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격랑에 휩쓸렸다. 7·30 재·보궐선거(재보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렸고, 유력 대권주자였던 손학규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차기 대통령선거(대선) 지형 변화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은 ‘보수 혁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보선을 통해 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은 언제든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기 때문이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 비주류 중심의 리더십 전환기에 김무성 대표는 보수 혁신 아이콘이 돼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주간동아’는 6·4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고, ‘7·30 재보선에서 승부를 가리자’던 홍문종, 노웅래 여야 전직 사무총장으로부터 선거 민심과 향후 정국 운영에 대해 들어봤다.
■ 새누리당 홍문종 前 사무총장
“잘해서 이긴 것 아냐…경제 살리기 진력해야”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을·사진)은 재보선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잘해서 압승한 게 아니다. 민심은 언제든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고, 6·4 지방선거에서는 사무총장이자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중진 차출론을 밀어붙여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7·14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5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에는 오르지 못했다.
▼ 지방선거는 무승부, 재보선은 여당 압승이란 평가다.
“세월호 참사 속에 우리는 ‘중진 차출’로 그나마 지방선거에서 선방했지만, 국민은 여편도 야편도 아니었다. 재보선은 표면적으로 새누리당 압승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야당 권은희 의원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잘못된 공천이 있었다. 김두관 후보를 연고가 없는 경기 김포에 내보냈고,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손 전 의원도 ‘국회의원 다시 하겠다’는 메시지 외에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다. 한참 잘못 생각한 거다. 야당이 정신 차렸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거다.”
▼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후 처음 전남에서 당선했다.
“좋은 결과인데…. 그곳에서도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이 아닌, 다른 힘 있는 후보가 야권 후보로 나왔다면 선거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야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노관규 전 순천시장 지지자들이 이정현 의원을 도왔고…. 결국 새정치연합이 유권자를 우습게 본 거 아니겠나. 결과적으론 야당의 작전 실패, 여당으로선 압승이다. 국민이 여당을 선택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탄력을 준 것은 고마운데, 우리가 조금만 잘못하면 성난 민심이 우리를 야단칠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젠 몸을 낮추고 경제 활성화에 전력해야 한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선거 결과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났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분이었다. 애절한 마음이 든다. 정치하는 사람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왕년에 무엇을 했어도, 잘못하면 국민에게 차가운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 생명은 저렇게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전격 사퇴했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전 대변인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개인(안철수)의 역량이나 훌륭함이라 착각하고 기대기 시작한 것이 실패의 단초가 아닌가 한다’며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안 전 대표는 안타깝게도 정치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짜장면집을 하더라도 ‘셰프’로 자격증이 필요한데, 짜장면 한 번 만들어봤다고, 자격증 없는 안 전 대표가 고추장과 된장 넣고 짜장면을 만든 셈이다. 안 전 대표는 혁신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이젠 상황이 까다로워졌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지도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준비된 지도자여야 한다는 거다. 금 전 대변인은 안 전 대표를 부추긴 사람이다. 자격증 없는 고양이가 주변에서 부추기니 마치 호랑이인 것처럼 착각해 호랑이굴에 들어갔는데 부추긴 사람이….”
▼ 새누리당도 분주하다. 김무성 대표는 ‘보수 혁신’을 기치로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혁신은 항상 있었던 일이고, 혁신 없인 미래도 없다. 그런데 혁신이라는 게 혁명보다 어렵다. 김 대표 역시 구두 신고 발바닥 긁어선 안 된다. 진정한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두 가지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국민은 ‘뭔가 새롭게 변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김 대표가 지금까지 자신이 노력해서라기보다 주변 덕으로 얻은 게 많았는데, 이젠 자신이 나서서 주워 모아야 한다.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 세월호 참사, 인사 실패 등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당이 승리했다.
“그렇다. 솔직히 각종 악재 속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는 것은 기적이다. 재보선 이후 야당은 지리멸렬하고 여당은 과반을 확보한 만큼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여건은 마련됐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창조경제, 청년 실업 해결, 사회 시스템 구축 등에서 확실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잘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다 죽는다. 다만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당장 인기를 얻어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단기 승부를 보려고 스티뮬러스(stimulus·자극적인)한 정책을 내면 뒷감당은 누가 하나.”
▼ 7·14 전당대회에서 언론 예상과 달리 5위로 최고위원에 들지 못했는데.
“결과는 뭐…. 당원들은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졌다고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당원이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역선택을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페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하려고 했다. 역선택,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의 요인도 있다.”
▼ 당시 박 대통령이 전당대회 행사장을 찾은 것을 두고 ‘친박 후보를 간접 지지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나.
“노코멘트…. 대통령 처지에서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나.”
▼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진영 의원과 경선한 것과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친박계에 대한 불만이 표출했다는 분석도 있다(홍 의원은 5월 의원총회에서 진영 의원과 맞붙어 출석 134명 중 71표를 얻어 8표 차로 신승했다).
“진 의원이 대통령과 각을 세운 적이 있으니 대통령 보좌를 위해 내가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친박, 친박 하는데 친박이 뭘 어떻게 해먹었다는 건가. 친박이 뭉쳤으면 내가 전당대회에서 졌겠는가.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사실 MB(이명박)정부 시절과 (친이와) 비교하면 대접도 못 받는다. 솔직히 친박 언급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말하는 거다. 지금 친박, 친이가 어딨나. 오히려 친박이라면 손해보는데.”
▼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해상교통사고라고 했다. 7월 24일 주호영 정책위원회의장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는데.
“그 문제를 정부에서 말하긴 어렵다.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죽었는데 가만있을 국민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여야의 세월호 협상 과정을 보니 사상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하고 추모공원과 추모비 건립을 하자고 했는데, 나가도 너무 나간 거 같아 지적했다. 천안함 희생자들과 비교하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스타팅 포인트’는 해상교통사고 관점이어야 한다고 말한 거다. (항의) 전화는 많이 받았다.”
■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前 사무총장
“민생을 챙기라는 명령…지도부는 끌려가면 안 돼”
‘김한길의 복심’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은 “7·30 재보선은 원칙과 기본이 없는 공천 파동과 정부 여당 발목 잡기로 심판받은 것”이라며 “소수 강경파가 다수를 압도하고, 개인플레이가 너무 많아 지도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노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산파역을 맡은 재선의원. 6·4 지방선거 이후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다. 5월 기초연금법 수용을 놓고는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강경파에게 “개판 5분 전, 십인십색”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이다.
▼ 지방선거는 무승부, 재보선은 새정치연합 대패인가.
“지방선거는 무승부라고 하지만 9 대 8이었다. 민심 풍향계로 충청권을 꼽는데, 그곳도 우리가 석권했다. 바다에서 세월호 참사, 하늘에서 헬기 사고, 땅에선 열차 사고, 남북·한일 관계 경색, 박 대통령의 독선 등으로 국민이 여당에 회초리를 든 거다. 야당도 야당 노릇 제대로 못 했으니 무승부라는 성적표를 받은 거 아니겠나. 지방선거가 양쪽 모두에게 한 경고했다면, 기대만큼 제대로 하지 못한 야당에 대해 먼저 심판한 선거가 7·30 재보선이었다.”
▼ 두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천 제대로 못 하고,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 못 하고, 정부 여당 발목만 잡는다는 인상을 줬으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거다. 민생을 챙기지 못한 데 대해 발목 잡는 야당을 더 크게 심판했다. 민생을 챙기라는 명령이고, 부패방지법 등을 제대로 처리 못 한 야당에 대한 심판 아닌가. 그런데 억울한 건 국회에서 세월호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려지면서 선거에서 짐이 됐다. 우리는 세월호 특검하자고 했고,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게 준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사람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 재보선 공천에 대한 실망은 없었다고 보나. 재보선 결과를 두고 ‘권은희만 살고 다 죽었다’는 평가도 있다.
“재보선 공천은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권 의원은 정의로운 사람은 맞지만 재판 중인 사람이고 논란이 되는 사람이다. 공천하려면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이나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 지역구에서 정면승부를 했어야 한다. 다만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는 예전 지도부와 달리 자기편을 챙기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을 공천하지 않은 것은 계파 챙기기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거 아닌가.”
▼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서울 동작을 공천은….
“그것이 문제라고 해도 특정 후보(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를 무조건 공천하라고 의원 30여 명이 연서해서야 되겠나. 누가 봐도 계파, 같은 부류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인한 거 다 아는데. 후보 지지율이 몇% 나오니 전략공천하면 안 된다던가 하는 검증 결과를 갖고 말해야지, 끼리끼리 뭉치는 건 당 불신만 가중시킨다. 재보선에서 진 것도 자승자박이다. 세월호 참사 때 새정치연합은 ‘우리부터 변하겠다’고 말했는데, 역설적으로 국민이 ‘그래, 너희부터 변해봐라’ 하고 회초리를 든 거다.”
▼ 이정현 의원 당선은 ‘텃밭’ 호남에서도 회초리를 든 거 아닌가.
“지역주의 타파라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호남에서도 여당 후보가 당선하고 영남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비례대표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도 논의해야 발전할 수 있다. 사실 우리 당을 실사구시 실용주의적 야당으로 자리 잡게 한 정치인(손학규 전 대표를 지칭)을 떠나보낸 것은 큰 문제다. 뿌리 깊은 계파정치 구조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떠난 거 아닌가. 여당에서 밀려나 야당에 왔지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떠나는 계기가 된 게 아쉽다.”
▼ 어쨌든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 재보선 공천 책임은 당대표가 지는 건데.
“경험 부족 아니겠나. 그런데 안 전 대표가 가진 장점, 열망까지 짓밟으면 안 된다. 지금 독안에 든 쥐니까 밟아서 완전 못 쓰게 하면 안 된다. 일부 국민은 60년 전통 야당 민주당을 ‘낡은 정치’라고 본다. 우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 일부가 그렇게 본다면 새정치연합과 합쳐야 야당이 힘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새 정치, 이걸 잘 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자꾸 키워서 좋은 대통령 후보감 중 한 명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 전 대표를 손 전 대표처럼 떠나게 한다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 사무총장 겸 공천관리위원장일 때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도 갈등은 있었다. 당시 정청래 의원 등은 ‘안철수의 공천 만행을 규탄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당(黨)은 한자로 ‘무리 당’이다.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개인 의견을 발설하면서 당은 상처를 받고,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았다. 당에 상처 주지 않고 불신을 받지 않은 선에서 ‘자기 장사, 자기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일상화하고 당에서도 제지하지 않으니 계속 반복된다.”
▼ 소수 강경파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말인가.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을 옭죄고 나아갈 수 없게 하는 당론 구조는 잘못됐다는 거다. 다수가 소수에 의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 5월 기초연금법 정부안 수용에 극렬히 반대한 강경파 의원들에게 “당이 개판 5분 전이다. 십인십색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당시 정부안 수용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의원 73명, 반대 의원 35명이었지만 소수 강경파의 반발로 그에 대한 당론이 채택되지 못했다).
“기초연금 관련해서도 당대표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면 얘기는 들어줘야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게 무슨 당이냐. 물론 당이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만 소수가 다수를 잡는 의사결정 구조는 잘못된 거다. 광주시장 공천 때도 그랬다. 당 결정을 무시한 (이용섭, 강운태) 두 후보의 단일화 시도는 원칙과 기본에 어긋난다. 지도부가 결정을 못 한다. 소수 강경파가 다수를 압도하고, 개인플레이가 너무 많으니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지도부가 특정 세력에 끌려가면 안 된다.”
▼ 새정치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위원회 명칭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정하고 당 혁신을 예고했다.
“비대위원 구성부터 잘 챙겨야 한다. 이념 시대가 아닌 만큼 이념, 색깔 있는 사람, 계파성 강한 사람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김한길 전 대표는 비주류지 무슨 계파가 있나. (특정 계파의) 앞잡이 노릇한 사람은 빼고, 치우친 사람도 빼고, 합리적인 사람을 비대위원으로 내세워야 한다. 실사구시적인 사람이 나서야 한다. 왜냐. 국민은 지금 민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대위가 당무 개혁을 해야 하는데 어려울 거다. 비대위는 권한과 책임에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다음 지도부에 권한을 넘겨주는 게 좋다.”
▼ 정의당과의 합당 주장도 나온다.
“적잖은 국민이 정의당과 통합진보당(통진당)이 별 차이가 없는 걸로 아는 상황에서 합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토론회에서 ‘남측 정부’라고 말했는데,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이를 지적하지 않아 많은 표를 도둑맞았다.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도 다뤄야 하는데…. 민심을 고려하면 화학적 결합에는 한계가 있다.”
■ 새누리당 홍문종 前 사무총장
“잘해서 이긴 것 아냐…경제 살리기 진력해야”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을·사진)은 재보선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잘해서 압승한 게 아니다. 민심은 언제든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고, 6·4 지방선거에서는 사무총장이자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중진 차출론을 밀어붙여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7·14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5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에는 오르지 못했다.
▼ 지방선거는 무승부, 재보선은 여당 압승이란 평가다.
“세월호 참사 속에 우리는 ‘중진 차출’로 그나마 지방선거에서 선방했지만, 국민은 여편도 야편도 아니었다. 재보선은 표면적으로 새누리당 압승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야당 권은희 의원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잘못된 공천이 있었다. 김두관 후보를 연고가 없는 경기 김포에 내보냈고,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손 전 의원도 ‘국회의원 다시 하겠다’는 메시지 외에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다. 한참 잘못 생각한 거다. 야당이 정신 차렸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거다.”
▼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후 처음 전남에서 당선했다.
“좋은 결과인데…. 그곳에서도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이 아닌, 다른 힘 있는 후보가 야권 후보로 나왔다면 선거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야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노관규 전 순천시장 지지자들이 이정현 의원을 도왔고…. 결국 새정치연합이 유권자를 우습게 본 거 아니겠나. 결과적으론 야당의 작전 실패, 여당으로선 압승이다. 국민이 여당을 선택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탄력을 준 것은 고마운데, 우리가 조금만 잘못하면 성난 민심이 우리를 야단칠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젠 몸을 낮추고 경제 활성화에 전력해야 한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선거 결과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났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분이었다. 애절한 마음이 든다. 정치하는 사람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왕년에 무엇을 했어도, 잘못하면 국민에게 차가운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 생명은 저렇게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전격 사퇴했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전 대변인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개인(안철수)의 역량이나 훌륭함이라 착각하고 기대기 시작한 것이 실패의 단초가 아닌가 한다’며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안 전 대표는 안타깝게도 정치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짜장면집을 하더라도 ‘셰프’로 자격증이 필요한데, 짜장면 한 번 만들어봤다고, 자격증 없는 안 전 대표가 고추장과 된장 넣고 짜장면을 만든 셈이다. 안 전 대표는 혁신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이젠 상황이 까다로워졌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지도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준비된 지도자여야 한다는 거다. 금 전 대변인은 안 전 대표를 부추긴 사람이다. 자격증 없는 고양이가 주변에서 부추기니 마치 호랑이인 것처럼 착각해 호랑이굴에 들어갔는데 부추긴 사람이….”
▼ 새누리당도 분주하다. 김무성 대표는 ‘보수 혁신’을 기치로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혁신은 항상 있었던 일이고, 혁신 없인 미래도 없다. 그런데 혁신이라는 게 혁명보다 어렵다. 김 대표 역시 구두 신고 발바닥 긁어선 안 된다. 진정한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두 가지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국민은 ‘뭔가 새롭게 변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김 대표가 지금까지 자신이 노력해서라기보다 주변 덕으로 얻은 게 많았는데, 이젠 자신이 나서서 주워 모아야 한다.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 세월호 참사, 인사 실패 등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당이 승리했다.
“그렇다. 솔직히 각종 악재 속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는 것은 기적이다. 재보선 이후 야당은 지리멸렬하고 여당은 과반을 확보한 만큼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여건은 마련됐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창조경제, 청년 실업 해결, 사회 시스템 구축 등에서 확실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잘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다 죽는다. 다만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당장 인기를 얻어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단기 승부를 보려고 스티뮬러스(stimulus·자극적인)한 정책을 내면 뒷감당은 누가 하나.”
▼ 7·14 전당대회에서 언론 예상과 달리 5위로 최고위원에 들지 못했는데.
“결과는 뭐…. 당원들은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졌다고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당원이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역선택을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페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하려고 했다. 역선택,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의 요인도 있다.”
▼ 당시 박 대통령이 전당대회 행사장을 찾은 것을 두고 ‘친박 후보를 간접 지지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나.
“노코멘트…. 대통령 처지에서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나.”
▼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진영 의원과 경선한 것과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친박계에 대한 불만이 표출했다는 분석도 있다(홍 의원은 5월 의원총회에서 진영 의원과 맞붙어 출석 134명 중 71표를 얻어 8표 차로 신승했다).
“진 의원이 대통령과 각을 세운 적이 있으니 대통령 보좌를 위해 내가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친박, 친박 하는데 친박이 뭘 어떻게 해먹었다는 건가. 친박이 뭉쳤으면 내가 전당대회에서 졌겠는가.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사실 MB(이명박)정부 시절과 (친이와) 비교하면 대접도 못 받는다. 솔직히 친박 언급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말하는 거다. 지금 친박, 친이가 어딨나. 오히려 친박이라면 손해보는데.”
▼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해상교통사고라고 했다. 7월 24일 주호영 정책위원회의장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는데.
“그 문제를 정부에서 말하긴 어렵다.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죽었는데 가만있을 국민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여야의 세월호 협상 과정을 보니 사상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하고 추모공원과 추모비 건립을 하자고 했는데, 나가도 너무 나간 거 같아 지적했다. 천안함 희생자들과 비교하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스타팅 포인트’는 해상교통사고 관점이어야 한다고 말한 거다. (항의) 전화는 많이 받았다.”
■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前 사무총장
“민생을 챙기라는 명령…지도부는 끌려가면 안 돼”
‘김한길의 복심’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은 “7·30 재보선은 원칙과 기본이 없는 공천 파동과 정부 여당 발목 잡기로 심판받은 것”이라며 “소수 강경파가 다수를 압도하고, 개인플레이가 너무 많아 지도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노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산파역을 맡은 재선의원. 6·4 지방선거 이후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다. 5월 기초연금법 수용을 놓고는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강경파에게 “개판 5분 전, 십인십색”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이다.
▼ 지방선거는 무승부, 재보선은 새정치연합 대패인가.
“지방선거는 무승부라고 하지만 9 대 8이었다. 민심 풍향계로 충청권을 꼽는데, 그곳도 우리가 석권했다. 바다에서 세월호 참사, 하늘에서 헬기 사고, 땅에선 열차 사고, 남북·한일 관계 경색, 박 대통령의 독선 등으로 국민이 여당에 회초리를 든 거다. 야당도 야당 노릇 제대로 못 했으니 무승부라는 성적표를 받은 거 아니겠나. 지방선거가 양쪽 모두에게 한 경고했다면, 기대만큼 제대로 하지 못한 야당에 대해 먼저 심판한 선거가 7·30 재보선이었다.”
▼ 두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천 제대로 못 하고,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 못 하고, 정부 여당 발목만 잡는다는 인상을 줬으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거다. 민생을 챙기지 못한 데 대해 발목 잡는 야당을 더 크게 심판했다. 민생을 챙기라는 명령이고, 부패방지법 등을 제대로 처리 못 한 야당에 대한 심판 아닌가. 그런데 억울한 건 국회에서 세월호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려지면서 선거에서 짐이 됐다. 우리는 세월호 특검하자고 했고,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게 준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사람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 재보선 공천에 대한 실망은 없었다고 보나. 재보선 결과를 두고 ‘권은희만 살고 다 죽었다’는 평가도 있다.
“재보선 공천은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권 의원은 정의로운 사람은 맞지만 재판 중인 사람이고 논란이 되는 사람이다. 공천하려면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이나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 지역구에서 정면승부를 했어야 한다. 다만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는 예전 지도부와 달리 자기편을 챙기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을 공천하지 않은 것은 계파 챙기기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거 아닌가.”
▼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서울 동작을 공천은….
“그것이 문제라고 해도 특정 후보(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를 무조건 공천하라고 의원 30여 명이 연서해서야 되겠나. 누가 봐도 계파, 같은 부류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인한 거 다 아는데. 후보 지지율이 몇% 나오니 전략공천하면 안 된다던가 하는 검증 결과를 갖고 말해야지, 끼리끼리 뭉치는 건 당 불신만 가중시킨다. 재보선에서 진 것도 자승자박이다. 세월호 참사 때 새정치연합은 ‘우리부터 변하겠다’고 말했는데, 역설적으로 국민이 ‘그래, 너희부터 변해봐라’ 하고 회초리를 든 거다.”
▼ 이정현 의원 당선은 ‘텃밭’ 호남에서도 회초리를 든 거 아닌가.
“지역주의 타파라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호남에서도 여당 후보가 당선하고 영남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비례대표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도 논의해야 발전할 수 있다. 사실 우리 당을 실사구시 실용주의적 야당으로 자리 잡게 한 정치인(손학규 전 대표를 지칭)을 떠나보낸 것은 큰 문제다. 뿌리 깊은 계파정치 구조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떠난 거 아닌가. 여당에서 밀려나 야당에 왔지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떠나는 계기가 된 게 아쉽다.”
▼ 어쨌든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 재보선 공천 책임은 당대표가 지는 건데.
“경험 부족 아니겠나. 그런데 안 전 대표가 가진 장점, 열망까지 짓밟으면 안 된다. 지금 독안에 든 쥐니까 밟아서 완전 못 쓰게 하면 안 된다. 일부 국민은 60년 전통 야당 민주당을 ‘낡은 정치’라고 본다. 우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 일부가 그렇게 본다면 새정치연합과 합쳐야 야당이 힘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새 정치, 이걸 잘 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자꾸 키워서 좋은 대통령 후보감 중 한 명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 전 대표를 손 전 대표처럼 떠나게 한다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 사무총장 겸 공천관리위원장일 때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도 갈등은 있었다. 당시 정청래 의원 등은 ‘안철수의 공천 만행을 규탄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당(黨)은 한자로 ‘무리 당’이다.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개인 의견을 발설하면서 당은 상처를 받고,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았다. 당에 상처 주지 않고 불신을 받지 않은 선에서 ‘자기 장사, 자기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일상화하고 당에서도 제지하지 않으니 계속 반복된다.”
▼ 소수 강경파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말인가.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을 옭죄고 나아갈 수 없게 하는 당론 구조는 잘못됐다는 거다. 다수가 소수에 의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 5월 기초연금법 정부안 수용에 극렬히 반대한 강경파 의원들에게 “당이 개판 5분 전이다. 십인십색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당시 정부안 수용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의원 73명, 반대 의원 35명이었지만 소수 강경파의 반발로 그에 대한 당론이 채택되지 못했다).
“기초연금 관련해서도 당대표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면 얘기는 들어줘야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게 무슨 당이냐. 물론 당이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만 소수가 다수를 잡는 의사결정 구조는 잘못된 거다. 광주시장 공천 때도 그랬다. 당 결정을 무시한 (이용섭, 강운태) 두 후보의 단일화 시도는 원칙과 기본에 어긋난다. 지도부가 결정을 못 한다. 소수 강경파가 다수를 압도하고, 개인플레이가 너무 많으니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지도부가 특정 세력에 끌려가면 안 된다.”
▼ 새정치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위원회 명칭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정하고 당 혁신을 예고했다.
“비대위원 구성부터 잘 챙겨야 한다. 이념 시대가 아닌 만큼 이념, 색깔 있는 사람, 계파성 강한 사람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김한길 전 대표는 비주류지 무슨 계파가 있나. (특정 계파의) 앞잡이 노릇한 사람은 빼고, 치우친 사람도 빼고, 합리적인 사람을 비대위원으로 내세워야 한다. 실사구시적인 사람이 나서야 한다. 왜냐. 국민은 지금 민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대위가 당무 개혁을 해야 하는데 어려울 거다. 비대위는 권한과 책임에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다음 지도부에 권한을 넘겨주는 게 좋다.”
▼ 정의당과의 합당 주장도 나온다.
“적잖은 국민이 정의당과 통합진보당(통진당)이 별 차이가 없는 걸로 아는 상황에서 합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토론회에서 ‘남측 정부’라고 말했는데,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이를 지적하지 않아 많은 표를 도둑맞았다.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도 다뤄야 하는데…. 민심을 고려하면 화학적 결합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