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한 새 천년 민주신당과 자민련. 21세기 첫 총선을 앞두고 결국은 ‘2여’가 따로 따로의 길을 가게 됐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는 12월22일 청와대 회동에서 서로 합당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양당 공조는 더욱 굳건히 할 것”이란 부연설명이 따랐지만 ‘공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에서 양당은 독자적인 세 불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양당 후보들끼리의 총선 경쟁은 물론이고 양당 지도부의 갈등도 불가피해졌다.
자민련 김현욱사무총장은 최근 “김종필총리가 당에 복귀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관계는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공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공동정부 운영의 틀을 재고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집권 이후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2여 공조체제’는 위기 국면 속에서 새로운 실험기로 접어들게 됐다. 우선 당장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솟아날 수밖에 없는 ‘돌출 변수’들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최대의 고민거리. 그 다음에는 총선 이후 선거결과에 따라 양당이 또 어떤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른바 ‘DJP 공조체제’가 ‘신 DJP체제’로 바뀌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양당이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인해 당장 격돌하고 있는 사안은 연합공천 문제. 총선구도가 ‘2여 1야(또는 다야)’ 구도로 짜이고 있는 만큼, 여권의 후보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반수 안정 의석수를 차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양당 지도부의 생각은 동상이몽 그 자체다.
우선 자민련은 5대 5 동일 배분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현욱총장은 “합당이 안되는 상황에서 연합공천말고는 다른 퇴로나 진로가 없다”면서 “후보 배분 비율은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문 정신에 따라 1대 1이 원칙이지만 약간의 타협이나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약간의 타협이나 조정’이란 충청권과 호남권 등 ‘텃밭 지역’에서는 서로 배타적 지위를 인정하되, 수도권 지역에서는 동일 배분, 아무리 후퇴하더라도 6대 4 정도는 돼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수도권에서의 민주신당 전력의 우위를 감안해 원외지구당위원장 지역에서만 동일 배분을 하자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회의나 민주신당은 자민련의 이런 주장이 “턱도 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22일 DJP 회동후 “합의문에 연합공천이란 말이 없었다”며 ‘연합공천 불가론’을 공공연하게 제기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 중 첫째 요인은 자민련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사실. 전국 평균 지지율이 국민회의 31.4%에 비해 자민련 6.5%(12월19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로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수도권만 따로 떼어 보면 더 차이가 벌어져서 국민회의 32.3%에 자민련 5.8%다.
자민련, 이한동 손잡고 보수黨 특화
두 번째 요인은 자민련의 인재 풀(pool)이 너무 빈약해서 수도권의 경우 당선 가능성에 근접한 인물들이 별로 없다는 점. 국민회의는 수도권에서 치러진 몇 번의 재선거나 보궐선거에 자민련 주장에 따라 후보를 내세운 결과,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에게는 연합공천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로 수도권 자민련 후보군들은 김용채총리비서실장(15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을) 이대엽중앙위의장(성남 수정) 김문원전의원(의정부) 김일주의원(안양 만안) 허남훈의원(평택을) 박신원의원(오산-화성) 심양섭부대변인(군포) 등 그런대로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는 후보들이 10여명도 채 안된다. 물론 자민련도 나름대로는 신진인사 수혈에 힘을 쏟겠지만 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틈새 속에서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
JP가 12월24일 총리공관에 한나라당 이한동고문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갖고, 이고문의 자민련 영입 약속을 받아낸 것도 결국 수도권에서 자민련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복안의 하나. 보수대연합 추진을 통해 바람몰이에 나서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동등한 혹은 거의 비슷한 배분을 요구하는 자민련 주장은 “선거를 망치겠다”는 작정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국민회의의 생각이다.
기존의 총선에서 각 당이 가급적 많은 선거구에 후보를 내려고 했던 것은 총선 득표율이 전국구 의원 당선자 수나, 중앙선관위에서 지급하는 정치자금 배분과 직결되기 때문. 연합공천을 해서 후보자를 줄이게 되면 그만큼 전국구 당선자와 정치자금이 줄어든다. 연합공천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다.
지난 98년 6·4지방선거에서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기초단체장 연합공천에 실패, ‘여-여 싸움’을 벌인 곳은 전국적으로 모두 54개 지역에 달한다. 특히 충북에서는 11개 선거구 중 아홉곳, 대전은 5개 중 네곳에서 정면 격돌했다. 대전의 동구와 중구는 자민련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 구청장들이 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양당 공조는 끝났다” “자민련은 들러리 여당”이라는 격앙된 발언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또한 여당 후보들끼리 인신공격 상호비방 흠집들추기 등 각종 감정싸움이 끊이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양당 지도부가 상호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으나, 한번 벌어진 감정의 골은 다시 메우기 어렵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따름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같은 일들이 재현될 것은 너무 자명하다. 자민련에서는 벌써부터 “연내 내각제 개헌, 장관직 동등 비율 배분을 포기한 마당에 연합공천까지 국민회의가 거부하면 공동 정권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 추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명부식 ‘1인 2투표제’가 총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 요소로 급부상했다. 1인 2표로 지역구 선거 득표율이 아닌 정당명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결정되면, 굳이 지역구 출마자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동 여당의 연합공천 혈투도 ‘1인 1표’ 때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연합공천도 물 건너간 이상 1인 2표가 선거의 사활을 가늠하는 성격을 갖게 됐다”고 강조한다. 만약 도-농 복합형 선거구제도 양보하고, ‘1인 2표’마저도 관철되지 못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후유증이 심각한 합당을 거부한 JP의 계산은 과연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자민련의 ‘등거리 노선’ 부활이라는 게 자민련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노선이 총선 이후 정국에서 내각제 개헌을 재차 시도하거나, ‘실익’을 챙길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회의와 너무 ‘한 묶음’ 이 되어서는 자민련의 행보에 그만큼 제약이 많다는 것. 민주신당이 자체적으로 원내 과반수 이상을 획득하기는 힘들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상황인 만큼 JP로서야 지금처럼 50여석 정도의 의석수만 지키고 있으면 언제 어떤 사안이든 ‘캐스팅 보트’로 지금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또한 자민련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그리고 직접 JP에게 ‘합당 청혼’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합당을 권유하면서 JP에게 그 대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측근 인사들을 통해 주변부에서만 말을 흘리는 방식으로 합당을 추진한 결과가 JP로 하여금 ‘합당 이후’ 상황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합당불가 선언은 ‘청혼 없는 파혼’이었다는 것이 자민련의 인식. 이 또한 총선 이후 민주신당과 자민련의 공조체제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물론 합당하지 않는 것이 총선에 이로울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김정길 전 대통령정무수석은 “자민련이 이른바 신보수층을 겨냥한 ‘신보수 정당’으로 특화하고, 민주신당이 개혁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면 합당하지 않아도 원내 안정의석을 차지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회의 김운환의원 역시 “어차피 합당 효과를 노린 대상지역은 수도권이었기 때문에 영남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2여가 합당했을 경우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 발동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측면 때문에, 자민련의 경우 좋은 인물들을 영입해 신보수층에 어필하면 영남권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듯하다” 고 말한다.
어찌되었든 지지부진한 합당론, 그리고 결과적인 결렬로 인해 김대통령과 JP는 적지 않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양당 의원들이 두 ‘오너’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음으로써 당 장악력이나 지도력이 크게 훼손된 측면도 있다. 또 당은 당대로 기력만 소진한 꼴이다. 총선 사상 처음 벌어지는 두 여당의 ‘각개 약진’이 과연 어떤 결과를 빚을지 관심이 뜨겁다.
자민련 김현욱사무총장은 최근 “김종필총리가 당에 복귀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관계는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공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공동정부 운영의 틀을 재고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집권 이후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2여 공조체제’는 위기 국면 속에서 새로운 실험기로 접어들게 됐다. 우선 당장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솟아날 수밖에 없는 ‘돌출 변수’들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최대의 고민거리. 그 다음에는 총선 이후 선거결과에 따라 양당이 또 어떤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른바 ‘DJP 공조체제’가 ‘신 DJP체제’로 바뀌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양당이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인해 당장 격돌하고 있는 사안은 연합공천 문제. 총선구도가 ‘2여 1야(또는 다야)’ 구도로 짜이고 있는 만큼, 여권의 후보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반수 안정 의석수를 차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양당 지도부의 생각은 동상이몽 그 자체다.
우선 자민련은 5대 5 동일 배분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현욱총장은 “합당이 안되는 상황에서 연합공천말고는 다른 퇴로나 진로가 없다”면서 “후보 배분 비율은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문 정신에 따라 1대 1이 원칙이지만 약간의 타협이나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약간의 타협이나 조정’이란 충청권과 호남권 등 ‘텃밭 지역’에서는 서로 배타적 지위를 인정하되, 수도권 지역에서는 동일 배분, 아무리 후퇴하더라도 6대 4 정도는 돼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수도권에서의 민주신당 전력의 우위를 감안해 원외지구당위원장 지역에서만 동일 배분을 하자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회의나 민주신당은 자민련의 이런 주장이 “턱도 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22일 DJP 회동후 “합의문에 연합공천이란 말이 없었다”며 ‘연합공천 불가론’을 공공연하게 제기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 중 첫째 요인은 자민련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사실. 전국 평균 지지율이 국민회의 31.4%에 비해 자민련 6.5%(12월19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로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수도권만 따로 떼어 보면 더 차이가 벌어져서 국민회의 32.3%에 자민련 5.8%다.
자민련, 이한동 손잡고 보수黨 특화
두 번째 요인은 자민련의 인재 풀(pool)이 너무 빈약해서 수도권의 경우 당선 가능성에 근접한 인물들이 별로 없다는 점. 국민회의는 수도권에서 치러진 몇 번의 재선거나 보궐선거에 자민련 주장에 따라 후보를 내세운 결과,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에게는 연합공천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로 수도권 자민련 후보군들은 김용채총리비서실장(15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을) 이대엽중앙위의장(성남 수정) 김문원전의원(의정부) 김일주의원(안양 만안) 허남훈의원(평택을) 박신원의원(오산-화성) 심양섭부대변인(군포) 등 그런대로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는 후보들이 10여명도 채 안된다. 물론 자민련도 나름대로는 신진인사 수혈에 힘을 쏟겠지만 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틈새 속에서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
JP가 12월24일 총리공관에 한나라당 이한동고문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갖고, 이고문의 자민련 영입 약속을 받아낸 것도 결국 수도권에서 자민련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복안의 하나. 보수대연합 추진을 통해 바람몰이에 나서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동등한 혹은 거의 비슷한 배분을 요구하는 자민련 주장은 “선거를 망치겠다”는 작정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국민회의의 생각이다.
기존의 총선에서 각 당이 가급적 많은 선거구에 후보를 내려고 했던 것은 총선 득표율이 전국구 의원 당선자 수나, 중앙선관위에서 지급하는 정치자금 배분과 직결되기 때문. 연합공천을 해서 후보자를 줄이게 되면 그만큼 전국구 당선자와 정치자금이 줄어든다. 연합공천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다.
지난 98년 6·4지방선거에서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기초단체장 연합공천에 실패, ‘여-여 싸움’을 벌인 곳은 전국적으로 모두 54개 지역에 달한다. 특히 충북에서는 11개 선거구 중 아홉곳, 대전은 5개 중 네곳에서 정면 격돌했다. 대전의 동구와 중구는 자민련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 구청장들이 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양당 공조는 끝났다” “자민련은 들러리 여당”이라는 격앙된 발언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또한 여당 후보들끼리 인신공격 상호비방 흠집들추기 등 각종 감정싸움이 끊이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양당 지도부가 상호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으나, 한번 벌어진 감정의 골은 다시 메우기 어렵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따름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같은 일들이 재현될 것은 너무 자명하다. 자민련에서는 벌써부터 “연내 내각제 개헌, 장관직 동등 비율 배분을 포기한 마당에 연합공천까지 국민회의가 거부하면 공동 정권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 추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명부식 ‘1인 2투표제’가 총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 요소로 급부상했다. 1인 2표로 지역구 선거 득표율이 아닌 정당명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결정되면, 굳이 지역구 출마자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동 여당의 연합공천 혈투도 ‘1인 1표’ 때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연합공천도 물 건너간 이상 1인 2표가 선거의 사활을 가늠하는 성격을 갖게 됐다”고 강조한다. 만약 도-농 복합형 선거구제도 양보하고, ‘1인 2표’마저도 관철되지 못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후유증이 심각한 합당을 거부한 JP의 계산은 과연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자민련의 ‘등거리 노선’ 부활이라는 게 자민련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노선이 총선 이후 정국에서 내각제 개헌을 재차 시도하거나, ‘실익’을 챙길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회의와 너무 ‘한 묶음’ 이 되어서는 자민련의 행보에 그만큼 제약이 많다는 것. 민주신당이 자체적으로 원내 과반수 이상을 획득하기는 힘들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상황인 만큼 JP로서야 지금처럼 50여석 정도의 의석수만 지키고 있으면 언제 어떤 사안이든 ‘캐스팅 보트’로 지금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또한 자민련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그리고 직접 JP에게 ‘합당 청혼’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합당을 권유하면서 JP에게 그 대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측근 인사들을 통해 주변부에서만 말을 흘리는 방식으로 합당을 추진한 결과가 JP로 하여금 ‘합당 이후’ 상황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합당불가 선언은 ‘청혼 없는 파혼’이었다는 것이 자민련의 인식. 이 또한 총선 이후 민주신당과 자민련의 공조체제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물론 합당하지 않는 것이 총선에 이로울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김정길 전 대통령정무수석은 “자민련이 이른바 신보수층을 겨냥한 ‘신보수 정당’으로 특화하고, 민주신당이 개혁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면 합당하지 않아도 원내 안정의석을 차지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회의 김운환의원 역시 “어차피 합당 효과를 노린 대상지역은 수도권이었기 때문에 영남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2여가 합당했을 경우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 발동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측면 때문에, 자민련의 경우 좋은 인물들을 영입해 신보수층에 어필하면 영남권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듯하다” 고 말한다.
어찌되었든 지지부진한 합당론, 그리고 결과적인 결렬로 인해 김대통령과 JP는 적지 않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양당 의원들이 두 ‘오너’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음으로써 당 장악력이나 지도력이 크게 훼손된 측면도 있다. 또 당은 당대로 기력만 소진한 꼴이다. 총선 사상 처음 벌어지는 두 여당의 ‘각개 약진’이 과연 어떤 결과를 빚을지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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