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00년이 밝아 왔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의 시대다. 2000년이 됐다고 해서 ‘해가 서쪽에서 뜨는’ 식으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의 답답한 ‘구각’(舊殼)을 벗고, 새 천년을 희망차게 맞았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 서기 2000년 ‘대한민국’호의 국운은 어떠할 것인가.
경희대 국문과의 서정범교수는 무속연구가로 이름 높다. 내로라 하는 무당과 점쟁이치고 한 번쯤 그와 인터뷰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서교수에게 ‘참고삼아’ 국운을 물어볼 만한 무속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서교수는 경기도 일산의 정정희씨(35)와 서울 개봉동의 위남희씨(43), 수원시 지동의 김근영씨(40)를 추천해주었다.
전남 여수 출생의 정정희씨는 명성황후 민비와 황진이, 장희빈, 육영수 등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여인들의 신이 주로 내린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정씨 몸을 관장하는 ‘몸주신’은 민비라서, 그의 집 앞에는 ‘민비궁’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었다.
소복 차림의 그는 새해 국운을 봐달라고 하자 왼손으로 머리를 탁탁 치며 집중하더니 이윽고 오른손에 부채, 왼손에 방울을 들었다. 그가 신의 말을 전하는 ‘공수’를 끝낸 뒤 기자는 방울을 들어봤다. 상당히 묵직했다. 이 방울을 ‘신들린’ 정씨는 귀청이 따가울 정도로 흔들어 대며 사극(史劇)에서 많이 들은 ‘중전마마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내가 누구더냐. 한 많은 나라의 어머니 중전 민비다.” 정씨는 거의 울먹였다. “국방이 튼튼치 않은데 나라가 어찌 잘 되겠는가. 경제가 문제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는 몇 번 헛구역질을 했다. 심할 때는 피를 토하기도 한단다. “쿨룩, 쿨룩, 커~. 아직 우리 나라는 북한의 노리개다. 북한을 너무 믿지 말라. 내년 음력 3월이다. 음력 3월에 한반도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다.”
방울소리 때문에 가끔씩 정씨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음 대목은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김정일(57)은 이중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 나라와 미국을 양손에 쥐고 흔들려고 한다. 김정일의 노리개가 돼서는 안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각성하라. 내년 음력 3월, 궁궐이 시끄러울 정도로 큰 위기가 한반도에 닥칠 것이다.”
공수를 끝내고 평상안(平常顔)으로 돌아온 그는 민비 대신 동자신(童子神)의 목소리로 예언을 이어갔다. 동자신은 민비의 말을 듣고 와 정씨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군인들의 마음이 붕붕 떠 있다. 군에서 자꾸 사고가 일어나 몇몇 참모총장이 교체된다고 하신다. 장교들은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청와대의 눈치만 살핀다. 다른 부처 공직자들도 자기가 다칠까봐 전전긍긍하기만 한다고 하신다. 내년, 주변에 잠수함이 숨어 있는 바다 근처 북한 땅에서 아웅산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 북한인은 물론이고 한국 사람도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신다. 북한에 가는 한국 기자와 외신 기자들도 다칠 수가 있는데, 아저씨(필자)도 조심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새해에도 금강산 여행은 계속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정씨의 몸을 빌린 동자신은 “응. 금강산에는 계속 가는데, 정주영 할아버지가 김정일한테 돈을 뜯긴다 그러셔. 김정일은 아직 한국에 빼먹을 것이 많아 전쟁은 일으키지 않지만, 정주영 할아버지한테서는 많이 빼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현대그룹이 힘들어진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국내 문제로 화제를 돌리자 “김대중대통령하고 김종필총리는 갈라선다고 하신다. 자민련 사람들은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양쪽에서 당기기 때문에 마음이 붕붕 뜰 것이라고 그러셔. 총선에는 한나라당이 약진해서 반 정도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국내 정치가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하신다” 고 했다. 정씨는 “당분간 김정일의 좋은 운세는 계속되지만, 몇 년 뒤 곧 병석에 누워 죽게 된다. 그가 죽으면 그의 아들은 절대 뒤를 잇지 못하고 혼란이 계속되다가 2007년쯤 통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위남희씨는 관운장신을 모시지만, 몸주신은 할머니 신이라고 했다. 할머니 신이 관운장의 말을 듣고 와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위씨는 “관운장 할아버지가 너무 담배를 좋아하신다”며 연신 담배를 빼어 문다. 그는 사주를 보고 백지 위에 부적에서 볼 수 있는 글자를 휘갈기며 ‘조용조용’ 공수를 전했다.
유명인들의 생년월일은 각종 연감류에 공개돼 있지만, 종종 이 자료는 실제 생년월일과 다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달리 정확한 생년월일을 확인할 방법도 없어, 기자는 동아일보사가 발간하는 ‘동아연감’에 나온 김정일의 생년월일을 음력으로 바꿔 내밀었다.
“나라 녹을 먹고, 큰칼을 휘두르는 사주네. 조상 중에 아주 큰 묘를 가진 사람이 있어. 임금님 사주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감옥까지 갈 정도는 아니지만 관재수가 있어요. 여자는 또 왜 이렇게 많아? 10명이 넘어. 이 사람이 이름이 뭐에요?” 기자는 짧게 “김정일”이라고 대꾸했다.
그러나 위씨는 북한의 김정일이라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듯, “여자가 많은 것은 이 집의 내력이네. 아버지 때부터 난봉꾼이야. 이 사람은 필요할 때는 사람을 당기지만 필요 없으면 가차없이 내쳐요. 신장이 좋지 않아 몸이 많이 붓는데, 61세(만 60세)가 되면 자리에 누울 것이야”라고 말했다.
이때쯤에서 기자가 ‘북한의 김정일’이라고 강조하자, 위씨는 놀란 표정으로 “그래요?” 하더니 “하지만 전쟁은 못해. 하고 싶어도 기회를 놓쳐. 금강산 관광은 계속하고, 경수로 공사도 잘될 것이야. 김정일은 부하한테 쿠데타를 당하지는 않지만, 그가 죽은 뒤 그의 아들은 절대로 권좌에 오르지 못해. 김정일은 통일 전에 죽고 통일은 최소한 5년 뒤에나 가능하다”며 정씨와 비슷하게 예언했다.
‘동아연감’에 나온 김대중대통령의 생년월일을 내밀 때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위씨는 “나라 녹을 먹을 큰 사주네요. 그런데 아랫사람들이 받쳐주질 않아요. 왼팔 오른팔이 돼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 분을 치고 나가니, ‘동산 끝에 있는 소나무’처럼 너무 외로워. 하나를 알려주면 백을 알 정도로 머리는 좋은데 혼자서만 애쓰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임을 밝히자 위씨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말이에요?”하고 한참 침묵하더니 “대통령이 외로우면 나라도 시끄럽다고 봐야지. 주위분들에게 대통령을 좀 도와드리라고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김종필총리에 대해서는 “이 분도 외로워요. 새해에는 김대통령과는 헤어집니다. 남의 뒤를 받치는 사주라서 대통령은 되지 못하실 겁니다”고 짧게 말했다. 이회창총재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쇠꼬챙이 같은 것으로 조상 산소를 건드렸네요(실제로 지난 봄 양순자라는 무당이 이총재 조상 산소에 쇠말뚝을 박은 사실이 확인됐었다). 새해에는 작은 소원 하나는 성취하지만, 진심으로 따르는 부하가 없어 이 분도 외로워요”하고는 입을 닫았다. 위씨는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전부 외로우니 전체적으로 나라가 불안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근영씨는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한다. 그에게는 그의 20대 할아버지 신이 내려, 그는 ‘수원 할아버지’로 불린다. 김씨는 사주를 받지 않고 사진만 보고 운세를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불쑥 김정일 사진을 내밀자 그는 “흥. 김정일이네”하더니, 입을 열었다.
“김정일은 2003년경 권력 암투에 휩쓸려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권좌에서 물러나도 80세까지는 명(命)을 누릴 것 같은데, 그의 아들은 절대로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통일은 2007년쯤에야 구체화될 것이다. 전쟁은 일으키지 않는다.”
이쯤에서 정주영회장의 사진을 내밀자 “정회장은 김정일한테 못당한다. 금강산 사업은 한 번 중단되는 위기를 겪지만 곧 재개된다. 현대는 너무 깊이 북한에 투자했기 때문에 거꾸로 북한에 쫓기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묻지도 않은 재벌 이야기를 꺼냈다. “현대는 대북사업이 원인이 돼 큰 위기를 겪을 것이다. 삼성도 사업을 확장했다가 곤란에 처할 것이다. 반면 LG와 SK는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에 재계 순위가 바뀔 정도로 약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대중대통령 사진을 내밀자 “김정일은 아버지 때부터 있어 온 참모가 있는데, 김대통령에게는 참모 운(運)이 없다. 하지만 김정일과의 싸움에서는 잃는 것도 따는 것도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필총리 사진을 보고는 “이 분은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내각제도 이루지 못한다. 총선이 끝나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 사진을 보고는 “내년 총선에서는 작은 체면 정도는 차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큰 꿈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현재 거론되는 사람 중에서는 아마 나오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고 입을 닫았다. 김씨는 새해 한국 정치는 지도자들끼리 서로 배신하는 복잡한 형국을 만들 것이라고 정리했다.
세 무속인은, 새해를 올해만큼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예언에는 한국인들에게 2000년이라는 숫자에 현혹돼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경고가 깔려 있다. 금강산 여행으로 상징되는 햇볕정책 덕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지만, 통일은 2005년이나 2007년쯤에야 가능하니 그때까지 한반도는 불안할 것이다. 김정일의 아들(김정남)은 절대로 김정일의 뒤를 잇지 못하고, 남쪽 총선에서는 여당이 고전한다니, 남북한이 모두 시끄러운 것은 자명한 결론이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한데 서양 세계가 만든 2000년이라는 숫자에 속아 헛된 희망을 품을 것인가. 한 무속인은 “새해는 용의 해인 ‘경진년’(庚辰年), 불기로는 2544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기(檀紀)로는 4333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우리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국문과의 서정범교수는 무속연구가로 이름 높다. 내로라 하는 무당과 점쟁이치고 한 번쯤 그와 인터뷰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서교수에게 ‘참고삼아’ 국운을 물어볼 만한 무속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서교수는 경기도 일산의 정정희씨(35)와 서울 개봉동의 위남희씨(43), 수원시 지동의 김근영씨(40)를 추천해주었다.
전남 여수 출생의 정정희씨는 명성황후 민비와 황진이, 장희빈, 육영수 등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여인들의 신이 주로 내린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정씨 몸을 관장하는 ‘몸주신’은 민비라서, 그의 집 앞에는 ‘민비궁’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었다.
소복 차림의 그는 새해 국운을 봐달라고 하자 왼손으로 머리를 탁탁 치며 집중하더니 이윽고 오른손에 부채, 왼손에 방울을 들었다. 그가 신의 말을 전하는 ‘공수’를 끝낸 뒤 기자는 방울을 들어봤다. 상당히 묵직했다. 이 방울을 ‘신들린’ 정씨는 귀청이 따가울 정도로 흔들어 대며 사극(史劇)에서 많이 들은 ‘중전마마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내가 누구더냐. 한 많은 나라의 어머니 중전 민비다.” 정씨는 거의 울먹였다. “국방이 튼튼치 않은데 나라가 어찌 잘 되겠는가. 경제가 문제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는 몇 번 헛구역질을 했다. 심할 때는 피를 토하기도 한단다. “쿨룩, 쿨룩, 커~. 아직 우리 나라는 북한의 노리개다. 북한을 너무 믿지 말라. 내년 음력 3월이다. 음력 3월에 한반도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다.”
방울소리 때문에 가끔씩 정씨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음 대목은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김정일(57)은 이중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 나라와 미국을 양손에 쥐고 흔들려고 한다. 김정일의 노리개가 돼서는 안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각성하라. 내년 음력 3월, 궁궐이 시끄러울 정도로 큰 위기가 한반도에 닥칠 것이다.”
공수를 끝내고 평상안(平常顔)으로 돌아온 그는 민비 대신 동자신(童子神)의 목소리로 예언을 이어갔다. 동자신은 민비의 말을 듣고 와 정씨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군인들의 마음이 붕붕 떠 있다. 군에서 자꾸 사고가 일어나 몇몇 참모총장이 교체된다고 하신다. 장교들은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청와대의 눈치만 살핀다. 다른 부처 공직자들도 자기가 다칠까봐 전전긍긍하기만 한다고 하신다. 내년, 주변에 잠수함이 숨어 있는 바다 근처 북한 땅에서 아웅산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 북한인은 물론이고 한국 사람도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신다. 북한에 가는 한국 기자와 외신 기자들도 다칠 수가 있는데, 아저씨(필자)도 조심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새해에도 금강산 여행은 계속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정씨의 몸을 빌린 동자신은 “응. 금강산에는 계속 가는데, 정주영 할아버지가 김정일한테 돈을 뜯긴다 그러셔. 김정일은 아직 한국에 빼먹을 것이 많아 전쟁은 일으키지 않지만, 정주영 할아버지한테서는 많이 빼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현대그룹이 힘들어진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국내 문제로 화제를 돌리자 “김대중대통령하고 김종필총리는 갈라선다고 하신다. 자민련 사람들은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양쪽에서 당기기 때문에 마음이 붕붕 뜰 것이라고 그러셔. 총선에는 한나라당이 약진해서 반 정도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국내 정치가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하신다” 고 했다. 정씨는 “당분간 김정일의 좋은 운세는 계속되지만, 몇 년 뒤 곧 병석에 누워 죽게 된다. 그가 죽으면 그의 아들은 절대 뒤를 잇지 못하고 혼란이 계속되다가 2007년쯤 통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위남희씨는 관운장신을 모시지만, 몸주신은 할머니 신이라고 했다. 할머니 신이 관운장의 말을 듣고 와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위씨는 “관운장 할아버지가 너무 담배를 좋아하신다”며 연신 담배를 빼어 문다. 그는 사주를 보고 백지 위에 부적에서 볼 수 있는 글자를 휘갈기며 ‘조용조용’ 공수를 전했다.
유명인들의 생년월일은 각종 연감류에 공개돼 있지만, 종종 이 자료는 실제 생년월일과 다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달리 정확한 생년월일을 확인할 방법도 없어, 기자는 동아일보사가 발간하는 ‘동아연감’에 나온 김정일의 생년월일을 음력으로 바꿔 내밀었다.
“나라 녹을 먹고, 큰칼을 휘두르는 사주네. 조상 중에 아주 큰 묘를 가진 사람이 있어. 임금님 사주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감옥까지 갈 정도는 아니지만 관재수가 있어요. 여자는 또 왜 이렇게 많아? 10명이 넘어. 이 사람이 이름이 뭐에요?” 기자는 짧게 “김정일”이라고 대꾸했다.
그러나 위씨는 북한의 김정일이라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듯, “여자가 많은 것은 이 집의 내력이네. 아버지 때부터 난봉꾼이야. 이 사람은 필요할 때는 사람을 당기지만 필요 없으면 가차없이 내쳐요. 신장이 좋지 않아 몸이 많이 붓는데, 61세(만 60세)가 되면 자리에 누울 것이야”라고 말했다.
이때쯤에서 기자가 ‘북한의 김정일’이라고 강조하자, 위씨는 놀란 표정으로 “그래요?” 하더니 “하지만 전쟁은 못해. 하고 싶어도 기회를 놓쳐. 금강산 관광은 계속하고, 경수로 공사도 잘될 것이야. 김정일은 부하한테 쿠데타를 당하지는 않지만, 그가 죽은 뒤 그의 아들은 절대로 권좌에 오르지 못해. 김정일은 통일 전에 죽고 통일은 최소한 5년 뒤에나 가능하다”며 정씨와 비슷하게 예언했다.
‘동아연감’에 나온 김대중대통령의 생년월일을 내밀 때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위씨는 “나라 녹을 먹을 큰 사주네요. 그런데 아랫사람들이 받쳐주질 않아요. 왼팔 오른팔이 돼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 분을 치고 나가니, ‘동산 끝에 있는 소나무’처럼 너무 외로워. 하나를 알려주면 백을 알 정도로 머리는 좋은데 혼자서만 애쓰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임을 밝히자 위씨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말이에요?”하고 한참 침묵하더니 “대통령이 외로우면 나라도 시끄럽다고 봐야지. 주위분들에게 대통령을 좀 도와드리라고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김종필총리에 대해서는 “이 분도 외로워요. 새해에는 김대통령과는 헤어집니다. 남의 뒤를 받치는 사주라서 대통령은 되지 못하실 겁니다”고 짧게 말했다. 이회창총재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쇠꼬챙이 같은 것으로 조상 산소를 건드렸네요(실제로 지난 봄 양순자라는 무당이 이총재 조상 산소에 쇠말뚝을 박은 사실이 확인됐었다). 새해에는 작은 소원 하나는 성취하지만, 진심으로 따르는 부하가 없어 이 분도 외로워요”하고는 입을 닫았다. 위씨는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전부 외로우니 전체적으로 나라가 불안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근영씨는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한다. 그에게는 그의 20대 할아버지 신이 내려, 그는 ‘수원 할아버지’로 불린다. 김씨는 사주를 받지 않고 사진만 보고 운세를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불쑥 김정일 사진을 내밀자 그는 “흥. 김정일이네”하더니, 입을 열었다.
“김정일은 2003년경 권력 암투에 휩쓸려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권좌에서 물러나도 80세까지는 명(命)을 누릴 것 같은데, 그의 아들은 절대로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통일은 2007년쯤에야 구체화될 것이다. 전쟁은 일으키지 않는다.”
이쯤에서 정주영회장의 사진을 내밀자 “정회장은 김정일한테 못당한다. 금강산 사업은 한 번 중단되는 위기를 겪지만 곧 재개된다. 현대는 너무 깊이 북한에 투자했기 때문에 거꾸로 북한에 쫓기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묻지도 않은 재벌 이야기를 꺼냈다. “현대는 대북사업이 원인이 돼 큰 위기를 겪을 것이다. 삼성도 사업을 확장했다가 곤란에 처할 것이다. 반면 LG와 SK는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에 재계 순위가 바뀔 정도로 약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대중대통령 사진을 내밀자 “김정일은 아버지 때부터 있어 온 참모가 있는데, 김대통령에게는 참모 운(運)이 없다. 하지만 김정일과의 싸움에서는 잃는 것도 따는 것도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필총리 사진을 보고는 “이 분은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내각제도 이루지 못한다. 총선이 끝나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 사진을 보고는 “내년 총선에서는 작은 체면 정도는 차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큰 꿈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현재 거론되는 사람 중에서는 아마 나오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고 입을 닫았다. 김씨는 새해 한국 정치는 지도자들끼리 서로 배신하는 복잡한 형국을 만들 것이라고 정리했다.
세 무속인은, 새해를 올해만큼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예언에는 한국인들에게 2000년이라는 숫자에 현혹돼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경고가 깔려 있다. 금강산 여행으로 상징되는 햇볕정책 덕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지만, 통일은 2005년이나 2007년쯤에야 가능하니 그때까지 한반도는 불안할 것이다. 김정일의 아들(김정남)은 절대로 김정일의 뒤를 잇지 못하고, 남쪽 총선에서는 여당이 고전한다니, 남북한이 모두 시끄러운 것은 자명한 결론이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한데 서양 세계가 만든 2000년이라는 숫자에 속아 헛된 희망을 품을 것인가. 한 무속인은 “새해는 용의 해인 ‘경진년’(庚辰年), 불기로는 2544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기(檀紀)로는 4333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우리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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