을 먼저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결국 정대표측과 검찰의 공방은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굿모닝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정대표측의 대응과정이 98년 경성비리 사건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점. 정대표는 98년에도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9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 맞서 국민회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점이 ‘괘씸죄’로 찍혀 비리 정치인으로 몰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경성비리’ 대응작전 5년만에   ‘리바이벌’

    2003년 7월2일 검찰에 구속되는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왼쪽)와 1998년 9월3일 경성비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정대철 대표.

    경성비리 사건 수사 결과 검찰은 정대표가 97년 3월 경성측 브로커로 활동하던 보원건설 이재학 사장에게서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같은 이름의 ㈜경성 이재학 사장으로부터 다른 사업 관련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각각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98년 9월 정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정대표가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8일 정대표 관련 사건을 ‘1000만원 부분은 유죄, 3000만원 부분은 무죄’ 취지로 파기해 항소심인 서울지법 형사합의7부로 환송했다. 정대표는 이에 앞서 2001년 1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1000만원을, 항소심에서는 수뢰 액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대표의 변호인은 파기 환송심 재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 적용을 잘못한 점이 있어 전부 무죄를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1000만원 부분에 대해서는 형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고, 형량만 문제 될 따름이라고 반박한다. 지금까지 1000만원 이상 알선수재 사건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선고된 유례가 없어 정대표는 이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

    정대표측은 이번에도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대표측은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씨가 다른 여권 관계자들에 관한 사항을 진술했는데도 유독 정대표만 문제 삼고 있는 등 검찰 수사가 뭔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대표 주변에서는 “정대표를 희생양 삼는 선에서 굿모닝시티 파문을 덮으려는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정대표측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검찰은 “윤창열씨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정치인은 7월19일 현재까지 정대철 대표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지검 한 부장검사는 “또다시 정치권력에 굴복한다면 검찰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검찰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음모론 운운하는 것은 검찰 내부사정을 모르고 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윤씨에게서 받은 돈이 정치자금이라고 항변하는 정대표의 주장도 98년 경성비리 때와 닮았다. 정대표는 98년 당시에도 “국민회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성측 로비스트인 보원건설 이재학 사장 등 3명으로부터 1000만원씩 3000만원을 정치 후원금조로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경성 관련 청탁을 하지 않았고, 1000만원은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대표가 윤씨에게서 받은 돈을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법처리의 강도를 낮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보여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기각하는 게 일반적이고, 형량도 벌금형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정대표의 뇌물 수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대표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대표의 여권 내 위상. 정대표는 98년 당시뿐 아니라 DJ 정부 내내 비주류로 분류됐다. 그러나 현재는 여당의 ‘얼굴’이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인정받고 있다. 정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내 입지가 흔들릴 때마다 정대표가 중심을 잡아준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검찰에 대한 ‘압박’ 강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일체가 돼 ‘내놓고’ 검찰을 두드리고 있다. 18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검사 출신의 박주선 제1정조위원장은 “당내 법률구조단이 ‘당무가 산적해 있는 만큼 소환시기를 늦춰달라’고 검찰에 정중히 요청했지만 검찰은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소설책 같은 소환장을 보내는 등 여론몰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98년 경성비리 때는 ‘은밀히’ 수사팀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정대표와 가까운 조홍규 전 의원, 조순승 전 의원 등이 수사팀 관계자를 만나 노골적으로 ‘정대표를 봐달라’고 ‘호소’했을 뿐 아니라 정대표의 서울대 법대 동문인 일부 검찰 고위 간부들도 정대표의 혐의에 대해 관심을 표명, 수사팀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력’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노대통령은 취임 직후 “더 이상 검찰을 장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노대통령의 이런 뜻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과의 연결고리를 끊은 지 오래다. 정치권은 여당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어디로 튈지, 잔뜩 움츠린 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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