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끌어온 삼성전자와 애플 간 세기의 특허소송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사가 미국을 제외한 8개국에서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2011년 처음 시작된 글로벌 거대 기업 간 특허소송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케 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송과 맞소송이 제기됐다. 양사의 소송 양상은 전 세계 주요 기업에게 특허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하지만 소송 기간이 길어졌고, 일부 소송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양사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특허소송에 들인 시간과 노력, 비용이 훨씬 더 큰 부담이었다. 업계에서도 양사가 소송으로 얻는 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양사는 이번에 ‘합의’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소송이 계속되기 때문에 향후 변수가 될 개연성도 있다.
얻은 것 하나 없는 지루한 싸움
삼성전자는 8월 6일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양사가 진행해온 모든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는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단 ‘이번 합의는 양사 간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된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은 애플을 통해 해외에서도 동시에 발표됐다. 합의에 따라 양사는 미국 외 8개국에서 진행하는 30여 건의 특허소송을 취하한다. 특허소송전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휴전에 접어드는 셈이다.
양사의 특허소송 역사는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이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 시작이다. 소송이 제기되자 삼성전자가 맞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한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에서 특허소송전이 시작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양사가 맞소송을 벌였다.
소송 과정에서 양사 모두 피해를 입었다. 법원에 제출했던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가 하면, 막대한 소송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양사 모두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반면 소송을 통해 얻은 것은 사실상 없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를 앞세워 유럽 지역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표준특허로 경쟁 제품 판매금지를 의도했다는 점 때문에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았다.
애플도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승소하며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출시한 지 오래돼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데다,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부분을 개선한 대체 제품을 내놓으며 실익을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배상금 1조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닌 데다 2심을 거치며 금액이 낮아질 개연성도 있다.
앞으로의 특허소송 역시 실익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갤럭시S나 갤럭시S2, 아이폰4 등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승리해도 소송에 투입한 비용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국제변호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싸움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해외 소송 취하를 합의한 만큼 미국 내 소송도 마무리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합의 배경 놓고 추측 분분
양사의 합의 배경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게 제기된다.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판단 외에 미국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제품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사 모두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가장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구글, 시스코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과 포괄적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면서 애플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도 합의 배경으로 꼽힌다. 합의 과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회동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송 합의를 비롯한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사는 소송으로 힘을 빼는 대신 동력을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에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의 주요 격전장이 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더욱 뼈아프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샤오미에 이어 2위로 내려섰다고 발표했다. 샤오미는 1499만 대, 삼성전자는 1322만 대를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으나 급속도로 점유율이 하락하며 2위가 됐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국제 신용평가사는 삼성전자 신용등급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 역시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과 격차를 유지하려면 제품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양사가 제품과 시장 경쟁력 회복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 소송을 제외하고 합의한 것이 변수라는 의견도 있다. 소송 효과가 가장 크고 상징적인 미국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해외 소송은 대부분 상용특허가 아닌 표준특허가 대상이다. 소송 결과에 따른 배상금도 로열티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고, 실제 지급 명령이 내려질 개연성도 높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클 캐리어 러트거스대 법대 교수는 “미국 소송이 가장 핵심이고 상징성을 가진다”면서 “이와 별개로 애플은 특허소송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을 단계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1년 처음 시작된 글로벌 거대 기업 간 특허소송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케 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송과 맞소송이 제기됐다. 양사의 소송 양상은 전 세계 주요 기업에게 특허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하지만 소송 기간이 길어졌고, 일부 소송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양사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특허소송에 들인 시간과 노력, 비용이 훨씬 더 큰 부담이었다. 업계에서도 양사가 소송으로 얻는 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양사는 이번에 ‘합의’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소송이 계속되기 때문에 향후 변수가 될 개연성도 있다.
얻은 것 하나 없는 지루한 싸움
삼성전자는 8월 6일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양사가 진행해온 모든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는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단 ‘이번 합의는 양사 간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된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은 애플을 통해 해외에서도 동시에 발표됐다. 합의에 따라 양사는 미국 외 8개국에서 진행하는 30여 건의 특허소송을 취하한다. 특허소송전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휴전에 접어드는 셈이다.
양사의 특허소송 역사는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이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 시작이다. 소송이 제기되자 삼성전자가 맞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한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에서 특허소송전이 시작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양사가 맞소송을 벌였다.
소송 과정에서 양사 모두 피해를 입었다. 법원에 제출했던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가 하면, 막대한 소송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양사 모두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반면 소송을 통해 얻은 것은 사실상 없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를 앞세워 유럽 지역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표준특허로 경쟁 제품 판매금지를 의도했다는 점 때문에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았다.
애플도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승소하며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출시한 지 오래돼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데다,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부분을 개선한 대체 제품을 내놓으며 실익을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배상금 1조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닌 데다 2심을 거치며 금액이 낮아질 개연성도 있다.
앞으로의 특허소송 역시 실익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갤럭시S나 갤럭시S2, 아이폰4 등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승리해도 소송에 투입한 비용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국제변호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싸움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해외 소송 취하를 합의한 만큼 미국 내 소송도 마무리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합의 배경 놓고 추측 분분
양사의 합의 배경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게 제기된다.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판단 외에 미국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제품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사 모두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가장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구글, 시스코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과 포괄적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면서 애플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도 합의 배경으로 꼽힌다. 합의 과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회동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송 합의를 비롯한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사는 소송으로 힘을 빼는 대신 동력을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에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의 주요 격전장이 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더욱 뼈아프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샤오미에 이어 2위로 내려섰다고 발표했다. 샤오미는 1499만 대, 삼성전자는 1322만 대를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으나 급속도로 점유율이 하락하며 2위가 됐다.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국제 신용평가사는 삼성전자 신용등급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 역시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과 격차를 유지하려면 제품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양사가 제품과 시장 경쟁력 회복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 소송을 제외하고 합의한 것이 변수라는 의견도 있다. 소송 효과가 가장 크고 상징적인 미국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해외 소송은 대부분 상용특허가 아닌 표준특허가 대상이다. 소송 결과에 따른 배상금도 로열티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고, 실제 지급 명령이 내려질 개연성도 높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클 캐리어 러트거스대 법대 교수는 “미국 소송이 가장 핵심이고 상징성을 가진다”면서 “이와 별개로 애플은 특허소송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을 단계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