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파인그라스 야외 레스토랑에서 열린 만찬에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당선된 의미와 향후 정국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7월 24일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보수 지지층 韓으로 갈아타기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 출범을 계기로 여권의 권력 관계에 질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전당대회 초반과 막바지에 터진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메시지 무시 논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으로 한 대표와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이런 악재에도 한 대표는 당원투표(62.69%)와 국민여론조사(63.46%)에서 모두 압승해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정치학 박사)는 “‘한 대표가 아니고서는 정권 재창출이 안 된다’ ‘지금 같은 형태의 당정 관계는 안 된다’는 여론이 대안과 변화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한 대표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아 명실상부한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체급을 키웠지만 한 대표가 처한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향후 윤 대통령과 관계 설정, 야권의 특검 정국 공세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여당 지도자 한동훈’의 성적표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당장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7가지 의혹을 모두 수사하는 이른바 ‘종합 특검법’을 앞세워 대여(對與) 공세를 펴고 있다. 나아가 한 대표의 자녀 논문 대필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을 겨냥한 ‘한동훈 특검법’도 발의했다. 한 대표로선 야권의 특검 요구를 적절히 방어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선 대통령실의 유연한 대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 대표는 7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무소불위 법률이라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민주당의 얄팍한 기대가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현 정국에서 특히 폭발성 강한 이슈는 김 여사 관련 특검이다. 이미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자메시지 무시 논란’으로 대통령실과 갈등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여권 분열이 현실화할 경우 그 진원지가 될 공산이 크다. 한 대표가 7월 23일 당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민심을 어기는 정치는 없다” “국민의 마음과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고 말한 것을 두고도 김 여사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한 대표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최근 검찰의 김 여사 조사 방식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창렬 교수는 여권의 각종 특검 공세에 맞서 한 대표가 취할 전략과 관련해 “채 상병 특검의 경우 한 대표가 제3의 수정안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큰데, 야당이 이마저도 안 받아들이면 명분이 약해진다. 다만 ‘김 여사 특검’이나 ‘한동훈 특검’은 거부할 것이라서 이재명 대 한동훈 대결 구도는 파고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지는 최 교수의 분석이다.
“김 여사 관련 문제의 경우 대통령실 입장이 특히나 강고해 한 대표로서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대표가 당선 직후 ‘국민 눈높이’를 말했다. 그 자체로 용산과 각을 세우는 것이다. 결국 한 대표 입장에선 정면 돌파가 유일한 해답일 텐데,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과 파열음이 나면 본격적으로 리더십과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尹-韓, 만찬 ‘러브샷’으로 갈등 봉합 제스처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향후 정국에서 합의점을 못 찾고 갈등이 폭발해 대통령의 탈당이나 국민의힘 분당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크진 않다. 두 사람 모두가 공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관계를 봉합해나갈 텐데, 문제는 어떻게 봉합할지 여부”(최창렬 교수)라는 ‘봉합론’이 주로 제기된다. 이종훈 평론가는 “그럴(윤 대통령-한 대표 간 극한 대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타이밍과 두 사람의 관계”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 대표 입장에선 차기 대권 주자로 가려면 언젠가 윤 대통령과 선을 그을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시점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둘러싼 리스크가 언제 본격화되는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당이 관련 이슈로 계속 청문회를 열고 있다. 청문회와 별개로 ‘스모킹건’이 딱 나와버리면 정국이 요동칠 것이다. 다만 한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먼저 선을 긋거나 결별 시점을 일부러 앞당기려 하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일단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당정(黨政)일체’ 기조를 천명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당선하고 하루 만인 7월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야외 레스토랑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삼겹살 만찬’을 가졌다. 두 사람이 대좌한 것은 김 여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봉합을 위해 만난 1월 29일 오찬 이후 177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 대표와 각각 맥주와 제로콜라를 채운 잔으로 ‘러브샷’을 하며 당정일체를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라”(윤 대통령)는 덕담과 “윤석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한 대표)는 화답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동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한 대표는 “당심(黨心)은 변화를 요구했다. 무서운 선택”이라며 “대통령과 이견이 생기면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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