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고양시·동아일보·채널A 주최 ‘2014 청년드림 JOB 페스티벌’이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지역 경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만큼 지역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고 있을까. 이들 일자리의 질적 수준도 비례해 올라가고 있을까. 한마디로 “요즘 행복하십니까, 거주하는 고장에서의 삶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이다.
열악한 일자리 강원, 제주, 대구 순
행복이나 삶의 만족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지표는 바로 소득이고, 소득은 일자리에서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 전국사업체 조사를 활용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지역별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추적했다. 쉽게 말해 ‘이명박 정부 5년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다. 통계청에서는 일자리 데이터를 지역으로 구분해 발표하지 않지만, 이 연구에서는 16개 시도별로 일자리의 다양한 측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봤다. 일자리 증가율이나 여성 일자리 같은 양적 기준과 더불어 고임금산업, 창조산업, 대기업, 상용직, 자영업 같은 질적 기준도 함께 활용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일자리 증가율이다(표1 참조). 이 기간 사업체 수 기준으로는 연평균 2.0%, 종사자 일자리 수 기준으로는 연평균 3.1% 증가했다. 일자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전이었고, 충남과 충북까지 합쳐 충청권 전체가 4.16% 증가율을 보여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아무래도 수도권 규제 여파로 인접한 충청권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충청권에 이어 제주(3.39%), 호남(3.14%), 수도권(3.12%)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일자리 증가율을 보였다.
그런데 여성 일자리는 얘기가 달랐다. 2012년 기준 여성 취업자의 비중은 제주가 47.2%로 가장 높았으며, 강원(44.3%)이 두 번째로 높았다. 이 지역에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흐름은 고임금산업의 일자리라는 질적 측면을 함께 살펴보면 한층 명확해진다.
역시 2012년 기준으로 고임금산업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수도권(58.9%)이었고, 이는 5년 전에 비해서도 증가한 수치다. 고임금산업이란 금융보험업, 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 전기가스수도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 연평균 임금 3600만 원이 넘는 5개 산업을 말한다. 지방과 서울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산업의 종류가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창조산업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2012년을 기준으로 67.2%가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이러한 쏠림 현상 역시 5년 전에 비해 더 심해졌다(그래프 참조). 창조산업에는 건축업, 예술 관련 서비스업, 정보통신방송서비스업, 정보기술(ICT) 관련 장비 제조업 등이 포함된다. 같은 해를 기준으로 300명 이상 대규모 기업 종사자의 58.2%가 수도권에 편중됐고, 그 비중 역시 2007년(56.6%)에 비해 더 증가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거점 대학 육성 ‘지방 인재’ 잡아야
다만 상용직 일자리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울산이 6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중화학공업 분야 대기업이 집중된 울산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뒤이어 서울 66.5%, 충남 65.3%로 전국 평균(62.4%)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자리의 질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영업 일자리의 비중을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2012년 현재 강원(26.8%), 제주(25.1%), 대구(24.9%)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 관련 서비스업과 소규모 영세 기업의 비중이 높은 이들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2012년 기준으로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전국 49%이고, 일자리의 수도권 비중은 51%다.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린 것은 사실이나 지난 5년간 그 비중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요컨대 양으로만 따지면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주춤한 상태라는 뜻이다(표2 참조).
하지만 질적으로 보면 그림은 완전히 달라진다.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임금산업 일자리의 수도권 비중이 59%, 대규모 기업 일자리의 수도권 비중은 58%, 창조산업 일자리의 수도권 비중은 67%에 달한다는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이들 일자리의 수도권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만하면 자못 심각한 상태다.
결국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가균형발전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가 교체되더라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이번 조사의 교훈인 셈이다.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이나 공공기관의 각 지역 혁신도시 이전 등이 당초 계획대로 내실 있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 사업만 꾸준히 진행돼도 10년 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는 크게 변해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로 조성된 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해 국내외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특화산업,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등도 지역 실정에 맞게 육성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의 거점 대학 육성이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면 모두 서울대’라는 농담이 있다. 과거에는 명성이 자자하던 지방 국립대가 이제는 설자리가 좁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지역에도 좋은 대학이 있어야 인재가 서울로 떠나지 않고 남는다. 그렇게 지역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해야 기업도 큰 부담 없이 일자리를 지역으로 옮길 수 있고, 고임금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결국 가장 의미 깊은 결론은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국 방방곡곡 국민 모두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첫 번째 전제조건이다. 일자리가 복지다. 일자리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