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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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받은 MB가 ‘남의 집’ 된 논현동 사저로 들어간 까닭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건물 지분 절반만 낙찰받은 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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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1-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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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DB]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DB]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복권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6월 건강 악화에 따른 형 집행정지 결정으로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사면을 받고 퇴원해 이 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논현동 사저는 2021년 7월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공매로 낙찰받은 터라 엄밀히 따지면 오롯이 MB 본인 집이 아닌데 들어간 셈이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 집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MB, 공매처분 무효소송 최종 패소

    논현동 사저는 이 전 대통령이 1978년 매입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뇌물·횡령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가족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이다. 현재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생면부지의 타인과 공동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다. 2020년 10월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원을 확정 판결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추징금 징수를 위해 논현동 사저 공매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의뢰했다. 대형 패션쇼핑몰 사업가인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2021년 7월 공매 물건으로 나온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지분 절반과 대지를 111억5600만 원에 낙찰받았다. 건물 지분의 절반은 김 여사 소유이므로, 홍 회장 측은 공매로 나온 이 전 대통령의 몫인 나머지 절반만 확보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공매처분은 부당하다”며 여러 소송을 제기했으나 잇달아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 전 대통령 부부가 캠코를 상대로 낸 공매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의 공매처분·매각결정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 전 대통령 부부가 사는 논현동 사저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기자가 1월 11일 오전에 찾은 사저 인근은 여느 주택가처럼 한산했다. 사저 담벼락 밑 골목길에 설치된 경호용 부스에는 대통령경호처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에 따라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박탈되지만 ‘경호·경비’는 계속 이뤄진다. 이곳 사저에는 국가 소유인 경호시설도 있다. 이 경호시설의 소유관계에는 변화가 없을까. 이에 대해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사저 내 경호시설의 재산상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홍 회장 측으로부터 사저 내 경호시설을 매입하겠다는 의사 표현은 없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 근황은 어떨까. 당뇨를 앓지만 그런대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최근 그를 만난 측근의 전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원 후 수십 년 알고 지낸 동네 이웃과 식사를 하기도 했다. 다만 이웃들은 “이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온 후에도 동네에서 직접 보진 못했다” “지난번 여당 인사들이 사저를 찾았을 때 간만에 동네가 북적이긴 했는데, 올해 들어 이 대통령 부부가 밖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는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었다.

    “이 전 대통령 부부, 매입 자금 충당 어려워”

    1월 11일 이명박 전 대통령 논현동 사저 전경. [김우정 기자]

    1월 11일 이명박 전 대통령 논현동 사저 전경. [김우정 기자]

    법적으로 캠코 공매를 무효화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이 전 대통령 부부는 홍 회장 측과 사저 이용을 놓고 어떤 협의를 했을까.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강훈 변호사는 1월 11일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최근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사저 문제에 대해 논의했나.

    “새해에 세배차 찾아뵈었다.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과) 변호사끼리 하는 얘기니까 변동 사항이 있으면 보고할 텐데 (변동 사항이) 없어서 말씀드리지 않았다.”

    캠코 측을 상대로 한 공매처분 무효 확인 소송은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패소했는데, 매각 결정 취소 소송은 어떻게 됐나.

    “그 소송도 취하했다. (공매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지고 나서 한 달쯤 지나서다. 두 소송의 사유가 사실상 같은 것이기에 대법원에서 이미 판단을 받았다고 봤다.”

    지난해 “김 여사 생각으론 재판에서 최종 패소하면 가족 도움을 받아서라도 집을 되찾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지금 계획은 어떤가.

    “두 분이 매입 자금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측에선 렌털비를 그쪽에 내거나, 이 전 대통령이 연세가 있으니 돌아가시면 ‘그쪽(홍성열 회장 측)에서 (나머지 지분 절반도)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할 수도 있을 듯하다. 구체적으로 얘기가 오간 것은 없다.”

    홍 회장 측과 사저 이용에 관한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나.

    “최근 그쪽(홍 회장 측)과 못 만났다. 지난해 8·15 즈음 (이 전 대통령) 사면 얘기가 있어서 ‘나오신 다음에 결정하자’고 했는데, 당시 사면이 무위에 그치는 등의 이유로 논의가 미뤄졌다. 우리 측에서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하진 않고 있다. 그쪽에선 ‘렌털비를 먼저 제시하라’는 거고, 우리는 그쪽이 제시해보라는 거고….”

    홍 회장의 논현동 사저 ‘절반 매입’을 두고 법조계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는 반응이 많다. 부동산 관련 사건을 다수 수임한 한 변호사는 “누가 봐도 재산권 행사가 어려운 이런 물건을 매입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도 제대로 된 재산권 행사가 어렵고 보수 및 유지 관리, 재건축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변호사는 “상식적으론 어느 한쪽이 상대편에게 자신의 지분을 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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